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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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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면피성 발언이다. 임대주택에 사는 서민을 두 번 울리는 행위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초선, 경기 성남분당갑)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LH한국토지주택관리공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김은혜 의원은 1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LH공사는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을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 등 보수비용 4290만 원 ▲행사진행을 위한 예산 4억1000만 원 등 총 4억5000여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김현미 국토부장관, 변창흠 LH공사 사장(국토부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경기도 화성 동탄에 조성된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공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용면적 13평(44㎡)의 세대에 들러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라며 변창흠 사장에게 질문했고, 변 사장은 "네"라고 답했다. 해당 내용이 일부 와전돼 보도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인테리어 비용 4290만원 소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했던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의 복층형 세대 내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했던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의 복층형 세대 내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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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의원은 LH공사를 통해 받은 자료를 근거로, 논란이 됐던 당시 대통령 방문이 "주민들이 사는 집 형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이벤트"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인테리어 공사견적서를 공개하며 "이날 소개된 주택들은 보증금 약 6000만 원에 월 임대료 19만~23만 원가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행사 준비를 위해 2채의 주택에 커튼, 소품 등 가구 구입용 예산 650만 원, 인테리어 공사비용 등 총 4290만 원의 비용을 들여 긴급 수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보도자료에 첨부한 '인테리어 공사견적서'를 보면 인테리어 공사 금액으로 3323만2500원, 디자인·세팅비 및 운임비 650만 원, 총 3973만2500원(십만원 단위 절사)이다. 부가가치세 10%를 더하면 총 4290만 원이다.

김 의원은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행복주택 입주민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도 소개하며 "이날 행사를 위해 새벽까지 주민들의 잠을 깨우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던 LH공사의 눈물겨운 노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스란히 게재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아파트는 지난 8월 완공이 돼 거의 매달에 한 번씩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라며 "벽면 곰팡이, 누수 등으로 도저히 입주할 수 없는 부실시공을 놓고 LH와 시공사의 책임 미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대통령 방문 주택만을 위한 맞춤형 인테리어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라고도 비판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비판 가세

김은혜 의원의 문제제기 후, 여러 언론이 해당 자료를 기사화하며 큰 이슈가 됐다. 국민의힘은 김예령 대변인 명의의 구두논평을 통해 힘을 실었다. 김예령 대변인은 "도대체 이 정부의 쇼는 어디까지인가"라며 "임대주택 홍보를 위해 4000만 원이 넘는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쇼룸'을 만들고 대통령을 불러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라고 홍보하고 국민을 호도했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외면한 채 오로지 대통령 심기보좌에만 심혈을 기울인 정부부처와 장관, 그 뒤를 이은 장관 후보자의 합작품"이라며 "국민들의 주거현실을 체험해보겠다는 의도가 무색해진 보여주기식 '쇼통' 행보이자 국민 기만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미덕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라고 질타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해당 주택의 보증금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이 지나치게 높고, 행사 비용도 과하게 책정돼 있음을 언급하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인데 특히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중에서 그럴 수 있는 가구가 도대체 몇 가구나 되겠는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정부의 과장된 쇼룸도 문제이지만 이로 인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덧씌웠다는 점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과장된 쇼룸이 아니라, 좀 더 넉넉한 공간과 쾌적한 주거 복지와 환경"이라며 "연출된 공간보다 최저주거기준 상향 조정 등 현실에 부합한 정책부터 서두르길 바란다"라고도 당부했다.

"하루만의 행사용 아니다"라지만... 대통령 방문 맞춰 본보기집 지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단층 세대 임대주택을 살펴본 뒤 대화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단층 세대 임대주택을 살펴본 뒤 대화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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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H공사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화성동탄 행복주택 방문 행사에 4억5000여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내부공사를 마친 두 세대는 "입주 예정자 편의, 공공임대주택 인식 제고 등을 위한 본보기용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구조변경이나 인테리어 시공은 없었으며 가구·집기 등도 구입하지 않고 임시 대여한 것이다. 해당 세대는 추후 입주 계약 완료시까지 본보기집으로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테리어 비용 외에 행사 용역비용으로 산정된 금액에 대해서도 "해당 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예산이 아니며, 공공임대주택 인식 제고 등 공공임대 홍보와 관련된 예산을 합한 비용"이라며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대전 당선작 모형 제작, 공공임대주택 홍보 영상물 제작 등에 사용된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입주 후 접수된 하자는 모두 조치하였으며, 향후에도 입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하자 발생 즉시 개·보수 등 적극 조치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LH공사 관계자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행복주택 단지가 100만 호 기념단지이다 보니 공공임대를 홍보하기 위한 동영상이라든가 설계모형 제작 비용들이 다 포함됐다"라며 "그 하루만의 행사용으로 쓴 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4억여 원의 용역비용의 경우, "행사 계획 당시 계약금이 4억여 원으로 책정된 건 맞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대부분 취소되거나 수행하지 않아서 정산 때는 훨씬 작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해당 세대가 본래부터 '본보기집'으로 지정돼 있던 것은 아니고,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단지는 지난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대통령 방문 세대의 인테리어 시공 계약일은 12월 4일, 공사일은 8일이었다.

김은혜 의원은 LH공사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있는 현실을 직시하려고 간 것 아닌가?"라며 "집은 불량으로 지어놓고 판타지를 연출해서, 대통령에게 가상현실을 보여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가 집 없는 국민의 서러움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미봉책으로 국민을 두 번 기만했다"라며 "주민들의 민원과 하소연에 대해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꽃길을 깔았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김은혜, #국민의힘, #행복주택, #공공임대주택,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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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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