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어느덧 2020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올해는 다양한 일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고 국내에선 검찰개혁 이슈가 타올랐다. 지난 여름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은 고질적인 스포츠계 폭력 문화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시대의 목격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MBC < PD수첩 >은 올해도 우리 사회 곳곳을 조명했다. 그리고 지난 15일과 22일 연말 특집 2부작으로 올 한 해 다뤄진 아이템의 '그 후'를 담았다. '연말 특집 1부 : 권력의 그늘'에선 권력의 민낯을 조명했다. 특히 코로나19 1차 유행 때 대규모 감염을 발생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신천지 등 종교 권력에 대해 다뤘다. '연말 특집 2부 : 돈과 거짓말'에선 라임사태와 나눔의 집 비리, 집 값 상승 등에 대해 재조명했다. 

제작기가 궁금해 지난 23일 해당 편을 취재-연출한 성기연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성 PD와 나눈 일문일답. 

- 최근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특집 2부작 방송했어요. 1년을 정리한 거라 다른 아이템 취재했던 때와는 소회가 다를 것 같아요.
"사실 기존에 남들이 다 했던 걸 하는 거라 쉬울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혼자 2부작 한다고 했죠.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하는데 상당히 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그냥 한 편 하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어떤 점들이 힘들었나요.
"예를 들면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는 지금 어떻게 됐는지?'가 있었고, 저희가 고발했던 검사 사건의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라임 사태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았는지 등이 있었어요. 처음엔 저도 시청자의 마음으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알아보게 됐는데요. 취재하다 보니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책임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방송하고 끝이 아니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끝까지 다루는 게 꼭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자원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나요?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하긴 좀 그렇고요. 하면서 엄청 보람이 있었어요. 후속 취재 하러 갔을 때 (방송 후) 정말 (상황이) 달라져서 그 분들이 (방송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면 굉장히 보람이 있더라고요. 한편으론 아직 상황이 바뀌지 않은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런 걸 접하면선 '방송을 더 잘 만들었어야 했나'란 생각도 했습니다."

- 연말 특집의 전체적 콘셉트는 뭔가요. 
"연말 특집 콘셉트는 크게 두 가지로 잡았어요. 저희가 1년 동안 굉장히 많은 아이템을 다뤘는데요. 대표적인 게 코로나와 검찰, 은행과 부동산이었어요. 거기서 각각의 키워드를 뽑았스비다. '잘못 쓰인 권력' 그리고 '돈' 문제였죠. 그렇게 1, 2부의 주제를 각각 잡았습니다."

- 1부 부제가 '권력의 그늘'이라고 했어요. 주요 내용이 뭔가요. 
"코로나는 예상치 못했던 질병이잖아요. 코로나로 인해서 그동안 몰랐던 이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드러나게 된 거예요. 저희가 방송한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관련 내용을 보면, 교인들의 신앙을 종교 지도자들이 호도한 거죠. 전광훈 목사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종교적인 신앙으로 포장한 뒤 그렇게 해야 신앙이 깊은 것처럼 믿게 만들었죠. 

거짓말로 전도하는 껄 모략 전도라고 하죠. 신천지 신도들은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한 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 게 그 사람을 돕는 거고 신앙심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한 거잖아요. 이만희를 신격화하는 것 역시 종교활동의 일환으로 생각했죠. 저희는 이 두 종교집단을 통해 일단 잘못 이용된 종교 권력이라는 내용을 담았고요.

또 이미 수년째 < PD수첩 >에서 지적해왔던 검찰 권력, 그리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희생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스포츠 권력까지 세 분야를 다뤄봤습니다. 사실 올해 < PD수첩 >에서 예년에 비해 더 많이 다뤘던 또 하나의 권력 집단은 '의사들'이었는데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희가 과거에 존경하던 권력들인 목사, 검사, 의사들에 대한 존경심 내지 권위가 훅 떨어진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 2부에선 돈과 거짓말을 다뤘어요. 
"올해 되게 힘들었잖아요. 가장 먼저 올 한 해를 집어삼킨 이슈인 부동산 문제를 다뤘고요. 그리고 보이스피싱, 코스닥 기업사냥꾼처럼 티 나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부터 믿었던 은행에서 사기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봤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 코너였던 N번방이나 나눔의집 같은 경우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눔의 집 사건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거잖아요. N번방은 성 착취물을 유통시키기 위해 너무 악랄한 범죄를 저질러서 모두 경악했죠. 그래서 돈 때문에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도덕까지 저버린 케이스들로 묶어봤습니다."

- 후속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아무래도 < PD수첩 > 아이템은 다 쉽지 않잖아요. 내용적으로 어려웠다는 건 처음에 말씀드렸고요. 매회 각각의 PD가 한 편 만들 때마다 항상 소송의 위험이라든가 부담을 안고 만들잖아요. 민감한 사안들을 다시 써내 언급하는 것이어서, 저도 그 정도 수위의 긴장과 팩트체크를 해야 하더라고요."

- 2부 초반 '검언유착' 의혹의 진실에 대해서도 나오던데 이건 계획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데.
"맞아요. 저희 원래 방송편성 시간보다 10분 더 나갔거든요. 이게 지난주 금요일(18일)에 결정이 났어요. 왜냐면 그 뉴스 자체가 지난 방송 이후에 나왔잖아요. 수요일(16일) 저녁에 나왔을 걸요. 언론에 한 번 의혹이 뜨면 많은 기사가 나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내용은 그냥 묻히기 일쑤고요. 사람들의 기억엔 '그거 뭐 문제 있다고 나왔던 거 아니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결정/제작 과정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 PD수첩 >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이고, 명료한 것인데 자꾸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잡고 가자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 < PD수첩 > 1년을 정리하며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것도 보통 방송과 똑같아요. 내용 준비는 훨씬 많이 하고 편집과정에서 줄이는 거예요. 근데 이번에 제가 개인적으로 못내 아쉬운 부분은 나눔의 집이었습니다. 사실 나눔의 집 같은 경우는 저희가 연락드렸을 때 '지금이 최악'이라고 하셨었거든요."

- 왜죠?
"두 번의 방송 이후로도 여전히 나눔의집 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이 확실히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민관합동 조사 1차 결과발표는 이미 8월에 있었습니다만, 경기도청의 이사진 해임 최종결정도, 경찰의 조사도 계속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요. 그 와중에 시설 측에서는 공익제보자들에게 계약연장 중지 통보, 각종 내용증명, 고소·고발을 계속하고 있었거든요.

공익제보자들의 말씀에 의하면,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께서 여전히 문제상황에 노출되어있다고 해요. 냉장고에 인스턴트 식품들이 들어있기도 하고, 한 할머니의 경우 부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으신 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후속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송 4일 전에 경찰이 시설 측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고 경기도청이 법인 승려 이사 5명의 해임을 최종결정한 것이죠. 부랴부랴 최종결과를 담아 방송에 냈지만, 사실 공익제보자들이 완전히 해피엔딩을 맞은 건 아닌 셈이죠.

시청자분들이 '아, 나눔의 집 사태가 다 해결됐구나. 끝이구나'라고 생각하실까 봐 내심 걱정되는 부분이고요. 우리가 관심 갖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런 문제는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도 잊지 않을 테니 시청자분들도 꾸준히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 PD수첩 >이 30년 됐잖아요. 연말 특집을 준비하면서 옛날 방송을 많이 봤는데요.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우리 참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또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더 새로운 모습, 새로운 에너지 선보이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또 많은 고민하고 있거든요. 쭉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기연 PD수첩 코로나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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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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