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의 프로 스포츠 리그들은 일정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단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방역에 대한 메뉴얼을 갖췄기 때문에 지난해 정규시즌 무관중 경기를 치른 메이저리그도 올해는 관중 입장을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규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기존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박효준(뉴욕 양키스)도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김하성은 내년까지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경쟁을 치르고 있으며, 양현종과 박효준은 초청선수 신분이다.

시범경기 성적과 관계 없이 컨디션만 조절하는 류현진
 
생각보다 잘 안 풀리네 2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시범경기. 2회초 솔로 홈런을 허용한 토론토 선발 류현진이 이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투수 류현진 선수 ⓒ 연합뉴스


류현진 역시 메이저리그에 처음 입성한 2013년에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투구수를 늘려가면서 선발 한 자리를 확보한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14승을 기록하며 당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2015년 스프링 캠프 도중 어깨에 이상이 생긴 류현진은 결국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자 수술을 받았다.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수술 집도로 건강을 되찾은 류현진은 2017년 스프링 캠프에서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맞췄고 일단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긴 했지만 포스트 시즌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어깨에 대한 건강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이후인 2018년부터 류현진은 매년 스프링 캠프에서 입지에 대한 걱정 없이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기만 하면 됐다.

2020년에 워렌 스판 상까지 수상한 류현진은 3월 6일(이하 한국 시각)이 되어서야 시범경기 첫 등판을 치렀다. 2이닝 1피안타(피홈런) 1볼넷 1실점으로 완벽하진 않았으나 피홈런 1개를 제외하면 실수가 거의 없었으며, 계획한대로 투구수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김광현의 보직은 정해졌는데, 컨디션은 난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왼손 선발 김광현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 김광현 선수 ⓒ AP/연합뉴스

 
김광현은 시범경기에 두 차례 등판했다. 그런데 정규 시즌 경기에서 볼 수 없는 패턴으로만 두 차례 등판하며 시선을 끌었다. 김광현은 두 번 모두 등판하자마자 난조를 보이면서 1회를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번 스프링 캠프에 한하여 한 이닝에 투구수 20구를 넘길 경우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등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회에 마운드를 내려간 뒤 김광현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투구와 관련되어 조율을 했고, 2회에 다시 등판했을 때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첫 등판보다 두 번째 등판에서는 구속이 조금 올라가는 등 컨디션은 조금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도전자의 입장이었던 지난해 김광현은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카디널스에는 김광현을 제외하고 왼손 선발투수 자원이 없었다. 김광현은 시즌 개막전에서는 마무리투수로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개막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모두 선발로만 등판했다.

지난해의 활약으로 김광현은 잭 플래허티와 애덤 웨인라이트에 이은 3선발 역할을 맡게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전했던 류현진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보직을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개막에 맞춰 투구수를 맞추지 못하거나 투구에 난조가 오래 갈 경우 어떠한 상황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연봉 조정 승리, 물 오른 최지만

최지만은 긴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다 룰5 드래프트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한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레이스에서 플래툰으로 기회를 얻은 최지만은 점차 팀에서의 입지를 굳히며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 3시즌을 넘겼다.

연봉 조정 자격을 갖춘 최지만은 2021년 연봉 협상에서 팀과 의견 차이를 보였다. 정해진 기한을 넘기면서 연봉 조정 신청을 했고, 연봉 조정 청문회에서 승리하면서 올해 245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됐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10일까지 8타수 4안타 타율 0.500을 기록한 최지만은 비록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왼손 투수를 상대로도 기회를 얻고 있으며 적시타도 기록했다. 다만 정규 시즌이 되면 얀디 디아스, 마이크 브로소 등 플래툰 경쟁 상대들과 경기를 나눠 맡아야 한다.

다만,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레이스의 상황이 최지만에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스는 과거 고액 장기계약을 했던 선수들도 중간에 트레이드를 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최지만이 풀 타임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할 경우 향후 진로가 불안 할 수도 있다.

