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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원한다 / 변화를! 우리의 가슴이 요구한다 / 변화를! 우리의 눈동자가 요구한다 / 우리의 웃음과 우리의 눈물속에서 / 우리의 고동치는 혈관 맥박속에서 / 변화를!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의 어느 아파트단지. 밤 9시면 어김없이 구소련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스타 빅토르 최(Viktor Tsoi)의 '변화'(Перемен)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초나 플래시로 밖을 비추고, 노래가 끝나면 모두 '벨라루스 만세'를 외친다. 비단 주택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빅토르 최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빅토르 최의 노래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과 민심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지난 8월 9일 대선 결과, 루카셴카 대통령은 80% 득표율로 여섯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격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의 폭력진압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정기집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집회와 파업이 무려 20주 동안 지속되고 있다.

왜 분노하는가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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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하는 민스크에는 새롭게 '변화 광장'도 생겼다.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다렌카가 거주하던 체르뱌코바 거리를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한 것이다. 이외에도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납치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르이 자하란카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도 눈에 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26년간의 악명 높은 공포정치로 인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국민의 반발과 소통을 막기 위해 선거 직후 며칠간 인터넷 전면차단과 함께 20여 개 뉴스 사이트 폐쇄 등 강경조치를 취했다.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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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심은 그를 떠났다. 그의 전통적 지지세력이었던 노인세대와 국영기업 노동자들도 등을 돌리며 총파업에 나섰다. 외교관·경찰도 줄줄이 사직서를 내고 인근 폴란드로 망명하고 있다. '양심상 더 이상의 거짓말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사퇴하는 국영방송 앵커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벨라루스 국영 TV & 라디오 방송인 BT의 직원 수천 명도 '정부의 사전 검열 금지'를 외치며 파업에 참가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기자들을 '수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벨라루스의 모든 TV방송국은 국영이다. 올 하반기 반정부 집회는 1991년 벨라루스가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최대규모다.

필자는 지난 한 달간 10여 명의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취재했다. 그 결과, 현재 이 집회는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국가폭력 및 26년간 독재정권이 자행해온 인권유린에 대한 분노였다.

"적정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을 감옥에..."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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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대표적 인권단체 VIASNA의 11월 보고서에 의하면,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총 3만 명이 넘는 시민, 인권단체 활동가, 야권성향 언론인들이 체포·구류됐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이들이 심각한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반정부집회가 시작된 이래 총 10명의 시민이 국가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한 경찰 및 전경, 내무부 산하 특별부대요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반면 집회 관련 시민 기소는 총 900건에 이른다.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정부가 적정 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들을 감옥에 수감하는 무리수를 쓰는 가운데, 심지어 누울 자리도 없어 서서 잠을 자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독일 타게샤우방송은 '코로나19 상황과 의사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집회에 참가한 180여 명의 의사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응급센터의 한 의사는 "응급실에 실려온 시민들의 폭력 피해를 직접 목격하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국영기업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자 벌금형과 해고로 보복했다. 현지인들은 지인들의 체포, 기소, 폭력 피해 사례를 매일 듣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시민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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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시민 조직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하르(27)는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확진자로 넘쳐나고 의료진이 (장갑같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없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인 지원체계를 조직했다"는 설명이다.

펀딩을 통해 병원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식당은 음식을, 호텔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 상황을 완화시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은 국가의 부재에 회의를 느끼고 시민의 조직화에 더 주력했다. 선거캠페인이 시작된 후 정확한 투표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대안적 플랫폼이 도입됐다.

아울러 선거조작 후 8월 9~11일 사이 국가폭력이 격해지자 시민들은 '바이 헬프(By Help) 같은 펀딩사이트를 만들어 국가폭력으로 다친 시민들의 의료비 지원, 소송비지원, 해고 및 경찰 등의 자발적 퇴직으로 인한 생계비 지원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바이 헬프 공식 페이스북 https://bit.ly/2XShcfz , 페이팔 https://bit.ly/byhelp_paypal ). 

