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풍경이 바뀐 지도 어언 1년이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됐고, 외부 활동도 상당히 제한됐다. 여행, 스포츠 등 여가 활동은 물론 식당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일도 더 이상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자 극도의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20년을 기억에서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블루'는 생각보다 깊이 우리 안에 침투해 있다.

'코로나19 2단계 격상 전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촬영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코로나 19는 방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는 어김없이 위와 같은 자막이 따라 붙는다. 제작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몇 단계에 촬영한 분량인지 밝히고, 그에 맞는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고 안내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구한다. 모두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제작진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만큼 제작 및 촬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C의 경우, 지난 18일 <선을 넘는 녀석들> 조연출과 <복면가왕> 외부 카메라 감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삼암동 사옥 청소 노동자 1명(20일), <전지적 참견 시점> 스태프 1명(22일)이 추가 확진됐다. MBC는 건물 방역에 나서는 한편 관련 프로그램 등을 결방했다. 그러나 24일 <전지적 참견 시점> 스태프 1명이 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한편, 가상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예능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마스크 착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이나 방송 출연 등의 경우에는 마스크 의무화 예외 상황으로 인정이 된다. 따라서 그동안 대다수의 예능 출연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방송에 임했다. 
 
 광희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네고왕>에서 민트초코를 싫어한다고 밝혔는데, 구독자들의 항의를 받자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위 장면은 '민초단'들에게 공식 사과하면서, 민트초코를 '맛있는 치약맛'이라고 표현하는 모습.

<네고왕> ⓒ 달라스튜디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연예인을 노출시키고 있는 예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했다는 자막의 내용과는 달리 다수의 출연자가 마스크 착용 없이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는 것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이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방통위는 24일 방송사들에게 마스크 착용, 출연자 간 거리두기 등을 방역지침 준수 강화를 권고했다. 

예능의 마스크 착용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쌈디는 Mnet <쇼미더머니 9> 파이널 무대에서 손소독제를 바른 뒤 마스크를 쓴 채로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고, 황광희는 웹 예능 <네고왕>에서 립뷰마스크를 착용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직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19는 제작 환경뿐만 아니라 소재와 콘셉트의 변화도 가져왔다. 야외 촬영이 많고, 시민들과의 소통이 주로 이뤘던 그동안의 콘셉트는 점차 줄어들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더 이상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 기존의 구수하고 정감있는 느낌이 사라져 아쉽기는 하지만, 유명인들과의 밀도 있는 인터뷰가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이 상승한 예외적 케이스이다. 

골목이 주무대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식당이 배경이 되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고, 그에 따라 시식단 섭외 등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0 SBS 연예대상'에서 특별상 공익예능상을 수상한 김성주는 "올해 촬영하기 무척 힘들었"다며 "솔직히 프로그램을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또, 우후죽순 생겨났던 여행 예능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해외 여행 프로그램들은 문을 닫았고, 캠핑(tvN <바퀴 달린 집>, JTBC <갬성 캠핑>, KBS Joy <나는 차였어 - 겨울이야기>), 요트(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 tvN <바닷길 선발대>) 등 제한된 공간에 머무는 예능이 각광받았다. 힐링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면서 '자체 격리'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단짝(?) 연예인 두 명이 오지로 들어가 자연인들과 함께 생활해 보는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나 강화도 양양군의 땅을 빌려 마을 공동체를 건설하는 KBS2 <땅만 빌리지>도 같은 맥락이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예능의 변화는 상수나 마찬가지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강호동은 tvN <신서유기 시즌8> 사전 모임에서 "코로나 19로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예능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풀 죽어 있는 모습만 보여서는 안 된다. 촬영이 가능한 여건 속에서는 시청자 분들께 더 큰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웃음이 실종된 시대, 시청자들이 기댈 곳은 결국 예능이다. 그걸 알기에 강호동은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2020년 예능은 분명 어려웠다. 비록 어려운 시기이지만 부디 힘을 내시라고 응원하고 싶다.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을 예능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21년에는 모두 마음껏 활짝 웃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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