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와 '밤에 떠난 여인' 1970년대 히트곡으로 47년 간 대중음악계에서
꾸준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션 하남석. 올해 73세로 그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사랑은 어떤 가수보다 남다르다.

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노래들이 비록 하남석의 창작곡은 아니지만, '우는 아인 바보야', '잊지 않으리' 등 다른 히트곡들은 그가 직접 만들었다. 1974년 발표한 첫 음반부터 1월 18일 발매된 정규 14집 '황혼의 향기'까지 하남석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수많은 곡을 완성하고 수록해 왔다.

무엇보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열정적 음악작업으로 정규앨범을 공개,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장르의 다양성이 담긴 수록곡들을 듣다보니 하남석이란 뮤지션이 자신의 이번 음반을 위해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동시대 함께 활동했던 여러 선후배 동료 뮤지션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인터뷰 당시 거장의 진지한 표정이 인터뷰 기사를 정리하는 내내 떠오른다.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1세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의 창작곡들, 하남석이란 아티스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다행이다.

곡을 만들고 노래를 직접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자기 관리와 노력을 철저히 하겠다는 노장 음악인에게서 '젊음의 향기'가 발산하는 듯 했다. 8년 만에 발표한 새 음반으로 너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향해가고 싶다는 가요계 1세대 싱어송라이터 하남석과 지난 2월 24일 오후 2시 그가 경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소재 음식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하남석, 8년 만의 이유 있는 음악 외출

- 얼마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인가?
"2013년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며 발표했던 <몽상가>란 앨범 이후 8년 만이다. 새 앨범을 내기 위해 8년 동안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완성된 시기가 다른 10곡과 '밤에 떠난 여인' 2020년 버전까지 총 11곡이 들어갔고 작년 10월부터는 분주히 음반 후반작업을 했다."

- 이번 음반의 의미를 둔다면?
"나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동료 선후배 포크 뮤지션들 대부분이 신곡 활동을 하지 않는다. 정말 안타깝다. 나도 같이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들었고, 우리 가요계에도 나이와 상관없이 창작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 앨범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좀 더 시적이고 좀 더 철학적인 깊이 있는 가사를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썼다 지웠다 를 무척 많이 반복했다. 생각도 많이 했고. 음반 제목 <황혼의 향기>는 나이가 들수록 꿈을 향해 시도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와 같은 연배 분들이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한 황혼을 잘 알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했다."

- 60대와 70대 연령대 발표했던 각 앨범의 차이가 있나?
"물론이다. 이번에 낸 음반은 세상을 관조하는 시선으로 느꼈던 점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60대 중반에 냈던 앨범은 음악적인 욕심, 시도가 더 농후했었다."

'천화'란 추모 곡,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으면
 
 가수 하남석

가수 하남석 ⓒ 하남석

 
- 다양한 창법이 매력적이다.
"목소리 관리,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왔다. 집근처 산에 매일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곳에서 발성연습을 꾸준히 했다. 중저음에서 스크래치 나는 창법을 구사한 곡들도 있다. 다양한 보컬 스타일로 완성된 곡들을 음악 팬들에게 전달하려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이 있나?
"'천화'는 3년 전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사고로 사망한 20대 젊은 청년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는 곡으로 하늘의 꽃이 되어 저 세상에서 평안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모든 수록곡이 다 애착이 가지만 타이틀 곡 '황혼의 향기'와 '꽃길'도 귀 기울여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 하남석하면 떠오르는 히트곡 '밤에 떠난 여인'을 재해석했다.
"이 곡을 새롭게 편곡해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품고 있었다. 단촐 한 느낌까지 들었던 이전 '밤에 떠난 여인'과 달리 리듬과 화음도 바꾸고 꽉 찬 악기 구성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고 만족할만한 곡으로 탄생됐다."

- '막차로 떠난 여인'으로 중간에 곡 제목이 바뀌었다. 이유가 있나?
"나도 소장하지 못한 1집 초반이 있다. 버버리 코트를 입고 찍은 앨범커버였는데, 그 초반에는 곡명이 모든 분들이 아는 '밤에 떠난 여인'이었다. 그런데 노래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작자가 '막차로 떠난 여인'으로 바꿔 인쇄를 했고. 앨범의 커버사진도 변경됐다.