국제사회도 루카셴카 정권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현재까지 국가기관에 의한 강간 등 500건 이상의 고문 사례를 언급하며 "이 수치는 아직 증언에 나서지 못한 이들을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기획하고 조직한 고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고, 이런 반인류범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두고 "술중독자, 마약중독자, 창녀들이나 참여하는 행사"라는 막말로 비난해왔다. 또한 그는 국민을 '순종적인 양' '멍청한 소떼' 등으로 비유하고, '여성은 정치를 하지 말고 부엌일을 해야 한다' 등 여성 비하발언을 일삼아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폭력적 대응을 자제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고수해왔다. 특히 벨라루스 여성들은 경찰에게 비폭력을 호소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흰 옷과 꽃을 들고 시위와 행진에 참여했다.  여성들은 전경의 방패에 꽃을 꽂거나 이들을 포옹하기도 하고, 민스크 시내 전체를 잇는 인간띠를 만들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는 리투아니아 및 폴란드,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도 벨라루스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연대시위가 열렸다.
 
▲ 시위대 검거를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 시내를 점령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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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부정선거의 역사 그리고 정황들

왜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불법부정선거라고 믿을까. 사실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논란은 그 역사가 길다. 1996년 이래 벨라루스의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대선결과도 그중 한 지류일 뿐이다. 루카셴카가 처음 집권한 1994년 대선이 유일한 공정선거였다는 것은 이미 통설이 됐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그 배경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시스템에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1996년 개헌을 통해 초헌법적인 대통령 권력을 장악했고, 2004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독일매체 '도이체벨레' 보도에 의하면 그는 집권 한 달만에 언론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울러 국회해체 및 개헌을 거쳐 식물국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만 해도 반정부 성향 야당 의원은 한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현재 모든 110명 의원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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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검찰·사법부까지 모두 장악한 루카셴카 대통령은 그간 자신과 마찰을 빚었던 정적에 아주 냉혹했다. 빅타르 한차르 중앙선거위원장 등 다수의 정적은 독약 테러를 당하거나 행방불명 상태다. 현재 망명중인 유르이 하라우스키(42)는 지난해 9월 독일매체 '도이체벨레'에 1999년 암살단(SOBR) 근무 당시 3명의 정적 납치와 살해사건을 자세히 증언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2006년, 2010년 대선 때도 부정선거 논란이 심각했다.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나 역시 정부의 폭력진압이 이뤄졌다. 특히 2010년 시민의 저항은 그다음해 4월 11일 1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민스크지하철폭탄사건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약화되고, 위기에 몰린 정부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루카셴카 정권은 2010년 대선에서는 경제위기로 외환융자가 다급해지자 야권 인사들도 경선에 참가하는 게 허용됐다. 하지만 루카셴카는 투표 결과 전망이 어두워지자 야권후보들을 2~5년형에 처했다. 

올 8월 대선에서는 유력한 야권 후보 3명의 후보등록 자체가 불허됐다. 인기 블로거 샤르헤이 트시하노우스키는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수감됐고, 전직 외교관이자 사업가인 발레르이 트삽칼라는 기소를 당해 7월 망명길에 올랐다. 또한 거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벨라루스 자회사, 벨가스프롬방크 (BelGazpromBank) 은행을 운영한 빅타르 바바르카도 대선 참가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아들과 함께 6월부터 수감돼 있다.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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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감된 블로거의 배우자인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대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빅타르 바바르카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뮤지션 마르야 칼레스니카바와 함께 발레르이 트삽칼라의 배우자이자 IT업계의 비지니스개발매니저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를 도와 '여성 트리오' 대선캠프를 꾸리게된다.

