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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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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건설협회 등과 진행한 화상회의에선 '도심고밀개발'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무작정 고밀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집값 상승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자가주택 대신 분양? 과거와 달라진 목소리 

변창흠 장관은 지난 5일 서울시와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주택 관련 담당자들과 정책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변 장관이 강조한 것은 도심고밀개발이었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교통 편리 지역에 대한 용적률 완화와 공공재건축 종상향에 대한 제도적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주택 공급은 임대나 공공자가주택이 아닌 '분양'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을 적극 강조했던 예전과는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변 장관은 "임대주택이나 공공자가주택 위주 공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관협력을 통해 도심 내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고분양가 책정을 가능하게 해달라거나, 임대주택 특혜를 더 달라는 건설업계의 주장에 대해 변 장관은 "살펴보겠다"며 "주택공급 확대는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설 전에 발표될 예정인 주택공급 대책이 '고밀개발'과 '분양'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해 첫 공급대책에는 공공재개발과 재건축의 구체적인 입지도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값 오히려 끌어올렸던 공급대책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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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택공급 대책이 현재 집값 상승세를 잡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공급, 지난해 5월 공공재개발, 8월 공공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지수는 10.7%, 전국 주택 가격은 8.35%나 올랐다. 서울의 웬만한 신축 아파트는 10억원이 넘는다.

오히려 공급 대책은 시장 불안만 야기했다. 공공재건축 유력 단지로 거론되는 은마 아파트는 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11월엔 전용면적 84㎡가 22억원, 12월에는 23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은마 아파트는 토지거래 허가제로 거래되지만, 매매 거래가 될 때마다 최고가를 찍고 있다. 또다른 유력 후보인 잠실주공 5단지 역시 지난해 12월 전용 76㎡가 21억~22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단순히 후보지로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가격이 오르는데,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 추가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개발계획 확정=집값 상승'은 부동산 투기 시장의 기본 공식이다.

당장 정부는 고밀개발을 통해 총 7만호(공공재개발 2만호, 공공재건축 5만호)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고밀개발 계획이 수립, 진행되면 도시계획 정합성 훼손과 교통 부담, 투기세력 특혜 논란 등 정부 부담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공급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고밀개발을 통해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주택이 가능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이미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이라는 실패 사례가 있다.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은 민간 토지주에게 종상향과 기금지원 등 막대한 특혜를 몰아주는 정책으로 초기부터 숱한 논란이 돼 온 정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역세권청년주택은 59개 사업지, 1만9363세대가 공급됐거나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종상향 특혜 명목으로 공공이 임대주택으로 환수하는 물량은 3864세대, 전체 물량의 19%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택은 주변 시세 90% 안팎 수준의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데, 비싼 임대료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과 마포구 서교동에 공급된 청년주택 일부 유형은 보증금만 1억원이 넘어 청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9월 기준 청년주택(신혼부부용) 민간 임대 입주율은 60%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간 토지주들의 '개발이익'을 맞추려다보니 부담가능한 수준의 임대료 책정이 어려운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면제 받는 공공재개발, 집값 잡힐까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해주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고분양가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공공이 공급한 공공주택이 오히려 집값 상승세를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 등 시장 정상화 제도 구축을 외면한 채, 먼저 공급 확대라는 방향을 설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란 지적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부동산 투기가 가능한 시장 질서를 바꾸지 않은 채 무작정 공급만으로 집값이 잡힐 거라는 것은 크나큰 착오"라며 "제도 정비 없이 추진하는 고밀개발은 토지주들과 부동산 투기 세력의 배만 불린 채 집값만 올리는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도 "토지주들에게 이익이 더 돌아가는 방향이라면, 당연히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며 "공공자가주택이 아닌 분양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기존 서민층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상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그:#변창흠, #고밀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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