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2020년의 끝과 2021년의 시작은 분명 남달랐다.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사회적 단절의 풍경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무서움과 동시에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새해전야>는 그런 감정적 교류와 공감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전작 <결혼전야>에서 이미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춘의 사랑, 특히 결혼 제도에 대해 짚었던 홍지영 감독은 그 시야를 달리해 연말연시를 바라봤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어쩌면 흔히 생각하는 '평균의 삶'보단 못 해 보일 수 있는 아홉 명의 주인공이 얽히고설키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배우 김강우-유인나, 유연석-이연희, 이동휘-천두링-염혜란, 유태오-최수영으로 이뤄진 배우의 합이 각각 이혼 위기를 겪어낸 커플, 사회 초년생 커플, 국제결혼 커플, 장애를 딛고 사랑에 집중하는 커플 등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새해를 일주일 앞둔 해당 인물들이 저마다 앞에 놓인 위기나 절망감을 마주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 시점엔 경건해지고 차분해지는 법이다. 들뜬 크리스마스를 지냈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며 12월을 맞이했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든 대부분의 사람은 새해를 떠올리며 더욱 행복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빌고 기대하며 연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 정서가 영화에도 잘 녹아있다. 

번아웃이 와서 한국을 떠난 재헌(유연석)이나 풋사랑에 실패하고 비정규직의 설움을 느끼며 장기 여행을 떠난 진아(이연희)는 지금의 20대가 느낄 법한 어떤 좌절감과 삶의 팍팍함을 상징한다. 

이혼 후 혼자 살아가는 형사 지호(김강우)와 이혼을 결심한 재활 치료사 효영(유인나)은 좀 더 인생의 쓴맛을 봤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은 현실을 체감하는 인물들이다. 중국 국적의 야오린(천두링)과 여행사 사장 용찬(이동휘), 그의 누나 용미(염혜란)에게선 가부장적 결혼 제도의 단면과 함께 국제 커플이 겪을 법한 난관을 읽을 수 있다.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래환(유태오)과 원예사 오월(최수영) 커플에게선 나와 다른 타인에게 갖는 편견의 무서움을 체감할 법하다.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영화는 교차편집을 통해 각 인물을 홀로 혹은 함께 맞물려 등장시키며 정서를 쌓아간다. <결혼전야>, 그에 앞서 <러브 액추얼리> 등에서 시도했던 구성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관통하는 연말의 정서가 <새해전야>에서 꽤 중요하게 작용했을 법한데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인 상황 때문에 오히려 판타지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스럽거나 공감이 가는 인물 설정은 홍지영 감독의 특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다양성 또한 감독이 오래 품고 있는 화두로 보인다. <결혼전야>에서 여러 직군의 캐릭터와 국제 커플을 등장시켰던 그는 <새해전야>에서도 같은 선택을 했다. 다만 '한국의 결혼'이라는 구체적 실체가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일종의 정서와 분위기에 기대는 식이라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이 때문인지 극중 인물이 겪는 사건이나 상황 설정 일부가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몇 가지 단점에도 <새해전야>는 두 번째 맞이하는 설날, 연초에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기 좋은 작품임엔 분명하다. 배우들이 각자의 장점을 드러내며 자신이 맡은 에피소드에 충실히 녹아들려고 했다. 이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한줄평: 상황과 처지는 다 달라도 인간다움은 여전히 아름답다
평점: ★★★☆

 
영화 <새해전야> 관련 정보

감독 및 각색: 홍지영
출연: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천두링,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
제공 및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수필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개봉: 2021년 2월 10일
 
새해전야 유연석 설날 이연희 유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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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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