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이미지.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에 등장하는 세 남녀가 모두 저마다 결핍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인생의 굴곡은 있기 마련이고 각자가 겪어야 할 아픔이나 고통의 순간이 다가오기 마련이지만 서로 외로운 이들이 한 이야기에 담기니 더욱 애잔해 보인다.

이혼했거나 사별했거나 혹은 스스로 고립을 택했거나.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에 등장하는 세 청년은 편부모 가정을 경험하거나 이른 나이에 부모와 헤어지는 슬픔을 겪었다. 그에 따른 선택은 제각각이다. 청소용역 일을 하며 생계를 잇는 까미유(오드리 토투)는 사람의 진심, 특히 남자의 사랑을 의심하고 요리사인 프랭크(기욤 까네)는 사람에게 진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여성 편력을 이어 간다. 프랭크와 함께 사는 필리베르(로렝 스톡커)는 심리적 불안증으로 말을 더듬곤 한다.

한 건물에 살지만 서로를 몰랐던 이들은 우연히 인사를 나누고 얼굴을 익히며 거리감을 좁혀 나간다. 시발점은 친절하고 인정 많은 필리베르와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던 까미유다. 까미유의 식사 초대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필리베르는 어느 날 독감을 앓고 있는 까미유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에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세 남녀의 동거가 시작된다.

청소용역노동자, 요리사, 그리고 기념품 가게 운영자가 이들의 직업이다. 한국 영화였다면 이들 직업에 얽힌 편견을 강조하고 넘어갔겠지만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 반영인 듯 그들과 주변 사람 모두 직업 자체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다만 등장인물 각자가 겪는 심리적 단절감을 강조할 뿐이다. 특히 자신의 엄마나 친할머니, 혹은 친척 등에게 냉대를 받거나 감정을 건드려지는 모습을 통해 현대 가족의 취약성 내지는 이들이 품고 있는 일종의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드러낸다.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이미지.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이미지.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타인에게 제대로 다가갈 줄 모르고, 타인을 제대로 이해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요즘이다. 한국과 해외를 막론하고 우리의 생활 자체가 고도 자본주의와 경쟁 체제에 특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옆집에 사는 남자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툴툴대는 필리베르의 대사나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다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까미유의 자조 섞인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 정신의 상징인 프랑스조차 사람들의 단절과 불통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 캐릭터는 이런 풍속을 잘 반영한다. 극중 까미유와 프랭크가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고 잠자리를 하면서도 연인 관계로 발전하길 두려워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게 부담일 수 있고, 그런 마음을 받은 상대 또한 민망스러워질 뿐이다.

영화는 서로의 마음의 언저리에서 겉돌던 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걸 찾고,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선택을 하면서 급격히 따뜻해진다. 홀로 할머니를 간호하던 프랭크의 사정을 알게 된 까미유는 월급을 받는 간병인을 자처한다. 프랭크는 그런 까미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나아가 본인 또한 이름을 걸고 식당을 차린다는 꿈을 품는다. 필리베르는 말 더듬는 증상을 치료를 통해 극복하고 연극배우로 거듭나려 한다.

이런 극복의 과정을 그리면서 영화는 그 어떤 사연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오너 셰프를 꿈꾸는 프랭크를 비롯해, 연극 배우를 택한 필리베르, 그리고 크로키 스케치가 취미였던 까미유까지 영화 후반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행복감에 젖지 않는다. 식당을 차려 크게 성공했다거나 유명한 작가나 배우가 된다는 설정이 없기에 오히려 영화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자기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사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적어도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는 이들이 곁에 있다면 말이다. 제목처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부수적일 뿐이니까.

한줄평: 과장과 미화 없는 담백한 행복, 이 영화의 미덕이다
평점: ★★★☆(3.5/5)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관련 정보

원작: 안나 가발다 소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감독: 클로드 베리
출연: 오드리 토투, 기욤 까네, 로렝 스톡커
수입 및 배급: 영화사진진
러닝타임: 97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12월 24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 프랑스 안나 가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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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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