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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인터뷰 기획 '나는 배달노동자'는 인권재단사람 정기공모사업 '2020 인권프로젝트-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구술작가 2명이 10대~50대 라이더 5명을 인터뷰해 정리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편집자말]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24일 점심시간에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배달직원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2020.11.24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24일 점심시간에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배달직원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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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씨 이야기 1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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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전국에 4명... 여성 라이더는 차별에 시달린다 

쉬지 않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했던 스물여섯의 김선희는 인터넷에서 '호주 유치원으로 해외 취업'라는 광고 글을 보게 된다. 30세 이하의 나이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서 일할 수 있는데 4주간 영어 과정과 12주간의 전문 과정을 이수하면 유치원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 자격증, 취업, 경험, 이런 단어가 김선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자격증도 얻을 수 있는 데다가 호주에서의 경력이 한국에서 취업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결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은 돈으로 비행기표를 사고 대행 기관을 통해 호주에서 이수해야 할 교육 과정을 신청했다. 김선희는 호주에서 16주의 자격 과정을 마치고 유치원에 보조 교사로 실습까지 마쳤다.

"영어를 못 해서 소통이 좀 어려웠어요. 호주에서는 한정된 시간만 머물 수 있으니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김선희는 유치원을 그만두고 농장에서 딸기를 따거나, 식당에서 온종일 양파를 썰기도 하고, 호텔에서 청소하거나, 공사 현장에서 실리콘을 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았다. 일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쉬는 날은 무조건 여행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누구와 어울린 기억이 별로 없는데 낯선 땅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따뜻함을 경험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오래 바라보고, 해변을 천천히 걷고, 일주일 내내 친구들에게서 생일 축하를 받았던 그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호주에서는 환경미화원이 작업복을 입고 전철을 타도 아무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어요. 어떤 일을 하던 나로 봐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자유로웠어요. 한국에서는 돈을 벌면 무조건 모았거든요. 항상 불안했고 무언가를 대비해야 했으니까요. 호주에서는 번 돈을 다 나를 위해 썼어요. 맛있는 걸 사먹고 좋은 풍경을 보러 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요. 그러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김선희는 호주에서 2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다. 2년간 유예했던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저는 모아놓은 돈도 없고 경력도 없는데 곧 서른이더라고요. 마음이 급해졌어요."

김선희는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을 등록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여러 자격을 갖춰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론 수업 740시간, 병원 실습 780시간을 채워야 시험 볼 자격이 주어졌고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1년이 걸렸다.

김선희는 남은 돈을 털어 중고오토바이를 구입했다. 공부할 동안 생계는 배달 대행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수업은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였는데 배달통에 학원 교재를 싣고 다니면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마치면 이른 저녁을 먹고 5시까지 배달 대행 사무실로 출근했다. 김선희의 시간이 다시 빠르게 흘렀다.

부당해고

김선희가 일하는 A 배달대행 사무실은 다른 업체보다 배달료를 높게 지급했다. 라이더들이 배달 건당 보통 2500원에서 2800원을 받는데 A 사무실은 3400원에서 3700원을 줬다. 라이더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라이더가 많은 업체는 배달이 밀리지 않고 배정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맹 식당도 많았다. 사장님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라이더들에게 돌아가는 배달료가 높으면 서비스가 개선이 될 수 있고 매출로도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사업은 확장되고 매출은 늘어갔다.

"그 지역 라이더 중에 여자가 저 혼자였거든요. 남자 라이더들 사이에서 불편하지 않게 사장님이 잘 챙겨주셨어요. 사장님은 젊은 분이셨는데 라이더들하고도 관계가 좋았어요."

김선희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 사장님 자리에는 어제까지 라이더였던 동료가 앉아있었다. 사무실 운영에 문제가 있어 본사에서 사장님을 해고했다고 했다. 전날 사무실에서 인사했는데 하루아침에 누군가가 없어지다니, 김선희는 이 상황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새로 점주가 된 예전 동료에게 설명을 요구했으나 알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다.

"본사에서 라이더에게 주는 배달료를 낮추라고 요구했대요. 사장님이 자기네 말을 듣지 않으니까 본사에서 라이더 몇 명과 함께 사장님을 해고할 준비를 전부터 한 모양이에요. 해고 후에 사장님에 대한 소문이 퍼졌어요. 그동안 라이더들을 속였고 예치금도 주지 않았다고요. 하루 이틀 늦은 적은 있었지만 예치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고의로 안 좋은 이야기를 퍼트리는 것 같았어요. 사장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저랑 몇 명만이 변호했지만 소용없었어요."

부당한 일에 맞서다

사장님이 해고된 주부터 김선희는 배달 콜이 잡히는 족족 취소가 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사무실에서는 사장님과 친한 다섯 명의 라이더의 배달을 고의로 취소시켰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다. 김선희와 같은 배달 대행 라이더는 본사와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무실과 계약하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본사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데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었어요. 인터넷 검색창에 '부당'이라고 검색해봤는데 라이더유니온이 나왔어요."

김선희는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활동가를 만나 자신이 겪은 일을 토로했다. 그를 통해 사장님도 라이더유니온과 연결되었다. 라이더유니온과 함께 시위도 하고 업체 본사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사장님은 라이더유니온과 함께 B 업체(본사)가 거래상 지위 남용을 했다며 공정위에 조정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2019년 9월 'B가 A에게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2019년 본사의 불공정행위로 계약 해지된 김선희씨를 비롯한 여러 라이더들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장면.
 2019년 본사의 불공정행위로 계약 해지된 김선희씨를 비롯한 여러 라이더들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장면.
ⓒ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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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는 라이더유니온과 함께 공정위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지침'에 근거한 불공정 거래 행위로 조정을 신청했다. 김선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생계가 급한 라이더들에게 소송을 준비하고 집회에 출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소송을 준비했던 동료 라이더 다섯 명 중 김선희가 마지막까지 남았다.

"이런 부당한 일이 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시위 현장에 나가 마이크를 잡는 일은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김선희는 집회에서 발언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발언하는 모습이 뉴스로 방송되어 연락이 끊긴 대학교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앞으로 취업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염려해주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숨어야 해요?"

여전히 불안정한 미래

김선희는 2019년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을 마치고 올 초 꽤 규모가 있는 내과에 취직했다. 환자를 대하는 일이 어렵고 여전히 보조적인 일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견딜 만 했다. 일이 손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4개월 차가 되었을 때부터 월급이 안 나오기 시작했고 병원 인사과 직원은 그의 전화를 피했다. 월급을 받지 못한 채 3개월이 더 지났고 그는 최근 사직서를 냈다. 김선희는 지금 다른 병원을 알아보면서 다시 배달 대행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래에 대해서 준비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쉬지 않고 일했는데 저는 여전히 모은 돈이 없고, 경력이 없어요. 지방에서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는 작은 카페를 하고 싶은데 제 삶에서 언제쯤 가능할지 잘 모르겠어요. 몇 년을 일해야 그 돈을 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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