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 ⓒ JTBC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이하 '레코드샵')이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간판을 내렸다. 총 10회에 걸처 방영된 <레코드샵>은 "4MC와 함께 공통의 직업으로 묶인 게스트들의 '인생 이야기'와 '인생 곡'을 소개하며 완성하는 음악 예능"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앞세우며 지난 1월 22일 출발했다. 

​하지만 동시간대 인기예능들인 나영석표 예능(tvN <윤스테이>), KBS <편스토랑> 등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윤종신의 모처럼 고정 예능 복귀작, 어느 프로그램이건 제 역할 다해주는 장윤정 등 입담 좋은 MC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1%대 시청률 속에 막을 내린 <레코드샵>에겐 어떤 약점이 존재했을까?

새 음악 예능? 그냥 토크 예능!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 JTBC

 
프로그램이 신설되고 배포되는 각종 보도자료를 보면 <레코드샵>은 "음악 예능"이라는 단어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 이 예능의 기본틀은 엄연히 "토크쇼"였다. 규현, 웬디 등 MC들이 출연진을 위해 매회 선사하는 노래 선물이 존재했지만 중심을 잡아주는 건 어디까지나 초대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처음 <레코드샵>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영화 한편을 소재로 다채로운 의견을 주고 받는 <방구석 1열> 마냥 노래 한곡 또는 가수 및 음반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나누는 자리가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토크 예능에 음악을 곁들이긴 했지만 특별한 상승 작용으로는 이어지진 못했다. 물론 출연자들이 말하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또는 이들을 위해 MC의 추천곡 등이 소개되었다지만 이건 토크쇼 속 하나의 포장 도구에 머물 뿐이었다.

딱히 신비할 것 없는 토크쇼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 JTBC

 
<레코드샵>이 10회까지 소개되면서 보여준 치명적 약점은 새로움의 결여였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에 비해 토크 예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즘이다. KBS <해피투게더>는 지난해 막을 내렸고 MBC <라디오스타>는 전성기 시절의 기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나마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가 분전 중이지만 이 또한 "연예인 신변잡기"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첫회 '프로파일러'를 시작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이 <레코드샵>을 방문해줬지만 이미 타 예능에서 얼굴을 비추고 일찌감치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분들이 다수였다. 정신과 전문의, 경제 유튜버, 유명 작사가,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앞서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라디오스타> 등 여러 프로그램을 거친 경우가 많다 보니 결과적으론 재탕 내지 새로움이 결여된 토크가 이어지곤 했다.  

​26일 마지막회 역시 오은영 교수, 기획사 사장님 송은이 등 이미 각종 예능에서 여러차례 자신들의 사연을 자주 들려준 분들이었다. 이밖에 각자 능력 있는 진행자들을 모아놓고도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한 부분 또한 <레코드샵>의 약점으로 연결되었다. 윤종신-장윤정 위주로 이뤄지는 진행은 반대로 규현-웬디의 역할을 가창으로만 한정시키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유퀴즈> 선전과 대비 되는 타 토크 예능의 고전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 JTBC

 
​<레코드샵>의 고전은 최근 선전을 펼치는 <유퀴즈>와 좋은 대비를 이룬다.  몇몇 출연자 논란이 옥의 티였지만 <유퀴즈>가 토크 예능 가뭄 속에 인기몰이에 성공한 건 초대손님에게 할애된 짧은 시간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재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풍성한 내용을 방송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토크 예능이었다면 여러 연예인들을 한 자리에 앉힌 후 돌아가면서 이야기 듣는 전개가 보통이다. 이같은 방식은 누구 한명 큰 주목을 받을 경우 자칫 타 출연자의 존재감이 미미해지는 치명적 약점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퀴즈>에선 역시 비슷한 숫자의 게스트가 등장하지만 각자만의 시간을 부여받는다.  마치 5개 가량 구분된 코너 마냥 나눠진 20여분 남짓한 이 시간은 오로지 그들을 위해 할애된다. 

​이러한 구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기 다른 출연자에 대해 보다 집중력 있는 시청 여건을 마련해준다.  동시에 방영이후 이뤄지는 유튜브, 모바일 서비스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본 방송을 통해 일찌감치 쪼개진 각자의 이야기들은 인터넷 공간 상에서 또 다른 형태의 재소비가 이뤄지면서 인기 및 인지도가 확산되는 <유퀴즈>만의 장점으로 활용되곤 한다.   

<레코드샵>의 사례는 전통적 예능 형식인 토크쇼가 고전하고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 요즘 TV 풍토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진행자와 초대손님들로 채우더라도 이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을 <레코드샵>이 몸소 증명해 보였다.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JTBC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의 한 장면. ⓒ JTBC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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