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이미지.

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이미지. ⓒ 트루 라이즈 픽쳐스

 
시작부터 끝까지 유머인지 짠한 휴먼드라마인지 헷갈리는 작품이 등장했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선공개 된 영화 <귀여운 남자>는 제목 그대로 '귀여운', 동시에 '애잔한' 면이 돋보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혼을 당한 기성(신민재)은 교육 교재 영업을 뛰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운다. 전 아내는 자신의 고교 동창과 살림살이를 차렸고 딸 진주(홍하나임) 또한 데리고 산다. 사실상 아내의 외도로 보이지만 기성은 함께 살던 집이 너무 작아 헤어진 거라 짐작하고 있다. 그런 기성을 두고 딸은 "아빠가 못생겨서 이혼당한 것"이라며 현실을 깨우쳐 주지만 도통 기성은 '마이웨이'다.

<귀여운 남자>는 어려운 상황에 빠진 기성이 가족의 재결합을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적어도 초중반까진 그렇게 보인다. 그 이후부턴 우연히 알게 된 은행직원 일영(이진리)이 기성을 맹목적이다시피 쫓아다니며 이야기에서 곁가지를 친다. 기성 앞에 몇 가지 갈림길이 놓인 셈인데 그가 기존 가족을 택할지 새로운 사랑을 택할지는 사실 이 영화에서 크게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이미 기성을 둘러싼 여러 주변 환경과 인물, 사건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만듦새가 조악한 편이다. 기성이 겪는 사건, 어려움들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제시돼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 가령 다짜고짜 은행에서 일영이 기성에게 귀엽다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아버지의 사채로 어려움에 처한 기성을 일영이 왜 적극적으로 돕게 되는지 생략돼 있다. 맥락이라도 살렸으면 좋았겠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난 기성이라는 설정만 남아 있는 꼴이다.

영화의 분위기가 진지한 듯 가볍게,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한 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으로 보아 B급 코미디물을 표방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캐릭터나 이야기의 일관성은 있어야 할 텐데 <귀여운 남자>는 애초부터 그런 점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영화 자체의 시작과 마무리에만 관심 있어 보인다. 기성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의 연기를 비롯해 몇몇 캐릭터들의 연기 톤 또한 작위적이며 어색하다.
 
 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이미지.

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이미지. ⓒ 트루 라이즈 픽쳐스

  
 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이미지.

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이미지. ⓒ 트루 라이즈 픽쳐스

 
이 모든 게 감독의 의도였고, 영화적 장치였다고 해도 <귀여운 남자>가 촬영이나 편집 등 기술적 면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분명 같은 신인데도 여러 번 테이크를 나눠 찍은 게 티 날 정도로 편집점이 튄다. 후시 녹음과 촬영본의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이 몇 장면 있다. 일부 배우들은 입 모양과 들리는 대사가 전혀 달라 혼동을 주기도 한다. 카메라 워크 또한 균질하지 못하고 맥을 놓치기 일쑤다.

사실 <귀여운 남자>는 모든 촬영을 스마트폰 종류 중 하나인 아이폰7+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적은 예산, 한정된 기간이라는 어려움이 있었다는데 연출을 맡은 김정욱 감독이 의도한 코믹한 요소를 더욱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기본기나 균질성은 있어야 할 텐데 영화에서는 그런 미덕을 찾기 어렵다. 

단 두 달의 제작기간, 그 와중에 교통사고까지 당해 주연 배우와 스태프 일부가 크게 다쳤다는 후문이다. 추가 촬영을 진행해 지금의 완성물이 겨우 나올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영화 현장 비하인드가 아닌 영화 그 자체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극장가에선 통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 동원 대열에 합류한 이병헌 감독의 초창기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하지만 이 역시 홍보수단으로만 활용될 뿐 <귀여운 남자>와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순 없다.  

한줄평: 고생과 환경의 열악함 자체가 영화적 미덕이 될 순 없다
평점: ☆(0.5/5)

 
영화 <귀여운 남자> 관련 정보

감독: 김정욱
출연: 신민재, 이진리, 황정윤, 홍하나임
제작: 트루 라이즈 픽쳐스
배급: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개봉: 2021년 1월 14일 예정
 

 
귀여운 남자 2021년 이혼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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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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