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관련 이미지.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관련 이미지. ⓒ 서울예술단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모친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궁중에서 자기 위치를 지키고자 친척들을 불러들이다 흥선대원군에게 미움을 산 그는일제에 의해 살해당한 비극의 운명 때문인지, 학계를 비롯해 문화계에서도 꾸준히 여러 갈래의 해석으로 재평가 되곤 했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아래 <잃어버린 얼굴>) 또한 그렇다.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가 올해 25주년 기념 공연을 오프라인에서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명성황후를 또 다르게 해석한 <잃어버린 얼굴>은 다소 과감한 선택을 했다. 2013년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무대에 오른 이후 코로나 19 팬데믹을 맞으며 극장 개봉용 콘텐츠를 자체 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서 종종 시도했던 공연 콘텐츠의 영화화는 단순히 실황 중계와는 다른 모양새다. 무대 공연을 몇몇 각도에서 단순히 촬영하고 편집한 실황 영상과 달리 극장용 콘텐츠는 배우들의 숨소리와 미세한 표정까지 계산된 연출 하에 잡아내고, 편집 기법 또한 꽤 세련되기 때문이다. 

초대 명성황후 역을 맡았던 배우 차지연을 중심으로 실력파 배우들이 모였다. 2020년 한 여름에 이들은 빈 객석을 앞에 두고 극장 개봉용 공연을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연출가나 작가, 배우 입장에선 무대 공연만의 매력, 날 것의 에너지와 생동감이 스크린에서 반감될 것이라 우려를 표했으나 정작 공개된 작품은 그런 우려를 씻기에 충분해 보인다. 넓은 공연장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할 섬세한 부분들이 화면에 드러나며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관련 이미지.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관련 이미지. ⓒ 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은 대원군 및 남편과 알게 모르게 갈등을 겪던 명성황후의 모습을 한 궁녀와 사진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명성황후를 험담한 죄로 비명횡사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명성황후를 미워하던 휘는 사진사가 되어 복수를 꿈꾸고, 휘의 연인은 궁녀가 되어 궁궐에 들어간 후 명성황후의 입체적 모습을 알게 된다. 

휘의 원한을 알고 있는 연인은 복수를 만류하고, 그 사이 일제 세력은 명성황후의 정체를 밝히고자 휘를 구슬린다. 결국 이 작품은 명성황후의 정체를 밝히고자 했던 일제 세력과 사적 복수를 품고 있던 휘, 그리고 명성황후 이 세 캐릭터의 긴장감을 발판 삼아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야기 자체도 꽤 신선하지만 작품을 채우고 있는 음악의 힘이 크다. 주요 넘버만 22곡에 달하는데 일반적인 뮤지컬 오케스트라보다도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악기로 채워져 있어서 우선 그 규모에 매료되기 십상이다. 이미 같은 방식으로 영화화 된 바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140여분의 감동을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느끼다
평점: ★★★☆(3.5/5)

 
<잃어버린 얼굴 1895> 관련 정보

제목: 잃어버린 얼굴 1895 (Lost Face)
제작 및 배급: (재)서울예술단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연출: 이지나
극작: 장성희
작곡: 민찬홍
출연: 차지연, 김용한, 최정수, 강상준, 신상언, 김건혜, 금승훈 외
장르: 공연실황 영화, 팩션 사극
러닝타임: 148분
개봉: 2021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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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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