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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 서명 용지가 한 아파트 단지함에 배포되어 있다.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 서명 용지가 한 아파트 단지함에 배포되어 있다.
ⓒ 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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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민 아무도 모르게 세균실험을 하고 있는데 여야니 보수니 진보니 다 떠나 당연한 결과예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손이헌 공동대표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스팟인터뷰에서 청구서명 운동 결과를 마치 예상한 듯 말했다.

지난해 10월 19일부터 시작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서명이 주민투표법에 따른 목표인 15만 명의 2/3 이상을 넘어섰다. 법적 효력을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주소, 연락처, 개인정보 처리 방침까지 모두 기입해야하지만, 15일 오전 기준 11만1292명이 동참했다. 모두 부산시 거주자다. 서명운동 마감은 오는 27일까지다. [부산시 주민투표 요구 서명 페이지 http://busanvoteon.com]

손 대표는 "코로나 상황에서 자발적인 서명전이 펼쳐졌고, 최근 20여 일 만에 7만 명이 넘게 서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목표서명수 2/3 돌파... "시민이 직접 폐쇄 찬반 결정해야"

하지만 서명운동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6년경 생화학 방어전을 내세워 '주피터 프로젝트'와 '센토 체계' 등을 운영하는 미군은 탄저균보다 수만 배 이상 독성이 강한 여러 독소를 부산항에 들여와 실험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어떠한 시료도 들여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2019년 뒤늦게 현장 설명회가 열렸고, 미군은 샘플을 모두 비활성화했다고 말을 바꿨다. 관련 실험과 반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자리였다.

결국 부산시민이 해당 시설 폐쇄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민투표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방사무가 아니라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추진위는 자체적인 서명으로 여론을 모아내기 시작했다. 10월부터 시작된 주민투표 성사 서명은 86일째인 지난 12일 10만 명을 넘어섰다. 아파트단지 13만 가구 이상에 서명 용지가 배포됐다. 오프라인의 참여는 온라인 서명 열기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만 하루 5천 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폐쇄 찬반 투표에 서명했다. 

해당 서명은 주민투표와 관련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손 대표는 대면 접촉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부산시민 10만 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한 것은 정말 큰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시민의 여론이 부산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승소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손 대표와 나눈 스팟인터뷰 일문일답.
 
11만 명 넘어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서명 온라인 페이지.
 11만 명 넘어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서명 온라인 페이지.
ⓒ 청구서명 온라인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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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가 11만 명을 넘어섰다.
"오늘 아침에 보니 11만 명이더라. 여기에 오기까지 90여 일 정도 걸렸다. 대단한 일이다."

- 감회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여당이니 야당이니 진보니 보수니 떠나서 너나 할 것 없이 공포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하나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소상공인이 고통받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진행되는 저 실험은 더 위험하다. 오히려 시민들 스스로 더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서명함 효과, 서명열기 확산"

- 최근 20여 일간 서명 참가자가 7만 명 가까이 늘었다.
"비대면 시대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처음엔 알음알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거리 서명을 했다. 여러 농성장도 찾아다니고 아는 사람을 모두 만났다. 그러나 방법을 바꿨다. 도심에 밀집한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서명 방식도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참여자가 점점 늘었다."

- 아파트에 서명함이 곳곳에 있었다.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
"부산의 아파트에는 많은 시민이 산다. 관리실과 입주자 대표들을 만나서 이유를 설명하고 서명함을 배치했다. 이미 서명을 알고 있는 분들도 있었다. 서명 봉투를 우편함에 넣고, 승강기에 서명함을 설치했다. 아파트 단지로 공문을 보내 수락을 하면 용지를 투입하고, 수거하는 방식이었다. 가구로 보면 한 13만 가구 이상 서명지를 받았을 것이다. 

공유가 되면서 소문도 났다. 일부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는 서명함을 직접 보내 달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수임인이 된 셈이다."

