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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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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 약 2년 만에 청와대를 떠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노영민 실장의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한다.

노 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민정수석 인사를 직접 발표한 뒤 "저도 한 말씀 드리고겠다"라며 사실상 퇴임사를 했다.

노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편견 없는 합리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기반한 미래 비전을 가진 분이었다"라며 "최고의 대통령을 모셨던 지난 2년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라고 지난 2년을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중국 후한의 사상가 왕충(王充)이 쓴 <논형(論衡)> '장류편(狀留篇)'에 나오는 '삼척지빙 비일일지한(三尺之氷 非一日之寒)이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노 실장은 "'빙동삼척 비일일지한'은 '세 척의 얼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라며 "세 척이면 1m인데, 이 1m의 얼음이 하루의 추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하루의 따뜻함으로 녹일 수도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라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혜를 발휘해 대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라고 풀이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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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실장은 지난 1월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당시 노 실장은 "좀 일찍 (청와대에) 와서 몇 개 방을 둘러봤는데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글이 다 걸려 있었다"라며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새겨야 할 사자성어다"라고 말했다.

<채근담>에 나오는 '춘풍추상'은 '지기추상 대인춘풍(知己秋霜 對人春風)'에서 나온 말이다.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정하게, 상대방에게는 봄 바람처럼 너그럽게 대하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실장이 됐든 수석이 됐든 비서일 뿐"이라며 "그것을 항상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2월 청와대 다주택 보유자에게 "1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한 것이 노 실장의 발목을 잡았다. 4.13 총선을 앞두고 띄운 '승부수'였지만 본인을 포함한 청와대 다주택자 보유자들의 주택 처분이 지지부진하면서 극심한 민심 이반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8월 7일 5명(민정·인사·정무·국민소통·시민사회)의 수석비서관과 함께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노 실장을 유임시켰다. 과거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전셋집을 얻은 그는 차기 지방선거에 충북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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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영민, #'삼척지빙 비일일지한, #논형, #왕충,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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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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