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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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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학교, 직장, 고용, 의료, 가족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 제시가 필요한 일상적 용무를 볼 때도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포기한 적이 있으며, 화장실 이용 같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홍성수 교수)이 연구용역을 맡아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성별 정정·신분증, 가족생활·일상, 학교·교육, 고용·직장, 공공시설 이용, 군대·구금시설, 의료접근성, 건강수준, 기타 등 9개 분야에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국내에서 이뤄진 역대 트랜스젠더 실태조사 중 가장 많은 트랜스젠더가 피조사자로 참여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 588명 중 65.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대다수 응답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인터넷(97.1%)과 언론(87.3%), 드라마·예능 등 영상매체(76.1%)에서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법적 성별 정정을 한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6%는 의료 비용, 법적 절차, 건강 부담 등의 이유로 정정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들은 의료기관 이용(21.5%), 담배 구매·술집 방문(16.4%), 보험 상담·가입(15.0%), 은행 이용(14.3%), 전화·인터넷 가입·변경(9.2%), 증명서 발급(8.5%) 등 일상적 용무에서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21대 총선에서 신분증 때문에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9.5%나 됐다.

40.9%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화장실 이용 자체를 피하고자 음식물이나 음료 섭취를 하지 않은 경험도 39.2%로 집계됐다.

2019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질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37명(57.1%)이 우울증으로, 143명(24.4%)이 공황장애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환치료(성적 지향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하에 동성애 등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하는 운동)를 권유받은 적 있다는 응답은 22.3%, 실제로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1.5%로 조사됐다.

90%가 넘는 응답자는 중고등학교 시절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한 가지 이상 있다고 밝혔으며,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 57.1%는 성 정체성 때문에 구직을 포기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한국의 트랜스젠더는 여러 삶의 영역에서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 정책, 제도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 주민등록번호 임의번호화, 성별 정정 요건 완화, 성중립 화장실 확대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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