부정선거의 구체적인 증거도 다수 존재한다. '유럽들소'(주브르, Zubr), '목소리'(골로스, Golos), '정직한 사람들'(The honest people) 등 사회적 플랫폼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웹사이트로 운영되는 주브르는 대선 중 벌어진 불법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았는데 총 1403개 투표소에서 6532건의 신고사례가 있었다. 공인된 선거감시인의 투표소 입장 거부는 817건, 유권자 투표소 입장거부는 705건, 불투명한 개표 카운팅 167건 등이었다. 골로스 플랫폼은 사전등록한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 이미지를 제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합계를 공식 정부자료와 비교했는데, 야권후보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의 득표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조작의심을 받는 정부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민스크의 299개 투표소에는 아무도 야권 후보 트시하노우스카야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보고서는 약 1/3의 투표소에서 투표결과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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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카셴카 대통령과 '맞장'을 뜬 야권대표 여성 트리오의 리더십은 변화를 갈망하던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비폭력 저항을 지향해 온 다수 여성 시민들의 집회 참여와 연대방식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각지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의 인권단체 '뉴 유러피언즈(New Europeans)'는 11월 12일 '벨라루스 여성들'에게 '올해의 뉴 유러피언상'을 수여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2월 16일 벨라루스 야권 세력이 임시 구성한 시민위원회(Coordination Council)의 지도자들에게 올해의 '사하로프인권상'을 수여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벨라루스 시민들 다수는 공정한 선거와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외치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승자라고 믿는다. 그는 살해협박을 받은 뒤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데, 벨라루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고 민주화운동 지지를 호소하며 유럽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 출신 마르야 칼레스니카바는 선거후에도 집회 현장을 찾으며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왔다. 그는 9월 복면마스크를 한 요원들에 의해 거리에서 납치된 후 출국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자신의 여권을 찢으며 이를 거부했다. 현재 구속 중인 그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선동죄'로 기소돼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유럽과 북미 29개국 국회의원 270명은 그와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루카셴카에게 보낸 바 있다. 벨라루스엔 현재 총 146명의 정치범이 있다. 

유럽연합은 10월 2일 부정선거 및 야권탄압에 연루된 벨라루스 관계자들에 대해 입국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루카셴카를 비롯해 59명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고, 29명과 7개 기관 추가가 추진 중이다. 특히 벨라루스와는 16~18세기 같은 연방에 속했던 폴란드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야권을 대표하는 시민위원회의 지도자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무료 의료지원과 경찰의 정치적 망명도 지원하고 있다.

바르샤바에 망명 중인 22세의 유력한 야권 언론인 스테판 푸틸로도 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약 200만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뉴스채널 '네흐타 라이브(НЕХТА Live)'를 운영하며 민주화운동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루카셴카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Lukašenka. Criminal records)를 통해 한 달 100달러에 불과한 은퇴연금과 경제난으로 민생 고통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대통령 자신은 초호화 궁궐같은 관저를 18채나 대관한다는 사실 등 그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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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루카셴카의 유일한 동맹은 러시아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EFSD)을 비롯, 정치적 동맹(State Union)및 군사동맹(CSTO)도 맺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국가의 공식 공용어도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정부 부채 60%(102억 달러)의 채권자이기도 하고, 루카셴카에게 15억 달러의 긴급융자를 약속한 바 있다.

벨라루스 상황에 푸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루카셴카는 서방의 압박 증가로 러시아의 지원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푸틴은 향후 정세에 따라 루카셴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있지만,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고 싶어한다고 여겨진다.

이에 반해 루카셴카는 옐친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1996년 러시아내 권력까지 탐내며 연방조약(State Union)을 체결하지만, 2000년 푸틴의 등극 이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꾀하며 러시아의 자국 내 군사기지 설치 요구를 거부해오고 있다. 그러나 돈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벨라루스의 독립도 양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이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유럽 '유로마이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친유럽 또는 반유럽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내 독재타도 그리고 투명·공정 선거를 통해 국민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고자 하는 자기존중 의지의 발현이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이미 이 점을 여러 번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
 
▲ 전쟁을 방불케하는 벨라루스 민스크의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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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사하로프상을 수상하면서 유럽과 전 세계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벨라루스 시민들과 "지금"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 의무"라는 주장이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앞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해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벨라루스 시민의 변화의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독자적으로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리를 위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르느냐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대선 며칠 전 루카셴카는 정치범 석방을 요청한 서방의 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일했다고 밝혔었다. 실제 그는 2015년 모든 정치범을 석방했고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조치 역시 곧 풀렸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결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긴밀한 연대를 통해 개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민주시민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 아래 민주화운동 당시 국제연대가 절실했던 한국 사회, 우리가 이들의 손을 함께 잡아줄 수는 없을까. 벨라루스 시민들은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라며 4개월 넘게 호소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벨라루스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사진 및 동영상의 사용은 현지 취재원들에 위임받았습니다.


태그:#벨라루스민주화운동, #민스크, #루카셴코, #사하로프상, #스뱌틀라나트시하노우스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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