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지난 2020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지난 2020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는데도 정부가 정작 코로나19 치료를 담당해왔던 공공의료 강화에는 손 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 지난 9월 '의정 합의'로 사실상 무산되는 등, 최소한의 개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정부 정책 진단 평가 좌담회 <'코로나 정책은 무너져가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가?>에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공공의료 확대 대신 '의료민영화'를 지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상 부족, 의료진 부족... 코로나19 위기에도 변화가 없다

전 정책국장은 3차에 걸친 코로나 유행 때마다 병상과 인력이 모자라는 일이 반복됐지만,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3차 유행 때는 특히 병상 수 부족이 심각했다. 유행은 지난해(2020년) 11월 말부터 시작됐지만, 정부는 민간병원 병상을 활용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12월 18일부터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허가 병상 수의 1%를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으로 확보하도록 명령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전 정책국장은 "병상부족을 정부는 요양병원과 집단생활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은폐하려고 했다"라며 "이는 차별적 조처였고 결국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집단감염과 사망을 초래했다"라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였다. 전 정책국장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의료인력, 특히 간호사 부족 문제가 드러났으나, 정부는 '덕분에'라며 말로만 치켜세울 뿐, 현재까지도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 계획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병상과 인력 확보 등 공공의료 확대 정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게 전 정책국장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병상 수 10% 미만인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의 90.9%였고 입원 환자의 81.7%를 진료하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2021년 예산안에서는 공공의료 예산이 감액 (일반회계·건강증진기금 부분의 예산은 전년 대비 삭감되었으며, 응급의료기금은 소폭 상승)됐다.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안은 15억 원에 불과하고, 정부가 연말에 발표한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전부 이행하더라도 공공병상 비중은 8.9%에서 9.6%밖에 늘지 않는다. 

반면 정부가 의료영리화는 꾸준히 진척시켜왔다는 것이 전 정책국장의 주장이다.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엔 스마트병원·원격의료·AI진단 등 의료상업화 정책만 담겨있었으며, 의료산업 육성 예산 증가 (약 7000억 원)·국회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기획재정부의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방안 계획 등도 대표적인 의료영리화 기조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거부? "더더욱 공공병원 늘려야"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좌담회 <'코로나 정책은 무너져가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좌담회 <"코로나 정책은 무너져가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연대 유튜브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여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한 의사들에 대해서도 전 정책국장은 "의료를 시장에 맡긴 것이 공공의대와 의사증원을 거부하는 의사 집단을 낳았다는 점에서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하는 공공병원을 늘려야 할 이유가 더 확실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달리 한국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 자영업 개원의나 민간 병원 봉직의들이 경쟁 동업자의 증가를 꺼리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라며 "의대교육과 의료공급이 모두 민간에 맡겨지는 바람에 의사들은 '의료가 공공재'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 세력이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장주의 의료'가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의 근본 원인이고,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오히려 공공의료 복원의 필요성을 말해준다는 것이 전 정책국장의 설명이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지난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더불어민주당과의 '의정합의'를 통해 끝이 났다. 의협이 민주당과 보건복지부와 맺은 합의문에는 코로나19 안정화 이전에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과 논의를 중단한다는 문구가 기재됐다. 사실상 정부가 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하지만 전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의사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역 국가지정격리병상에도 전문의가 부족해 환자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라며 "정부가 의정합의 이후 의사인력 증원정책에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 의사집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에 더 무겁게 반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4차 유행 어떻게 막나?

전 정책국장은 장기적으로는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고 의료영리화 추진을 중단하면서, 단기적으로는 4차 유행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0%의 민간병원이 코로나진료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위험하다고 기피하며 공적 통제 하에 놓이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민간병원 눈치를 보며 책임을 강제하지 않았다"라며 "민간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서 각종 혜택을 받고, 대부분의 수입을 시민이 내는 보험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민간병원에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부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간호 인력 부족에 대해서도 "병상 당 인력이 OECD 평균의 5분의 1이다. 공공병원부터 시작해서 간호인력을 대폭 충원해야 하고, 민간병원은 환자당 간호사 수를 법제화해서 고용을 강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국가지정 격리병상, 일반 격리병상, 보건소 등에 역학·감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민사회에선 공공의대를 여러 곳에 설립하고 무상교육하는 대신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 이상 의무복무하는 안을 제시해 왔다는 걸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 당시 의료계에서 격렬하게 반발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태그:#코로나19, #의협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