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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본관옆 공터에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 48명 규모의 컨테이너 감염병전담병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본관옆 공터에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 48명 규모의 컨테이너 감염병전담병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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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불러온 가장 긴급한 문제는 '병상 확보'다. 갑자기 확산세가 커지면서 하루 1000명대에 육박하는 환자가 발생하자, 기존의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폭증한 수도권은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준)중환자 병상을 24개소 130병상을 확충했다. 또한 18일부터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허가 병상 수의 1%를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으로 확보하도록 명령하면서 연말까지 총 328개의 중환자 병상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에서는 병상이 남아 있다고 발표하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병상 전원'이 안 돼 대기 중에 숨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공공 의료시설 확대와 병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늦어도 너무 늦다"라며 "환자가 죽어가고 있는 의료적 재난 상황에서, 왜 정부는 의료대응체계가 잘 작동한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 공동대표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병상 1%가 아니라 10%를 동원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라며 "국민 생명 안전을 지키겠다는 가치를 내걸고 집권한 정부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우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부 대응 늦다... 인력 문제도 심각" 
 
 
'병상 부족 비상, 정부의 병상동원체계  재수립과 민간병원 사회적 책임 촉구 긴급기자회견'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여연대 등 주최로 열렸다.
 "병상 부족 비상, 정부의 병상동원체계 재수립과 민간병원 사회적 책임 촉구 긴급기자회견"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여연대 등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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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대기 환자가 줄어들고 있고, 병상도 예전보다 많이 확보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의료 현장 상황은 나아지고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계속 한 단계씩 늦다. 시민사회는 2월 달부터 코로나19 유행을 대비해 '공공병상을 늘리고, 민간병원 병상 동원 체계를 마련하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왔다. 3차 대유행을 맞아서는 보건의료단체연합이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세 차례 성명을 내고, 14일에는 '안 되겠다' 싶어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8일이 되어서야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마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시민단체보다도 정부가 더 느리다. 지역 공공의료원에는 중환자실이 꽉 차서 알게 모르게 숨지는 환자들이 많다. 중환자 병상을 포함해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을 포함한) 전체 병상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 문제도 굉장히 심각하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는 호소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의료원에서는 다인실에서 돌아가신 환자 분이 네 시간이나 병실에 있었다고 하더라. 중환자가 급증하고 인력이 부족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다."

- 중환자 병상만 부족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집단감염이 일어나 코호트격리를 한 울산의 양지 요양병원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니다. 울산은 공공병원이 없고, 민간 병원에는 병상이 없으니까 옮기지를 못했다. 그래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를 했다고 하는데, 내부에서는 계속 전파가 일어났다. 

병상이 부족하다보니 65세 이상 기저질환자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로 옮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갑자기 나빠지면 입원해야 하는데도 병원으로 못 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실이 마비 지경에 있다'라고 성명을 냈다. 병상이 없으니 응급실에도 환자가 쌓이는 거다. 병실이 이렇게 모자른 것에 대해 응급의학회는 '의학적 재난상태'라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까지는 의료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거다."

- 이렇게까지 병상 확보가 안 된 이유가 뭔가.
"환자가 1000명씩 나오면, 그중에 400명은 입원해야 한다. 1000병상도 이틀 반이면 끝난다. 정부가 병상 마련하는 속도보다 환자 발생하는 속도가 빠르다. 상급 종합병원 동원하자는 이야기는 한참 전에 나왔다. 적어도 지난주 월요일(12월 14일)쯤에는 수도권 10%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렸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이 늦었다. 왜 우리나라만 코로나 중환자 병상 확보를 못 하나? 뉴욕에서는 종합병원 중환자실 70%을 코로나19 환자로만 채운 적도 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병상 확보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39 감염관리병동의 간호사들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활동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39 감염관리병동의 간호사들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활동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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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중증 환자들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다수의 병상 확보는 어렵다고 하는데.
"서울대병원은 빅5중 중환자가 가장 많은 병원임에도, 그중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가장 많이 확보했다. 순천향대 (부천) 병원은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에 참여했다. 이들은 어떻게 병상을 확보했다는 건가. 

일단 비응급수술을 미루면 된다. 2018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6.1%다. 2차병원에서 진료해도 되는 일반 환자는 56.2%, 경증 환자는 7.7%다. 당연히 병상을 다 뺄 순 없다. 하지만 한국 병원 90%가 민간병원이고, 이들의 병상은 남아 있는 상태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 큰 병원들이 이렇게 있는데 어떻게 코로나19를 치료할 병상이 모자를 수가 있나. 

왜 상급종합병원을 활용해야 하냐면, 그 병원들의 인력이나 시설이 가장 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급하다. 병상 동원 체제 미리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그런 상황이 안되므로 '갖춰진' 병원을 가야 한다.

순천향대 병원의 병동을 비우면서 한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급한 환자 치료 못 할 거면 병원이 왜 있는 거냐'라고."

- 정부가 문제인가? 병원들이 너무 비협조적인 건가?
"정부가 문제다. 행정명령을 내리든, 사회적으로 협조를 구하든 병상을 동원해야 한다. 일단 10% 동원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더 확보해야 한다. 병상의 수요와 공급이 안 맞는다고 하는데, 그걸 맞추라고 정부가 있는 거다.

1년 동안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도 민간병원의 반발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금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금 모습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손실보상금을 선지급하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병상 확보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4일 코로나 시민사회대책협의회에서 성명을 하나 더 발표한다. 제목이 '늦고 늦었다'다. 이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말을 내걸고 집권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태그:#코로나19, #우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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