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0 07:26최종 업데이트 21.02.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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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재개발 상담 관련 등의 내용이 적힌 모습. ⓒ 연합뉴스


지난 5일 정부는 공공 중심으로 주택 83만6000호를 공급하는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택공급 대책이 너무 늦어,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에는 '패닉바잉'(공황구매) 진정 등 심리 효과만 일부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주택공급은 4~5년 이상 시간이 걸리고, 계획대로 이루어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임기 초 수준으로 집값을 하락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게 거의 확실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의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폭등하는 전세값과 월세 등 집세만큼은 꼭 안정시켜야 한다.


최근의 전세값 폭등은 그간 급등한 집값이 시차를 두고 집세에 반영되는 과정이다. 여기에 임대차보호법과 양도소득세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이 마찰적 일시 요인으로 가세한 것이다. 지금은 신규 세입자들이 전세 및 월세 상승으로 주로 고통을 받지만, 계약갱신권의 효과가 사라지는 2~3년 후에는 많은 수의 기존 세입자들까지 폭등한 집세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때는 가히 전세 대란이 발생할 것이다. 확실한 전세 대책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이다.

전세 대란 더 걱정되는 2~3년 후

집세는 집값과 달리 투기수요가 없어 실제 공급과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즉 주택공급이 실제 늘어나야 전세값이 안정된다. 이 때문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확실한 전세대책이 있으면 벌써 시행했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을 것이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깊이 고민해보면 답이 있다.

우선 빈집을 활용할 수 있다. 빈집의 활용은 실제 공급확대와 효과가 동일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폐가뿐 아니라 사람 살기 좋은 빈집도 늘고 있어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첫째, 농촌지역에 있는 전원주택 중 상당수가 주말이나 월 1~2회 정도만 사용된다. 내가 사는 마을의 54가구 중, 좋은 집 10채 정도가 거의 비어 있거나 주말만 사용하는 주택이다. 경기도 양평·여주·용인, 강원도 가평·홍천 등에는 더 좋은 집들이 많이 비어 있을 것이다. 집주인은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의 아파트에 거주한다. 이들의 일부가 농촌의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쓸 수 있다. 

이들이 서울 등의 주택을 세놓고 농촌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법대로 상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중과세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주택은 별장으로 보아 재산세 등을 중과세 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정부가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서울 등의 아파트를 세놓고 농촌으로 이사를 하면, 서울 등 대도시의 전월세 매물의 증가뿐 아니라, 농촌 인구가 늘어나 도시와 농촌의 균형 발전에도 기여를 한다.

둘째, 서울이나 수도권, 대도시에도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빈집이 늘고 있다. 지방 사람이 서울 등에 사 놓고 가끔 사용하는 집, 외국인이 사놓고 가끔 한국 와서 사용하는 집이 꽤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법대로 별장으로 보아 중과세하여야 한다. 그러면 서울 등에 전월세 매물이 조금이나마 늘어날 것이다. 별장은 농촌지역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서울 등 대도시에 있어도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별장인 것이다.

서울에도 별장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 연합뉴스

 
특히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도심의 빈집을 공공이 사들여 리모델링 한 후 임대 물량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세 대책으로 나올 매물은 많지는 않겠지만, 기존에 있는 빈집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빠르다.

그리고 시장에서 부족한 전월세 물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집세가 오르기 전까지는 집값에 비해 집세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값이 폭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작은 충격에 집값과 집세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상황이 됐다. 전월세 물량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공급되면 집세가 쉽게 안정될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정부는 4년 동안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1년에 6번, 2개월에 한번 꼴이다. 그래도 전세대책은 꼭 추가해야 한다. 집세가 여기서 더 오르면 세입자의 고통이 너무 커진다. 또한 집세의 하향 안정은 집값 하락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 임기는 1년 정도 남았다. 남은 임기 동안 전세대책과 함께 겸허한 자세로 부동산 정책의 틀을 새로 짜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0명이 넘는 국회의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다. 부동산 실패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돌이킬 수 없겠지만, 새판을 잘 짜면 역사의 평가는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다.

빈집 활용, 물량은 작지만 효과는 빠르다

부동산 정책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유주택자 중에서는 비싼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따라 입장이 크게 다르다. 가능한 예외를 두지 말고 보유 부동산의 가액과 임대소득, 양도차익 등이 클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1주택자에 대한 특혜 등으로 경제 논리와 맞지 않게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이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서울 등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현상도 발생한다. 또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임대소득세 등은 너무 복잡해 전문가도 알기 어렵다. 부동산 세제는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자신이 세금을 얼마 부담해야 하는지 바로 알게 해야 한다. 

이밖에 복잡한 분양제도도 단순화하고, 주택관련 통계도 확충하고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부동산 제도가 상식과 경제논리에 맞고 단순하게 정비되면 그 자체가 집값 집세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정책당국은 시장의 변화를 빨리 알 수 있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기도 용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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