이후 내가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우리말로 번안해 노래한 '바람에 실려' - 루 크리스티(Lou Christie)의 '새들 더 윈드(Saddle The Wind)'가 원곡 - 가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막차로 떠난 여인'을 '밤에 떠난 여인'으로 다시 바꾸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그 결과 정규 1집 앨범 인쇄물이 재차 교체됐다. 1974년에 벌어졌던 '밤에 떠난 여인'의 곡제목 탄생사다.

행운이 따랐던지 1974년부터 1976년사이 TBC-FM의 밤 프로그램 DJ로 활동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밤에 떠난 여인'을 듣고 싶다는 청취자들의 신청이 엄청나게 늘었다. 지금식으로 표현하자면 '역 주행 히트곡'이 됐고, 1977년에는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하남석의 레전드 송... 밤에 떠난 여인, 바람에 실려
 
 가수 하남석

가수 하남석 ⓒ 하남석

 
- 싱어송라이터 1세대 아티스트다.
"74년 팝송 '새들 더 윈드(Saddle The Wind)'를 번안해 부른 '바람에 실려'와 이후 김성진 작곡가가 만든 '밤에 떠난 여인'이 빅 히트를 기록하면서 하남석이란 뮤지션을 상징하는 곡이 됐다. 그래서 같은 시대 함께 활동했던 동료 음악인들도 보다 싱어송라이터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래도 열 아홉 살에 작곡했던 '잊지 않으리'나 '이 세상 끝까지' 등 1집 앨범에 수록됐다. 1집부터 지금까지 계속 노랫말과 멜로디를 써오고 있다."

- '밤에 떠난 여인'은 하남석에게 어떤 의미인가?
"평생 고마운 노래다. 군 제대 후 명동 다운타운 클럽에서 노래할 기회가 생겼을 때, 1973년에 결핵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작곡한 김성진 작곡가와의 만남은 내게 운명이었던 것 같다. '바람에 실려'는 하남석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곡이라 절대 잊을 수 없다."

- '밤에 떠난 여인'이 들어간 앨범의 당시 판매량은 어느 정도였나?
"30만장 팔린 것 까지 음반회사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음반 로열티의 개념이 전혀 없어 판매량을 계산해서 돈을 받지 못했다. 대신 현금 200만원과 포니 자동차를 가수가 된 후 처음으로 선물 받았다. (웃음) 지금으로 환산해도 엄청난 액수일거다."

끊임없는 노력과 관리로 음악에 대한 갈증 풀어
 
 가수 하남석

가수 하남석 ⓒ 하남석

 
- 뮤지션이 된 것 후회한 적은 없나?
"전혀 없다. 고등학교 때 기타를 배워 팝송 위주로 노래하고, 군 제대 후 미국으로 떠나는 형을 대신해 명동 유명 음악클럽에 갑작스럽게 무대에 선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도 너무 음악적으로 부족한 것을 많이 체감한다. 그래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고, 창작에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여력이 닿는 한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살고 싶다."

- 앨범 데뷔 47년차가 됐다. 지나 온 여정을 돌이켜 본다면?
"음악인으로서 지금껏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자신을 관리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 나이가 되면 친구들과 막걸리 한 잔하면서 즐겁게 보내는데 일상적 삶인데, 그렇게 지냈다면 이번 앨범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그래서 나를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친국에게 하고 픈 말'이란 노래를 앨범 마지막 트랙으로 담았다."

- 음악인으로서 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발표되지 않고 써놓은 곡들이 있다. 이번에 발표한 앨범이 어느 정도 알려져서 내 곡을 필요로 하는 후배나 가수들이 있다면 함께 음악작업도 하며 재밌고 보람 있는 시간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한 내 음악들을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갖기 바라는 꿈도 있다.(웃음)"

- 올해 활동 어떤 계획 갖고 있는지?
"현재 상황 때문에 소극장 공연 등을 못해 아쉽다. 앨범이 발매된 지 얼마 안 돼서 방송국을 중심으로 활동을 조금씩 늘려갈 예정이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라이브로 들려 드릴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하남석 싱어송라이터 황혼의향기 밤에떠난여인 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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