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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그것은 왕을 상징하는 가장 우선적인 물건이다. 칼이나 옷보다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모자는 신분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물건이다. 그래서 왕을 나타내는 왕관은 그 어떤 다른 신분을 나타내는 모자보다 화려하고 위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신라 금관은 어떤 것으로 장식되어 있을까? 동물을 금관에 표현했다면 어떤 동물이었까? 당연히 동물의 왕을 넣었을 것이다. 동물의 왕이라면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나 용맹의 상징인 사자나 새의 왕인 독수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정답은 사슴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사슴의 뿔이다.

사슴은 연약한 초식동물이며 사자와 같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피식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사슴을 왕이나 지배층이 사용하는 금관에 사용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여러 의견이 있지만 시베리아의 유목민족이 신라로 이주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있다. 유목민족의 샤먼이 썼던 관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로 큰 나무가 없는 평원에서 흔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숲에서의 교목은 마치 하늘과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숲 속에서 만나는 사슴은 신의 말씀을 전하는 대리자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신의 말씀을 전하는 샤먼(당시 정치적, 종교적 지배자)이 쓴 관을 나무와 사슴의 뿔 모양으로 장식한 것이다. 시간적, 공간적 차이 때문에 신라가 북방민족의 문화를 수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황남대총 북분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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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새벽,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시간이 흘러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일 년이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다시 봄이 시작된다. 이렇게 순환하는 것은 권위를 가진다. 밤과 겨울은 모든 것의 죽음이지만, 다시금 시작하는 새로움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슴의 뿔은 봄이 되면 떨어져 나가고 다시 자라난다. 이 순환은 사슴에게 '하늘의 권위'를 부여해주었다. 그래서 사슴이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황남대총은 '경주 황남동에 있는 큰 무덤'이라는 뜻으로 남북방향에 있는 2개의 무덤이 붙어있는 형태다. 남쪽은 왕의 무덤이며, 북쪽은 왕비의 무덤이다. 이 금관은 왕비의 금관이다. 3개의 나뭇가지 모양과 2개의 사슴뿔 모양의 장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왕비의 무덤에는 금관이 출토되었고, 왕의 무덤에는 4개의 금동관과 은관이 나왔다는 점이다. 왜 왕비의 무덤에 왕의 관보다 훨씬 더 화려환 금관이 묻혔을까?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겠다.
 
황남대총 남분 은관
 황남대총 남분 은관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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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하루가 지났다. 2021년 1월 1일에 한 해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은 사람들은 음력 1월 1일 설날을 맞이하여 새롭게 다짐을 하기도 할 것이다. 천살은 이미 훌쩍 넘은 신라 금관은 이야기한다. 시간은 다시 돌아온다. 봄은 계절을 돌아 다시 나에게 올 것이다. 다시 봄이 오듯 몇 번의 실패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사자와 독수리와 용을 부러워하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작심삼일을 지치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끈기만 있다면 말이다.

태그:#황남대총, #금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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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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