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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고려대와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 안은 강자가 판치는 세상이었다. 자신의 자녀에게 A+ 학점을 줘도 됐고, 가족을 연구원으로 등록시켜 연구비를 받아가도 됐다.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마구 써도, 참석하지도 않은 해외 세미나 특근 수당을 챙겨가도 됐다. 모럴 해저드, 그 한편에는 인건비가 6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연구원들이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해가 바뀐 지금, 그 후 상황을 확인해봤다.[편집자말]
그 날,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직원 A씨는 외국에 있었다. 2016년 12월 7일 출국하여 9일 귀국했다. 

그런데 연세대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 기록에 따르면, A씨는 12월 7일 오후 6시부터 학교에서 일을 했다. 공학원 활성화 방안과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오후 9시까지 건물을 점검하고 순찰도 실시했다. 경우의 수는 몇 가지다. 잠깐 귀국했다 다시 출국했든가, 아니면 연세대에는 '유령'이 순찰을 돌던가... 

교육부는 모두 아니라고 봤다. 허위기록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2020년 발표한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종합 감사 결과에 나오는 지적사항이다.

이런 경우는 A씨만이 아니었다. 해외체류기간 중 시간외 근무를 한 것으로 기록돼 수당을 받아간 교직원은 20명이나 됐다. 앞서 경우를 포함하여 시간외 근무수당 집행이 부당하다고 교육부가 판단하여 당사자들로부터 회수 처분을 내린 수당 합계는 2억9434만1090원에 이른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교비를 집행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지적사항 86건 중 교육부가 교직원 중 당사자나 관련자를 콕 짚어 회수 처분을 내린 경우가 22건(25.6%)이나 됐다. 멋대로 돈을 펑펑 썼다는 이야기다. 그 사례들은 그야말로 다종다양했다. 

연세대식 '탕진잼'... 주말 대리운전비도 지원
 
교육부는 2019년 7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 처분서에 나오는 연세대학교 의료원 D씨의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내역. 2716만9840원을 결제한 D씨를 포함해 보직자 6명의 골프장 법인카드 이용액은 2억563만9040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2019년 7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 처분서에 나오는 연세대학교 의료원 D씨의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내역. 2716만9840원을 결제한 D씨를 포함해 보직자 6명의 골프장 법인카드 이용액은 2억563만9040원에 이른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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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몸은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경우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은 최고경영자과정 82기 일본세미나를 2017년 4월 7일(금)부터 9일(일)까지 오사카와 교토 등에서 진행했다. 그리고 연세대 측은 세미나에 참석하지도 않은 B씨에게 특근 수당 명목으로 100만원을 지급했다. 한 번이 아니다. 여섯 차례에 걸쳐 B씨 등 2명에게 총 580만원을 지급했다. 

"여비교통비는 교직원의 국내외 출장여비 및 교통비라고 되어 있고, 연세대학교 여비 규정 제4조 제3항에 따르면 사전에 승인 받지 아니한 내·외부 기관에서 주관하는 모든 출장 등의 경우에는 여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는데도..." (교육부 감사결과처분서 중)

대리운전비까지 내줬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연세대 측은 C씨에게 총 109회나 대리운전비를 지원했다. 그 한 사람에게 약 22개월 동안 집행한 대리운전비만 300만원(2백80만5980원)에 육박했다. 모두 귀가 목적이라고 했다. 

그 중 교육부가 공개한 카드결제 사용내역 84건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결제시각이 주말 또는 공휴일인 경우가 21건(25%)이 있었으며, 또한 자정 이후 심야 시간에 결제된 경우가 37건(44%)이었다. 2017년 5월 12일(금) 오후 4시 58분에 '귀가 목적'의 대리운전비를 결제했던 C씨는 같은 날 밤 11시 23분에 또 한 차례 대리운전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C씨는 주말에도 밤낮 없이 일을 하다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다. 

2716만원... 단 한 사람이 법인카드로 긁은 골프비 
 
등록금 부담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해결 과제다. 사진은 2011년 9월 14일 '반값등록금 연고제·고연제 선포 기자회견' 당시 있었던 퍼포먼스 모습.
 등록금 부담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해결 과제다. 사진은 2011년 9월 14일 "반값등록금 연고제·고연제 선포 기자회견" 당시 있었던 퍼포먼스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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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료를 보면 연세대학교 의료원이 얼마나 '골프 복지'에 후했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16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보직자 24명이 휴일에 골프장에서 긁은 법인카드액만 2억563만9040원.

그 중에서 특히 D씨(24번 사용자)는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로 총 71회 결제했는데, 한 달에 적게는 31만4000원에서 많게는 217만2750원을 사용했다. 그의 월 평균(사용월 기준, 25개월) 골프장 결제금액은 100만원(108만6793원)이 넘었으며, 총 합계금액은 무려 2716만9840원이었다. 2700만원은 50대 이상 은퇴 가구 연평균 소득(2020 보험개발원 은퇴시장 리포트)이자, 4년대 졸업 취준생 희망 연봉(3000만원, 2020년 8월 잡코리아)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D씨가 이미 학교측에 입금했어야 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관련자들로부터 전액 회수하여 병원 회계에 세입 조치하라는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종합 감사 결과 교육부가 이런 식으로 당사자들에게 학교측에 반납할 것을 요구한 지적사항 22건의 총 금액은 18억7913만2914원에 이른다. 

위 22건의 지적사항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는 회수 여부와 현재까지의 회수 금액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서면 질의를 발송했으나 연세대 측은 "현재 진행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만 밝히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발간한 '2020년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사립대 교비 회계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수입은 등록금(10조426억원, 53.7%)이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수입은 국고 보조금(2조9026억원,15.5%)이다. 연세대의 경우 2019년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4148억509만원(대학알리미, 재정지원사업 수혜실적)에 이른다. 

연세대학교에는 세금이 쓰인다. 교육부의 보다 엄격하고 강화된 감독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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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대의 민낯 ①] 교수님 딸이 A+ 받은 비결 : 학점에도 입학에도 '엄빠 찬스' http://omn.kr/1rur2
[연고대의 민낯 ②] 조국 때와는 너무 다른 검찰의 연고대 수사 http://omn.kr/1rw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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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간외수당, #교육부종합감사, #연세대, #대리운전, #사립학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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