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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검찰로 송치되는 "박사방" 조주빈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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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의 주범 '박사' 조주빈씨는 당당했다. 오는 2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조씨는 자신을 신문하는 검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1부(조성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주빈씨 공범 '부따' 강훈씨 공판에서, 조씨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신명 검사가 조씨를 신문하면서 "증인은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로 하여금 새끼손가락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게 하고, '박사님, 전 노예입니다'와 같은 말을 하도록 시켰는데,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조씨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일단 새끼손가락은 제가 만든 영상 촬영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는데 제가 범행 당시에 이걸 가지고 브랜드화하려고 기획했던 게 아니고, 조사과정에서 형사·검사님이 '너 자신을 브랜드화하려고 한 걸로 볼 수 있지 않니?'라고 물었고, 제가 그것에 대해서 변명하기 싫어서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해서, 형사분이 '헷갈릴 수 있으니 앞으로는 새끼손가락에 대해서 브랜드화한 걸로 하자'고 해서, 제가 응했고."
  
그는 그러면서 지난 9월 1일 증인신문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공범 한아무개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조씨는 "음란물에 대해 '브랜드화'하려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이 말에 검사도 당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씨의 말이다.

"지난번 증인신문에서 검사님이 그렇게 한 이유가 뭐냐고 해서, 제가 브랜드화하려고 했다고 답을 하니까, 저로서는 다소 좀 억울한 게 기사 보면 검사도 경악했다, '브랜드화하려고 했다' 이런 게 기사로 나갔더라고요. 검사님이 제시한 그 개념을 가지고 정리해서 얘기한 거지, 검사님들이 경악했다는 것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더라고요."
  

윤신명 검사는 "검사가 증인을 조사하면서 브랜드화라는 말을 꺼낸 적도 없고 들은 적 없다"라고 지적하자, 조씨는 "검사님 한 분만 만난 게 아니고 네다섯 분을 만났고 형사분들 여러 명 만났다. 조사과정에서 검사님·형사님들이 제시한 개념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검사는 재차 "'브랜드화'는 조서에 한 번도 안 나왔고 증인신문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말했고, 조씨는 "분명 수사기관에서 제시했던 개념"이라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수사기관에서 그렇게 해석한다면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윤 검사와 조씨가 설전을 벌이자, 재판부가 이를 말렸다. 이후 윤 검사는 조씨가 피해자들에게 요구한 가학적인 행동을 언급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면서 단순히 성적인 행동을 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굴욕적인 자세와 표정을 짓도록 요구했던 이유는 뭐죠?"라고 물었다. 조씨는 "더 자극적으로 비춰지게끔..."이라고 답했다. 윤 검사는 그 이유를 재차 추궁했다. 이어진 조씨의 증언이다.

"자세히 설명 드리면, 제가 텔레그램에 등장할 당시에 텔레그램 유저들은 이미 '갓갓'이라는 별개 범죄인의 범행 사실, 그러니까 촬영물을 접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뒤늦게 나타나다보니까 해당 영상물이 굉장히 잔혹하고 수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나타난 저로서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고, 그래서 이미 자극적인 것에 학습된 유저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서 돈을 수취하려면 더 자극적인 사람인 것처럼 비춰져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촬영물도 그렇고, '내가 박사야' 이렇게 하면서 범행에 능통한 것처럼 비춰지고자 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조씨는 증인 신문 내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혔다.

한편, 조씨 포함한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 피고인 일부에 대한 1심 선고가 26일 오전 10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지난 22일 검찰이 구형한 내용이다. 이들에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범죄단체 조직 등이 적용됐다.

▲ '박사' 조주빈씨 무기징역 ▲ '태평양' 이아무개씨 장기 10년, 단기 5년 ▲ '도널드 푸틴' 강아무개씨 징역 15년 ▲ '랄로' 천아무개씨 징역 15년 ▲ '오뎅' 장아무개씨 징역 10년 ▲ '블루99' 임아무개씨 징역 13년

태그:#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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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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