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주환은 지난 1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이름부터 미스터리한 인물 데릭현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악인인 듯하면서도 선하고, 강한 듯하면서도 여린 면이 있는 데릭현의 이중적인 모습을 자신의 스타일로 성공적으로 표현해낸 것. 

지난 17일 오후 배우 임주환에게 종영 인터뷰 질문지를 보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짠단짠' 반전매력의 스파이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비밀 많은 두 남편과 첩보전에 휘말린 한 여자의 스릴만점 시크릿 로맨틱 코미디다. 극중 임주환이 연기한 데릭현은 강아름(유인나 분)의 현 남편이자 외교 공무원으로 위장한 산업스파이다. 

반전매력을 지닌 데릭현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스파이지만 사랑 앞에선 언제나 진심이며 아이처럼 순수하고 달콤한 면모를 보인다. 특히 아름을 향한 애절한 사랑이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때문에 극중 아름의 전 남편으로 등장하는 전지훈(문정혁 분)이 아닌 데릭현과 아름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시청자도 꽤 많았다. 

앞서 연기했던 다른 멜로작품과 비교했을 때 이 드라마의 멜로 방식이 그에겐 어떻게 느껴졌을까. 이 물음에 임주환은 "작가님의 멜로 표현방식이 색다르고 신선했다"며 "힘이 있고 섬세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대사들을 제 입으로 말하고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대답했다. 

비밀을 간직한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만큼 답답했던 점이나 혹은 외려 흥미로웠던 지점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이 질문에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밀은 보통 적대적인 상대에게 생길 수 있는 부분인데,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생기는 비밀이라 개인적으로 호기심도 생기고 연기하기가 재밌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비밀에 대해 얘기하니 생각났는데, 유인나씨의 '미안해, 여보. 비밀을 갖게 됐어'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말이 나온 김에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신 혹은 대사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이에 임주환은 "16회에서 데릭이 스파이로서 첫 임무를 할 때를 회상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이렇게 짜릿한 거구나... 나는 쭉... 이렇게 살겠구나'라고 이야기하던 장면과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결말? 무척 마음에 들어"
 
아름이가 지훈과 데릭 두 사람 중에 누구 곁으로 갈지 그 선택에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모였고, 결국 아름은 지훈에게 갔다. 사랑의 결실을 이루지 못한 데릭의 최후에 대해, 이 결말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아니라면 혹시 개인적으로 상상해본 결말이 있는지도. 이에 임주환은 다음처럼 답했다. 

"결말은 너무나 마음에 들고 아쉬운 점은 없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떠나는 것도 방법이고, 또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올바르게 알고 알려주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결말은 훈훈하면서도 쓸쓸하게 채워졌지만 현장 분위기는 즐거움만으로 가득했다. 유인나, 문정혁 배우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임주환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며 물음들 중 가장 긴 답변을 보내왔다. 그의 동료애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는 "문정혁 선배님과는 촬영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며 "계속되는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선배님과 함께한 시간은 마치 학창시절 중간중간의 쉬는 시간 같았다. 굉장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유인나와의 호흡에 대해선 "유인나씨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며 "모든 것에 반응해 주고, 대답을 해줬다. 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표현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작품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장르를 구분 짓진 않지만, 드라마에서 다시 사극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까지 수트를 많이 입어서 그런지 수트를 입지 않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든다"며 "2021년에는 연기적으로 혹은 다른 제 삶의 전반적인 것에 있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