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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 첫 국무장관에 블링컨 내정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새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당시 미국 국무부 블링컨 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나서는 모습. 2020.11.23
▲ 바이든 당선인, 첫 국무장관에 블링컨 내정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새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당시 미국 국무부 블링컨 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나서는 모습.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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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토니 블링컨(Antony John Blinken)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미국 언론이 '바이든이 전 세계에 보내는 첫 메시지'라며 주목했던 국무장관 인선은 예상대로 블링컨이었다. 그만큼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이 깊고,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그를 국무부 부장관으로 발탁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과거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블링컨은 훌륭하고, 명석하고, 자애롭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숙련된 외교관으로서 국무장관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누구일까.

요직 두루 거친 외교 엘리트... 국무부 2인자에서 1인자로 

블링컨은 1962년 미국 뉴욕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공화당이 유대계 출신인 블링컨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무난히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의 생부 도널드 블링컨은 투자은행을 설립할 정도로 부유한 은행가였다. 또한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한 공로 덕분에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자신은 헝가리 대사, 동생은 벨기에 대사를 지냈다. 

그러나 블링컨은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며 프랑스 파리로 이사 갔다. 그의 계부이자 유명 변호사인 사무엘 피사는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으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온갖 박해를 당했다. 피사는 블링컨에게 자신이 홀로코스트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블링컨이 외교관의 길을 걷는 데 큰 자산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로버트 몰리 이사는 "블링컨은 해외 생활을 하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또 미국의 외교 정책이 다른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블링컨은 학보사 생활을 하며 한때 언론인의 길에도 관심을 가졌고, 졸업 후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잠시 법조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8년 생부의 친구였던 마이클 두카키스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도우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생부의 민주당 성향을 물려받은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일할 때 외교정책 수석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또한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 되자 부통령 전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그를 눈여겨본 오바마 대통령이 국무부의 '2인자'인 부장관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블링컨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며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 업적으로 평가받는 2015년 '이란 핵 합의' 타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북한·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정책 수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기업인), 마이크 폼페이오(정치인) 등 외부자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처음부터 블링컨이라는 내부자를 선택했다"라고 비교했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가 목표"... 이란 핵 합의가 모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2018년 6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북한 비핵화 칼럼 갈무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2018년 6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북한 비핵화 칼럼 갈무리.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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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심은 당연히 그가 보여줄 '대북 정책'이다. 블링컨은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 차례나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보여준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정당성만 부여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모델로 자신이 주도한 이란 핵 합의를 내세웠다. 블링컨은 "이란에 했던 것처럼 북한에도 전면적인 감시와 제재를 가해야 한다"라며 "북한은 오히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보유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 공개 및 동결, 일부 핵탄두 파괴를 이행하고 대가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시간을 벌어놓은 뒤 포괄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 시설에 제한적 정밀 타격을 가한다는 강경책인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에 대해서는 북한 핵 시설을 찾아내기 어렵고, 북한의 군사 보복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제제와 압박'을 강조하는 그의 대북 정책은 지난 9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최악의 폭군(worst tyrants)'이라고 비난했던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블링컨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맥락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전문을 싣는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북핵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란과의 협상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나는 북한과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이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과장된 위협을 퍼붓다가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과 '러브레터'를 주고받는 것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던 것을 지켜봤다. 

김 위원장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 차례의 무의미한 정상회담을 했다. '거래의 기술'은 김 위원장에게 유리한 '도둑질의 기술'로 바뀌었고,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 미국 대통령과 국제 무대에서 동등한 위치에 섰다. 또한 북한을 달래기 위해 동맹(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고, 경제적 압박의 페달에서 발을 뗐다. 그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실제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강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라고 말했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안보에 관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최악의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아마도 북한의 핵무기도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시간이 지나면 기적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고 중국을 압박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진정한 경제적 압력(genuine economic pressure)을 가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북한의 다양한 수입원과 자원 접근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준비와 시간, 노력이 필요하지만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하기 전까지 잘 작동했던 이란 핵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그리고 북한과도 검증 가능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이 당장 모든 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단계별로 진행해야 하고,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외교 정책으로 가능할 것이다. 

대북 압박을 위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블링컨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난항을 겪었던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지난 2013년 12월 7일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JSA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는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지난 2013년 12월 7일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JSA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는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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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 대응 협력, 이란 핵 합의 복원, 중국과의 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시급한 현안이 쌓여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정권 초기에 확실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그를 시험하기 위해 비생산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라며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경제 제재를 가하며 북한이 자연스럽게 붕괴하기를 기다린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로 회귀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는 임기 내 남북 관계 개선을 이루려는 문재인 정권의 방향과 어긋난다. 물론 블링컨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전략적 인내를 다시 꺼내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전문가 제이슨 바틀렛은 미국 외교·안보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 칼럼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둘 다 결국 북한을 비핵화하지 못했다"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앞선 두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가진 장점들만 뽑아낼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북한 문제를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판문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났던 것처럼 과감한 시도나 전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블링컨은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들을 인용해 "블링컨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까지 너무 많은 회의를 하고, 일각에서는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는 그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받는다"라며 "하지만 블링컨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단지 그가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라고 엇갈린 평가를 전했다.

어쨌든 블링컨은 '빅딜'과 '노딜'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욱 이란 핵 합의처럼 단계적이고 정교한 '스몰딜'을 북한과의 협상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지켜본 블링컨이 이번엔 더 나은 해법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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