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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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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단에 분명히 말했다. (경빈이에 대해) 구조조치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조사하고 수사해 달라고."

20일 <오마이뉴스>를 만난 고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아래 특수단)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체 무슨 조사와 수사를 한 것이냐"면서 "2020년 1월 (특수단을) 만나 요청했던 사안에 대해선 다 배제하고 경빈이가 당시 이미 사망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너무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든 지 435일이 된 전인숙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아들의 이름을 되뇔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특수단은 전날인 19일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물에 빠진 임경빈군을 헬기로 신속히 옮기지 않고 구조를 방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특수단은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해경이 '구조 당시 얼굴이 물속에 잠겨 있었고, 몸이 굳어 있었다'라고 진술한 점, 응급구조사가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인 시반이 이미 전신에 발생해 이미 사망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 등이 (무혐의) 근거가 됐다"면서 "피해자는 최초 발견 당시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해경지휘부가 임군이 살아 있다고 인식하였음에도 헬기가 아닌 함정으로 이송시켰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임관혁 특수단 단장은 "유가족이 이런 결과에 실망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라고 했다.

앞서 2019년 10월 31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는 "임경빈군이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 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면서 "경빈군은 헬기로 20분이면 갈 수 있었던 거리를 4시간 40여 분 동안 함정을 갈아타며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사참위 발표 직후인 2019년 11월 6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 뒤 1년 2개월간 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수단 발표로 가족들은 떼쓰는 사람처럼 보이게 됐다"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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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20일 사참위는 "경빈군의 구조방기 건은 참사 당일 관련 법령이나 매뉴얼에 따른 정상적인 수색구조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포착해 (특수단에) 수사 요청한 것"이라면서 "의사의 판정 없이 '익수자'를 임의로 현장에서 사망 판정하고 시신 처리했던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향후 재난 현장에 출동한 공권력이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를 의사의 판정 없이 임의로 시신 처리를 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수사 결과를 비판했다.

경빈엄마 전씨 역시 "헬기를 타고 이동해 병원 조치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자기들 마음대로 판단해 다섯 시간에 걸쳐 경빈이를 끌고 다녔다. 위급상황에서 본인들 마음대로 위에서 지시를 내리면 그에 따라 사람을 그냥 죽여도 되는 것이냐. 정말로 그런 것이냐"면서 "왜 구조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수사단은 밝히지 않았다"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특수단의 수사결과 발표는 (책임자들에게) 또 하나의 면죄부를 준 계기가 됐다"면서 "이로 인해 진상규명을 바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행동이 떼쓰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특수단의 수사결과 발표 후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은 '8번째 세월호 조사, 외압·사찰 무혐의' 등의 제목으로 특수단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했다. 이 신문은 "특수단은 '해경의 단원고생 임경빈군 헬기 구조 방기' 의혹도 무혐의 처리했다"면서 "수사팀은 전문의료기관 분석 등을 토대로 당시 임군이 숨진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전씨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국정원 및 기무사의 사찰이 무혐의 결론 난 것에 대해서도 "부모들 역시 모두 평범한 국민들"이라면서 "평범한 이들이 사찰을 당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그 증거로 모아 특수단에 수사 요청을 한 것인데 특수단에서 왜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특수단은 2014년 당시 국정원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부분에 대해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미행·도청·해킹·언론유포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침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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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빈엄마는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지 햇수로 3년이다. 이제는 어떠한 답이든 대통령이 줘야 한다. 특수단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해서 이렇게까지 기다렸다. 이런 답을 듣고자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니다. 어떠한 답이든 이제는 대통령이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유경근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수단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하고 계시냐. 오늘 발표한 수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결론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냐"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던 스스로의 약속대로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서 진상규명 약속을 지킬 것인지, 고의적인 부실 수사가 아니라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수사를 어떻게 책임지고 이어갈 것인지 입장과 계획을 밝혀야 할 때"라며 문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특수단은 고 임경빈군 구조 방기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기무사가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 법무부가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기소가 이뤄진 2건과 별도 수사 주체가 있어 결론을 유보한 2건, 혐의 미확인 1건을 제외한 12개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단을 내리고 19일부로 해체됐다.

태그:#경빈엄마, #특수단, #문재인, #임경빈,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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