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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서성민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서성민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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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두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지금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본인들이 만든 법과 제도가 그런 (원인이라는) 것을 자성하고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주길 부탁한다."

누적된 적폐. LH(엘에이치) 한국주택도시공사 임직원 등 공직자들의 사전 정보 취득을 통한 투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혹제기에 참여한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발본색원만큼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데 이용할 게 아니라, 공직자 투기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책 등 입법에 열을 올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투기 제보 이후 경과 및 법적 평가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고 논란 이후 집중되고 있는 여론의 질문에 하나씩 답변을 풀어놨다. 방점은 제도 개선에 찍혀 있었다.

#질문 1. 투기 정보는 어디서 새고 있나

이 변호사는 무엇보다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부터 해당 정보에 접근하는 공직자들의 윤리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국토교통부장관 및 공공주택사업자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사 등 관계기관과 (공공주택지구) 사전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수의 공무원들이 관여하고, 관련 정보들이 알려진다"면서 "미공개 정보 유출 가능성이 지구 지정 제안부터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해당 정보를 누설할 경우 처벌 받는 법 조항이 '업무처리 중 알게된 정보'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나는 신도시 업무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져나가면 처벌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면서 "'재직 중 취득한 정보'나, '재산상 이익 취득 여부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정보' 등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설한 자'는 처벌하면서 '듣고 이득을 취한 자'는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이런 범죄는 자기 또는 제3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 범죄 이익 환수 차원에서 강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허점들이 있기에 미공개 중요 정보의 경우 경제 이익 환수와 벌금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질문 2. 공직자 처벌 수위가 왜 이렇게 낮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인천 남동구 LH 인천지역본부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LH 인천지역본부는 문제가 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뿐만 아니라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 신도시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인천 남동구 LH 인천지역본부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LH 인천지역본부는 문제가 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뿐만 아니라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 신도시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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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공직자 투기를 제대로 처벌하거나, 부당 이득을 환수할 수 없는 현 제도에 있다. 이 변호사는 "국민 공분은 강한데 실제로 공직자 투기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별로 없다"고 짚었다. 이는 1998년 토지초과이득세 폐지와 농지 목적 외 전용 등 '투기 봐주기식' 제도에 기인한다. 

시급한 것은 법정형 상향이다. 이 변호사는 "민간인들이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주식을 거래한 행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익 및 손실액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게 하는데, 공직자가 공무상 비밀 누설로 거래 하는 행위에 대해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더 낮아 균형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처럼, 공공주택 지구를 매각 대신 임대주택 공급 택지로 이용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임대택지는) 분양을 안 하기 때문에 투기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우리나라 주택 공급 전략이 근본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이라 대단히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 3. LH 땅 투기 뿌리뽑기, 가능한가

비밀 정보 공유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은 어느 구멍에서 샜는지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프랑스의 경우처럼 취득하는 토지 보상과 관련한 공시지가를 현행처럼 사업 인정 고시일 전 가장 가까운 시점의 공시지가가 아니라, 그보다 3년 정도 전의 시점을 기준에 가격 시점까지 토지가격 상승률을 반영해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에서 뒤늦게 논의가 가동된 이해충돌방지법안에도 박차를 가해주길 주문했다. 이 변호사는 "공직자윤리법에는 자산등록이나 주식백지신탁은 있으나 부동산 관련한 부분은 없었고, 포괄적 이해충돌 입법을 논의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면서 "국민의힘이 상당히 부정적이고 여당도 엄청 적극적인 것 같지 않던데, 입법 제안만하고 내버려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LH 사태로 드러난 '농지 투기' 행위에 대해선 각 지자체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지법 자체를 손대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허위 영농 계획서를 제출해서 지자체를 기망해 농지 취득 자격을 갖는 투기 이익 방치는 도둑질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면서 "전업농이 아니라 주말농장을 한다면서 하는둥 마는둥 하는 사람도 많은데, 외지인들의 경우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 및 주택 특별공급을 전부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4. LH 직원도 공직자인가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사태 초기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로 'LH 직원이 공직자에 속하는가'를 꼽았다. 부패방지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공직자 범주 속에는 공직유관단체 중 하나로 '공기업'이 명시돼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LH가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도 "직원들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고 나와 있다.

"제보자, 연락처 외 아는 바 없어"... 정치적 해석 차단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LH직원들이 지난 24일 발표된 광명, 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7천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및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LH직원들이 지난 24일 발표된 광명, 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7천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및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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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LH사태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함께 설명했다. 서성민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선정한 당일 오후 4시 제보자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 변호사는 "제보자가 LH 직원이고 내부 고발을 한 것이라는 보도와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변과 참여연대는 제보자의 연락처 외 파악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쟁화 움직임에 대해선 직접 선을 그었다. 서 변호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관련 의혹 제기를 부추겼다는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에 "제보를 받고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진행한 일로,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시대 사명은 부패 투기와 단절하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감수해야 하는 문제다. 그 책임이 두렵다고 피해서도 안 되고, 가혹하다고 원망해서도 안 된다."
 

토론자로 나선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 변호사는 과거 신도시 발표 때마다 공직자들이 반복적으로 구속되어온 일들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과제'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가담자 색출은 뜨거웠지만 이런 일을 방지할 제도적 뒷받침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

박 변호사는 이어 "지금까지 누군가에겐 투자라고 포장된 것들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소수만이 개발 이익을 누려왔고, 다수 선량한 국민은 그들이 몇 번이나 회전시킨 개발이익을 떠받혀왔으며,  그 소수의 틈바구니에 (나도) 낄 수 있다고 (공직자들이) 희망고문 해온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태그:#LH, #투기, #문재인, #민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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