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7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퍼스 글로리(호주)와의 경기에서 울산 주니오가 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 7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퍼스 글로리(호주)와의 경기에서 울산 주니오가 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두 번이나 준우승 성적에 머물며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울산 현대가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나가서는 묘한 매력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3일 만에 다시 만난 퍼스 글로리를 상대로 또 한 번 극장골을 터뜨리며 특유의 뒷심을 자랑했다. 2012년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붙은 '철퇴 축구'가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후 7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퍼스 글로리(호주)와의 네 번째 게임에서 종료 직전 128초 사이에 터진 두 개의 극장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두고 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알고도 막기 힘든 울산의 '주니오, 김인성'

코로나19로 인하여 중립 지역인 카타르 도하에서 한꺼번에 열리고 있는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그룹 조별리그 특성상 두 팀은 사흘만에 다시 만났다.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 게임과는 다른 스타팅 멤버를 다수 내보냈지만 실제로 게임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인물들은 정작 따로 있었다. 

울산의 믿을만한 호랑이들은 대부분 벤치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중 '주니오, 김인성'은 거짓말처럼 두 게임 연속 승리의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김인성이 슈퍼 서브로 들어와 측면에서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며 위험 지역을 누비고 다닌다는 것과 골잡이 주니오의 별명이 골 넣는 공무원 '골무원'이라는 것은 비교적 낯선 상대 팀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노출된 사전 정보처럼 그냥 막아내기 쉬운 인물들이 아니었다. 더 빨랐고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다.

3일 전 게임에서 결정적인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한 울산 골키퍼 조수혁이 이번에도 먼저 닥친 위기를 몸을 날려 막아냈다. 20분, 퍼스 글로리의 미드필더 아르미엔토가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을 때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갈 듯한 공을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조수혁 덕분에 정신을 바짝 차린 울산 필드 플레이어들은 27분에 박정인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공격 흐름을 휘어잡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바꿔 들어온 주니오와 김인성이 결국 승점 3점을 가져오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58분에 비욘 존슨의 절묘한 헤더 슛이 상대 골키퍼 손끝에 맞고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는 아찔한 장면을 만든 슈퍼 서브 김인성이 이번에도 극장골 시작을 86분 16초에 알렸다. 또 다른 슈퍼 서브 이청용의 역습 패스를 받은 골무원 주니오가 상대 수비수들을 좌우로 흔들어대는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다가 측면으로 돌아들어오는 김인성의 속도에 맞추어 기막힌 어시스트 패스를 찔러줬고, 오프 사이드 라인을 깨고 달려온 김인성이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울산은 이 극장골도 모자라 정확히 128초만에 쐐기골까지 보탰다. 이 측면 역습도 역시 슈퍼 서브들이 주도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정동호가 이청용에게 내준 공을 지체하지 않고 방향을 바꿔 꺾어주자 비욘 존슨이 부드러운 터치 실력을 뽐내며 더 부드럽게 터닝 패스를 놓아주었다. 이 패스 줄기와 패턴을 기다린 주니오가 골문 정면에서 오른발로 마무리한 것은 너무나 쉬워보였다.

사흘 전 게임에서 윤빛가람의 도움으로 김인성이 동점골(89분)을 넣고, 김인성의 도움으로 주니오가 기적의 역전 결승골(90+3분)을 터뜨린 순서를 떠올리면 이 게임에서 주니오의 도움으로 김인성이 첫 골(87분)을 넣고 비욘 존슨의 도움으로 주니오가 쐐기골(89분)을 넣은 흐름은 결코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게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슈퍼 서브들이 만든 공격 포인트가 두 게임 똑같이 '2골 1어시스트'씩 합계 '4골 2어시스트'로 분명히 나타났다.

이제 울산은 11월 마지막 날 같은 곳에서 승점 3점 차 2위로 따라붙고 있는 FC 도쿄(일본)를 만난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27일 오후 7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도하)

울산 현대 2-0 퍼스 글로리 [득점 : 김인성(87분,도움-주니오), 주니오(89분,도움-비욘 존슨)]

울산 현대 선수들
FW : 비욘 존슨
AMF : 고명진, 박정인(46분↔주니오), 정훈성(46분↔김인성)
DMF : 김성준(61분↔이청용), 윤빛가람(82분↔이상헌)
DF : 박주호(64분↔정동호), 김기희, 김민덕, 설영우
GK : 조수혁

F조 현재 순위표
울산 현대 10점 3승 1무 8득점 3실점 +5
FC 도쿄 7점 2승 1무 1패 4득점 3실점 +1
상하이 선화 6점 2승 2패 5득점 6실점 -1
퍼스 글로리 0점 4패 2득점 7실점 -5

◇ 울산 현대의 조별리그 남은 일정
11월 30일(월) vs FC 도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12월 3일(목) vs 상하이 선화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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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울산 현대 챔피언스리그 주니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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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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