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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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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죄라는 데 최선입니까? 그렇게 판결하고 가버리면 끝나는 겁니까?"

재판이 끝난 직후, 재판장을 제외한 사건관계인 누구도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지휘부 11명 모두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방청석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의 등을 향해 울분과 분노를 쏟아냈다. 검찰도, 11명의 피고인들도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유가족들의 분노를 그냥 듣고만 있었다. 

노란색 패딩을 입고 이날 선고 공판에 참석한 한 유가족은 다른 이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섰다. 법정을 나서기 직전, 그는 11명의 피고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앉은 모습을 돌아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래도 이번 정부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짧은 머리에 노란색 패딩 점퍼를 입고 있던 그는 법정 밖에서도 한동안 눈물을 훔쳐냈다.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의 풍경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년 10개월, 참사 발생 당시 구조 임무를 소홀히 해 사상자 수백 명을 발생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지휘부 10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전원 무죄'였다.

무죄의 이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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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10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이재두 전 3009 함장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을 비롯한 해경 지휘부 10인이 무죄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 이유는 사건 발생 당시 지휘부가 현장 구조대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와, 전달 체계의 문제를 꼽았다. 즉, 이미 현장에 나간 구조대원들의 보고 자체가 부실한 상황이었으며 간접적으로 전달된 내용만으로는 지휘부가 먼저 승객 탈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재판부는 "객관적인 사고 상황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의 지휘한 내용 일부는 시기와 상황에 맞지 않았지만 골든타임인 9시 50분 이후 이뤄진 퇴선 조치는 당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내린 적절한 조치였다"면서 "만일 세월호 침몰이 다소 늦어졌다면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많은 승객들을 구조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고인들이 당시 진도VTS로부터 받은 교신 내용만으로는 세월호 승객들이 방송에 따라 선내에 잔류하고 있었는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구조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하고 있었는지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과 직접 교신하여 퇴선준비 등을 지시했더라도, 이들은 그 지시를 묵살하거나 탈출방송을 했다는 (거짓된) 대답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가족들의 절규, 작아지는 재판장의 목소리 

이날 재판부는 앞선 이유 등으로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세월호 구조에 해경 전체의 책임이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현장 구조 업무가 명확히 이뤄지지 못한 건 평소 해경에서 조난 선박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정이 있다. 특히 침몰한 선박에 잠입해 퇴선을 유도하는 식의 훈련도, 관련 구조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큰 원인이 됐다. (중략) 해경 전체의 문제다. 인명사고에 대한 체계가 정비돼 있지 않았고, 역량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재판장이 잇따라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최종 판단을 언급하자, 방청석에서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게 말이 되느냐", "나름의 이유가 무엇이냐"는 외침이었다. 곳곳에선 깊은 한숨도 섞여 나왔다. 처음에는 "조용히 하라"며 직접 제재하던 재판부는 재판 말미가 되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커질 수록, 되레 재판장의 목소리는 작아져만 갔다.

선고를 마친 후, 양철한 재판장은 재판 시작과 달리 몹시 작아진 목소리로 "재판장이 한 마디 덧붙이겠다"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여러 측면에서 세월호 사건을 돌이켜봐야 하고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재판부의 판단에 대한 여러 평가가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지받든, 비판받든 다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 재판 어떻게 보셨습니까?"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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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 후, 유가족 대표인단이 취재진 앞에 섰다. 먼저 세월호참사 책임자 국민 고소·고발 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판단이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장에 있던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늘 재판 결과는 자신들이 내린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 성격을 정면으로 뒤집었다"면서 "다시 2014년 이전으로 우리 사회를 돌려보내는 재판 결과다. 이 재판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늘 재판 결과 어떻게 보셨나", "무엇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것이냐"면서 울부짖었다.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 재판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 달 전에 나온 세월호 특수단 수사 결과 보셨죠. 우리에게 그렇게 설득하지 않았습니까. 수사 결과 지켜보고, 그 결과가 미흡하면 나서겠다고 약속해서 우리를 기다리게 했잖아요. 특수단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왜 아무 말 없으십니까, 오늘 이 재판 결과는 또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런 엉터리 수사와 재판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데, 무엇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을 약속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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