- 시민들의 반응은?
"한 참여자는 서명함이 안 보여 서명지를 계속 들고 있다가 다른 아파트로 옮기는 서명함 관계자를 보고 쫓아와서 넣고 갈 정도였다. 선전을 하면 추운 날씨에 끼던 장갑을 주기도 했다. 커피와 간식, 핫팩 등의 응원은 다반사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고생한다며 힘을 주셨다."

- 서명운동은 누가 진행하나?
"부산지역의 100여 개 단체가 추진위에 참가하고 있다. 부산 16개 구군 중 일부는 구역을 합치고 해서 12곳에서 주민투표 추진위를 구성했다. 그 외에 여러 부문 단체가 수임인 단체를 자처했다. 주민투표법상 청구서명을 받는 사람이 수임인인데, 추진위 모든 단체가 청구 서명 주체가 되어 나섰다." 

- 서명 목표가 15만 명이다, 달성된 이후는 어떻게 되나?
"다시 부산시에 실험실 폐쇄 찬반 투표에 대해 요구를 하고, 이후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에게도 실험실 폐쇄 등 공약을 촉구할 계획이다. 부산시 유권자 수인 292만6천여 명의 5%면 14만7천여 명 정도인데 작은 의견이 아니다. 부산시장 후보들도 이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11만 명 넘어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서명. 서명 수거함이 한 아파트 엘리베이트에 설치되어 있다.
 11만 명 넘어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서명. 서명 수거함이 한 아파트 엘리베이트에 설치되어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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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 열기가 확산한 이유는? 
"바이러스 하나로 온 세계가 시끄럽다. 그런데 미군이 우리 모르게 세균실험을 한다? 반입 없다고 하더니 결국 2019년 12월 현장 설명회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느냐. 왜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실험을 하나. 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 책임자가 한국은 호의적이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압처리가 수월한 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명은 주권국의 시민으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외침이다."

- 부산항 등 미군 기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실험의 위험도는?
"예로 들면 탄저균 17kg은 핵무기 2.6메가톤과 같다. 탄저균은 자연 상태에서도 40년 넘게 존재하는 치명적 세균이다. 그런데 더 강력한 보툴리눔을 들여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소 중 하나로 1g으로 100만 명을 숨지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에 실험하다가 조금이라도 퍼진다면, 하수도나 부산 앞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그 피해가 얼마겠나.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가 없다고 어떻게 장담하나. 

작년 9월 2일 마이삭 태풍 때도 (미군 기지) 사이렌이 부산항에 울렸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진입을 못했다. 비바람 오작동이라고 하는데 그건 알 수가 없다. 이곳은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이 실험은 미국에서도 사막 한가운데 지하 150m에 들어가 진행한다. 대한민국의 도심에서 비밀리에 실험하는 것은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것과 같다."

- 주민투표는 실제 가능하나?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청구한 시기가 9월 23일이다. 부산시는 중앙정부에 질의해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교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민투표법에도 15만 명을 모아서 청구서명을 하면 투표가 가능하도록 명시가 되어 있다. 부산시는 반드시 주민투표를 허용해야 한다."

- 행정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2월 28일에 부산지법에 민변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기장해수담수화시설 삼중수소 등 논란 때도 법적 다툼이 있었다. 기장군 내에서 해수담수화시설 찬반 주민투표를 하려고 했으나 부산시는 그 당시에도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행정소송에서 부산시가 패소했다. 이번 사안도 같은 내용이다. 

시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실험실의 폐쇄 판단은 분명 부산시의 사무다. 승소할 것이다. 사법부가 정의롭게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
 
11만 명 넘어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 서명.  손이헌 추진위 대표가 부산항 8부두 앞 10만 명 서명 관련 입장 발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11만 명 넘어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 서명. 손이헌 추진위 대표가 부산항 8부두 앞 10만 명 서명 관련 입장 발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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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항 미군세균실험실, #찬반 주민투표, #보툴리눔, #탄저균,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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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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