올해 마이너리그 거부권 없는 김하성, 일단 적응하는 중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되는 김하성

김하성 ⓒ 키움 히어로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여 4년 2800만 달러 보장 계약(400만 달러 옵션, 종료 후 700만 달러 추가 옵션)을 체결한 김하성은 파드리스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스프링 캠프를 치르고 있다. 보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시범경기를 통해 컨디션 점검 및 생존 경쟁을 치른다.

다만 40인 로스터는 메이저리그 신분이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기의 출전을 장담 할 수 없는 자리다. 부상자 명단에 있는 선수들과 팀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일부 유망주들이 들어가는 일종의 보호선수 명단일 뿐이다.

김하성의 계약 내용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지만, 앞으로 2년 동안은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앞서 윤석민(은퇴)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 할 때 첫 해에 거부권을 얻지 못했는데, 이로인해 2014년 시즌을 통째로 트리플A에서만 보냈던 적이 있다. 결국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윤석민은 KIA 타이거즈로 돌아왔다가 부상 악화로 은퇴했다.

김하성의 시범경기 내용은 아직은 그리 좋지 않다. 10일까지 6경기에서 1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타율 0.154에 그치고 있다. 자신의 활용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주면 과거 팀 선배였던 강정호처럼 메이저리그에 진입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윤석민처럼 한 시즌을 날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지역 언론 <이스트 빌리지 타임스>에 의하면 김하성은 스피드와 파워를 갖춰 가치가 있으나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을 공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이 언론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위하여 스윙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양현종의 도전, 일단 세이브 한 걸음부터

양현종은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체결한 뒤 스프링 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하고 있다. 8일 다저스를 상대로 시범경기에서 첫 등판을 했는데,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앞서고 있던 경기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기 때문에 양현종은 비록 시범경기지만 세이브를 기록했다. 일단 실전 등판이 처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볼넷이 없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 

일단 양현종은 11일 불펜에서 공을 던질 예정이다. 이후 13일이나 14일 실전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13일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 경기가 예정되어 있으며, 14일은 밀워키 브루어스의 스프링 캠프 경기장에서 치르는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레인저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이 KBO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던졌던 점을 언급하며 선발투수 자원임을 언급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단축 시즌을 치르느라 적은 이닝을 던졌고, 이로 인해 올해 시즌을 치르는 동안 체력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지난해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고, 풀 타임 시즌을 건강하게 치렀다는 점에서 일단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에 비해서 루틴의 변화가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양현종이 아직 투구 밸런스를 맞추지는 못한 상태라서 향후 등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인저스는 최근 조나단 에르난데스의 팔꿈치 인대 손상 소식이 전해지며 투수 로스터 변동의 여지가 생겼다. 투수 조 팔럼보 역시 허리 통증으로 등판을 쉬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음 주 복귀 예정이다. 지난해 김광현이 그랬듯이 다른 경쟁 선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면 보직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양현종 이외의 또 다른 한국인 초청선수로는 뉴욕 양키스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박효준이 있다. 2020년부터 양키스의 트리플A 로스터에 포함되었으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 시즌이 열리지 못했다.

이번에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는 김하성이 박효준의 고등학교 선배(성남 야탑고등학교)라는 점에서 주목할 요소가 있다. 사실 고등학교에서는 박효준이 유격수를 차지하고 김하성이 2루수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 다른 길을 가면서 현재 입지가 조금 바뀐 상황이다.

김하성이나 양현종이 지난해 KBO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풀 타임 루틴을 유지한 반면, 박효준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시즌이 없었기 때문에 루틴 관리가 다소 힘들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마이너리그는 올해도 5월 지연 개막이 예정되어 있어 박효준은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향후 생존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효준은 아직 트리플A에서 시즌을 치른 적이 없기 때문에 향후 메이저리그 승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하성과 양현종은 시범경기에서의 모습에 따라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가능성이 있다. 잘 하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최대 5명의 한국인 선수들을 볼 수도 있다.

기존 맏형이었던 추신수는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KBO리그의 SSG 랜더스로 옮겼다. 이제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류현진이 맏형 역할을 이어 받아 새로운 세대를 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예정된 5명 모두 생존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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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성적 한국인선수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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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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