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이 왜 모든 사안을 국민의힘과 손잡으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3법 등 보수 세력의 협조를 받기 어려운 개혁 법안들에 한해선 정의당과 손을 잡고 밀어붙이면 될 일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의 말이다.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개혁 입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174석' 민주당이 출범한 건 이제야 6개월이지만, 실제 개혁 입법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9일 연말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은 당대표, 원내대표 선거까지 예정돼 있다. 그때면 금세 2021년 하반기다. 바로 대선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야권 덕에 민주당은 현재 다음 대선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지만, 만약 정권을 내줄 경우 아무리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다 해도 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걸기가 쉽지 않아진다. '174석' 민심이 실질적 힘을 쓸 수 있는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앞서 이낙연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을 포함한 15대 입법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 속에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3%룰의 '후퇴'?... "민심 읽어야"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민주당 내부에선 슬슬 "슈퍼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에 비해 당이 뚜렷한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두고 "단순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개혁을 해보라고 밀어줄 만큼 밀어줬는데 좌고우면 한다는 민심으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174석이 된 이후 여당이 개혁 입법을 했다고 내세울 만한 건 임대차 3법 정도"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공정경제 3법 등 개혁 법안에서 민주당이 마치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좋은 수가 아니었다"고 짚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약해왔지만, 여전히 김태년 원내대표나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실무진 쪽에서 반대 기류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경제 3법 중 핵심 쟁점인 '3%룰'(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합산 최대 3% 이내 제한)에 대해서도 기업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재계와 발을 맞춰 기존의 정부안을 공개 반대하고 있다. 3%룰(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아직도 당내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 30%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평가 40%선이 무너진 원인을 따진다면 지난 4월 총선부터가 아니라 지난 2017년 촛불 정국 때부터의 흐름을 봐야 한다"라며 "촛불을 들고 개혁에 투표했던 지지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민주당이 좀 더 선명하게 사회 개혁을 밀고 나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표시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작년 '4+1 협의체' 성공사례… "여야 합의는 신화, 사안별로 정의당과 왜 손 못잡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 일각에선 일반 법안들은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하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공정경제 3법 등 개혁 입법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아니라 정의당과 함께 공동 개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양면 전술'도 제기된다.
 
실제 민주당은 1년 전인 2019년 12월 이른바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제정과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을 전격적으로 성공시켰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좌파 독재"라며 크게 반발했지만, 민심은 '4+1 협의체'를 가동한 민주당의 판정승이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기록적인 대승을 거둔 것이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여야 합의가 아닌 의석수로 개혁 법안을 밀어붙이면 곧장 '갈등'으로 비쳐지고,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독주'라고 프레임을 거니 당도 부담스러워 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라며 "이제는 '여야 합의'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4+1' 때와 같은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과거와 달리 단순히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다고 해서 보수 신문에서 난리를 치는 것만큼 지지율이 요동치지는 않는다"라며 "더 중요한 건 내용이다. 무엇을 국민의힘과 합의했고, 무엇을 단독으로 강행했냐는 것"이라고도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6일 SNS에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라 개혁 입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었음에도 4+1연대로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작년 연말 본회의를 통과시켰다"라며 "타협보다는 당원과 지지층의 개혁에 대한 열망이 먼저"라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의당과 손잡는다고 정의당 공 되겠냐"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개혁 입법 공동전선'이 가장 절실한 대목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정의당과 함께 하면 될 일을 왜 자꾸 친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국민의힘과 합의를 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당과 함께 처리한다고 해서 그 공이 정의당으로 가겠나"라며 "정의당이 아무리 세게 투쟁을 해봤자 큰 틀에선 결국 집권당인 민주당이 박수 받을 일"이라고도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산업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자·사업주·책임 공무원 등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부과하는 법이다. 현재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정의당(강은미 의원 대표발의)과 민주당(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모두 발의해놨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문경)도 지난 1일 법안을 올렸지만, 책임 공무원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져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법안 이름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으로 민주당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 정의당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과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기존 정의당·민주당 법안의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며 '처벌보단 예방에 더 중점을 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온 민주당 일각에서 국민의힘 쪽 법안에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생 개혁 법안이다. 국민 여론조사 상으로도 찬성이 58.2%, 반대가 27.5%로 법 제정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아들 고(故) 김용균씨를 잃은 김미숙씨가 발벗고 나섰던 국회 입법 청원은 한달 만에 10만명 동의를 돌파했다. 민주당 개혁 성향 의원 70명도 정기국회 내 통과를 공개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지난 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농성에 돌입하며 이낙연 대표와의 회동을 공식 요청했다. 민주당에선 아직 응답이 없다. 개혁의 시간은 또 저물어가고 있다.
 
[관련 기사]
김종철 "이낙연 대표님, 기다릴 테니 빨리 만납시다" http://omn.kr/1qtik
국회의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중대재해법'이라 한 이유? http://omn.kr/1qu7r
256명 죽어간 176일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심사 단 15분 http://omn.kr/1qtp0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론 어렵다"는 민주당, 왜? http://omn.kr/1qgju

댓글2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