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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오후 서울동물복지센터 직원이 마포구 상암센터에 임시수용된 유기 반려동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12월 3일 오후 서울동물복지센터 직원이 마포구 상암센터에 임시수용된 유기 반려동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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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XX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요. 요즘 개 소음에 대한 민원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동물복지센터 인터넷 홈페이지 아시나요? 홈페이지 안내대로 행동보정교육 신청하시고, 가급적이면 주민들에게는 산책을 자주 시키도록 권유하세요."

3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동물복지센터 지하 입양센터에 들어선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윤민 주무관은 익명의 민원 전화에 능숙하게 답변했다.

"반려동물 소음은 묘책이라는 게 없어요. 이웃과의 화목을 원한다면, 공동주택에서는 어지간하면 안 키우는 게 상책이죠."

통화를 마친 윤 주무관이 속내를 토로했다.

서울시의 반려동물 관련 민원 건수는 1년에 4만여 건에 이른다. 2017년 조사치가 이 정도인데 지금은 훨씬 늘었을 것이라는 게 시의 추산이다.

수많은 민원들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유기동물 신고가 으뜸이다. 그 다음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공동주택 주민들의 갈등이고, 개소음과 목줄 착용 등 '페티켓'(반려동물 가리키는 펫 'pet'과 예의를 가리키는 에티켓 'etiquette'의 합성어)이 세번째로 많은 민원을 차지한다.

한 해 동안 서울에서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는 7500여 마리. 유기동물은 구조해서 다른 곳에 보내질 때까지 보호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수 있지만, 길고양이와 반려동물 소음은 다르다.

특히 중성화되지 않은 암코양이의 울음 소리는 영유아의 그것과 비슷해서 "어디서 귀신 소리 듣는 것같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반려동물 소음은 아파트 층간소음 이슈와 매우 흡사하다. 층간소음의 경우 아이 발소리 같은 게 원인이라면 아이에게 주의라도 줄 수 있지만 개나 고양이는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더 어렵다. 서울동물복지센터 관계자는 "아파트 아랫집과 윗집 사이에 '개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내 소중한 재산을 버리란 말이냐'는 식의 답 없는 설전이 오가곤 한다"며 "이웃과 잘 지내시려면 방음 시설을 하거나 가급적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는 조언을 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소음은 동물 유기의 문제로 이어진다. 귀여운 새끼동물이 마음에 들어서 집에 들였다가 소음 문제 등으로 이웃과의 갈등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동물들을 내버리는 '비정한 주인들'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에 따르면, 매년 버려지는 동물들의 1/3은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고 1/3은 다른 주인에게 입양되지만, 나머지는 구조 과정에서 죽음을 맞는다. 주인을 찾지 못해 장기 수용된 2000여 마리는 안락사를 당한다. 법적으로는 주인을 찾을 때까지 보호하는 시한이 10일이지만 서울시의 경우 최대 20일까지 수용을 연장한다. 수용된 동물이 공격성이 두드러지거나 인간들과 친화 관계를 다시 맺을 가능성이 안 보이는 등의 경우에는 안락사가 결정된다.

마포 서울동물복지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몇몇 유기동물은 성대를 제거한 상태로 발견된다. 수술한다고 해도 짖는 소리를 완전히 없앨 수가 없는데. 주인이 나중에 그 소리도 듣기 싫으면 결국 버린다. 대체로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한 사림이 파양도 쉽게 하는 편이다.

고양이에게는 비닐봉지를 마구 긁는 습성이 있는데 그게 거슬린다고 발톱을 다 뽑아놓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버려진 고양이는 야생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굶어죽게 된다. 병을 앓는 반려견의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그냥 버리고 새 동물을 사는 경우도 왕왕 있다. 반려동물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의 습성을 세심하게 파악한다면 입양했다가 파양하거나 버리는 일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마포센터에 수용 가능한 반려동물 개체 수는 최대 80마리인데, 8일 현재 21마리가 수용중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줄어든 40여 건의 입양이 성사됐다.

마포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반려동물의 입양이 성사될 때까지 입양희망자는 상담-교육-인수 과정을 밟기 위해 최소한 3~4회 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산책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입양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센터 방문건수가 많이 줄었다. 서울시는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하는 편이지만 지방은 더 심각하다. 주인 없는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두번 접견한 후에 입양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지만 파양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입양자를 면밀히 따져본다. 입양 후 6개월 시점까지 후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덕에 다행히 파양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로나19의 파장은 반려동물 키우기의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는 행동보정교육에도 이어졌다.

반려동물이 주인은 물론이고 이웃들과도 잘 지낼 수 있으려면 기본 매너 습득은 물론이고 흥분, 짖음 등을 완화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견주들이 개를 데리고 오는 오프라인 교육의 맥이 끊어졌다.

서울동물복지센터는 올해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온라인 교육을 위탁했다. 

카라의 온라인 교육은 스튜디오의 반려견 행동 트레이너가 각 가정에 있는 견주들을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2월 3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스튜디오에서 반려견 행동 트레이너 이순영씨(오른쪽)가 행동보정교육 온라인 교육 중 시범을 보이고 있다.
 12월 3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스튜디오에서 반려견 행동 트레이너 이순영씨(오른쪽)가 행동보정교육 온라인 교육 중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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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들 입장에서는 센터까지 개를 데리고 오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이런 류의 교육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거주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그러나 낯선 외부환경에 노출됐을 때 드러나는 이상행동들의 문제가 많은 만큼 온라인 교육이 집 밖의 전문교육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동물복지센터는 내년부터는 행동보정교육의 커리큘럼을 가정용과 실외용으로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동물 행동보정교육을 왜 무료료 하냐고 묻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교육을 하는 곳이 많아져야 반려동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줄어든다"며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 수도 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시민소양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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