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모호한 음색에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보컬리스트가 있다. 프랑스어로 '서투른 음악가'란 뜻을 담은 크로크노트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달 중순 3년 8개월여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작은 밤>을 발매한 뮤지션으로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등 음악작업은 물론 발매한 CD의 앨범 디자인과 글씨체까지 모두 직접 만들며 다부진 예술 감각을 드러냈다.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은 3년간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드럼을 전문적으로 배웠다는 점이다. 연주 실력이 밑거름이 되고 여성 드러머란 희소성으로 나름 탄탄한 음악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을 거란 예상이 드는데, 크로크노트가 선택한 길은 싱어송라이터였다.

그가 왜 다른 꿈을 쫓아가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노래를 발표하고, 공연을 할 때마다 보고 듣는 대중의 화답이 음악을 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뮤지션 크로크노트와 지난 11월 26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여성 싱어송라이트 크로스노트

여성 싱어송라이터 크로크노트 ⓒ 크로스노트

 
내 음악의 민낯이 드러난 '날선' 앨범

- 크로크노트란 뮤지션 소개를 해 달라.
"2013년 홍대 클럽 등에서 라이브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냈다. 3년 8개월 여만에 두 번째 음반 <작은 밤>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이고, 주로 포크 계열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고 지금까지는 공연 위주의 활동을 해왔다."

- 이름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
"'서투른 음악가'란 의미다.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들어 언젠가 뮤지션이 된다면 내 이름 대신 꼭 사용할 생각으로 간직해 두었다. 많은 분들이 내게 물어봐 주시는 질문 중 하나다.(웃음)"

- 이번 앨범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됐는지?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완성한 앨범이다. 곡은 대부분 준비돼 있었지만 편곡 프로듀싱 녹음 등 음악작업을 오롯이 혼자 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렸다. 1집을 내고 공백 기간이 꽤 있어서 이번 앨범에 들어간 5곡을 3번에 걸쳐 선 공개를 했었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Tumblbud)에 지원을 했고,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나오게 됐다."

프랑스에서 3년간 배운 드럼, 현재의 나 있게 해

-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점이 있다면?
"타인에게 말하지 못하고 홀로 속앓이 하는 분들을 위해 음악들을 만들었다. 어떤 누구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현실 앞에 놓은 이들에게 내 노래들이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 사소할 일이 어느 한 사람에게는 '전부일 수도 있고 감당할 수도 없는 일'일 수도 있고, 그런 고민이 가장 커지는 시간대가 바로 '밤'일 것이란 생각으로 <작은 밤>이라고 앨범 제목을 지었다."

-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다섯 번째 트랙 '작은 마음'이다. 1집 발매 후 이 곡을 만들면서 다음 앨범도 세상에 내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줬다. 이번에 발표한 모든 노래들을 밤이 되면 꺼내듣게 된다는 음악팬들의 글을 받으면 흐뭇해질 것 같다.(웃음)"

- 프랑스에서 드럼을 공부했다. 계기가 있었나?
"원래 노래가 하고 싶어 대학진학도 관련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자연과학계열 학과에 진학을 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고, 상의 끝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당시 리듬악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커서 드럼을 전공했고, 2008년부터 10년까지 3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 전문 드럼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드러머의 삶을 살 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가야할 지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결론은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노래였다. 친구나 지인들은 여성 드러머가 되는 것이 더 밝은 안정적 미래가 주어지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프랑스에서 지낸 3년은 내겐 무척 소중하고 현재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밑거름이 됐다."

- 싱어송라이터로서 전향을 한 것, 후회한 적은 없나?
"우리나라에 돌아와 피아노나 기타 연주자와 음악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쉽게 되지만은 않았다. 여러 힘든 과정을 딛고 경험을 쌓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 기타로 곡들을 만들게 됐고, 노랫말까지 쓰며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여전히 순탄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어려움도 따르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웃음) 1집 앨범이 나왔을 때 정말 축하를 많이 받아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 별 다른 고비는 없었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발성장애가 생겼다. 1집을 발매하기 전에 진단을 받았고, 과연 내가 계속 노래를 할 수 있을지 힘들게 고민한 시기도 꽤 길었다. 보컬리스트로서 활동을 하는 한 목 관리를 하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음악은 내겐 '애증의 대상'이다.(웃음)"

문화 소외지역 찾아가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어

- 음악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편곡 작업이다. 이번 앨범을 혼자 하다 보니 절실히 느낀 부분이고, 앞으로 곡들을 발표할 때다마 보완하고 계속 공부하며 다져 나가야 할 영역이 바로 편곡이다."

- 도전하고 싶은 음악 장르가 있다면?
"다른 뮤지션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재즈에 도전하고 싶다. 어렸을 때 쳇 베이커(Chet Baker)가 담백하게 부르는 담백한 재즈곡들을 즐겨 들었고, 현역 가수로는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 노라 존스(Norah Jones), 선우정아님의 음악을 좋아한다. 포크와 재즈가 접목된 창작곡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쉽게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없는 분들을 위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관객 앞에서 라이브를 할 기회가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언젠가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노래와 연주를 전하는 것이 내가 현재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 올해 남은 기간 활동계획은?
"여건이 된다면 공연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싶고, 언택트 라이브 등도 구상중이다. 대전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한 문화공간의 음악기획 <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곡 작업을 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쯤 그곳에서 공연을 한 것이 인연이 됐고, 5명의 아티스트들이 각각 완성한 음원들이 수록될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내년 초 나올 얘정이라 바쁘게 지낼 것 같다."
크로크노트 작은밤 작은마음 드럼 싱어송라이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