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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임용고시 시험을 하루 앞두고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확진자가 발생한 학원.
 중등 임용고시 시험을 하루 앞두고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확진자가 발생한 학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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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이다. 1년이 날아갔다"

중등교사 임용 1차시험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 20일, 예년 같으면 '시험 잘 보라'는 격려의 말이 오갔을 '임용시험 준비생 커뮤니티'에 "확진 판정됐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하나 둘씩 올라왔다. 당초 교육당국은 중등 임용시험 공고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응시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았다. 확진자 수험생들은 시험 전날 '응시 불가'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노량진 임용단기 학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시험을 보지 못한 수험생은 총 67명이다. 이들은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을 통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언론사 등에 제보 메일 등을 날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들끼리 의견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도 만들어졌다.

수능은 보게 하는데, 왜 임용시험은 안 되나?

확진자를 비롯한 수험생 상당수는, 확진자도 응시가 가능한 수능과 달리 임용시험은 '응시 불가'로 못 박아놓은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수능의 경우 확진자가 시험을 볼 수 있는 '확진자용 병상'을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정부는 임용시험이나 7·9급 공무원 시험등 기타 국가시험은 수능과 같은 사전 준비 없이, '확진자 응시 불가' 방침만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자체만으로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수 년 간 준비한 국가시험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0월 박완주 의원실은 코로나19 확진자는 공무원 시험 응시가 불가하다는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의 시험 방침을 확인해서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의원실에 확진자 응시 불허 근거가 감염병예방법 및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시험 방역관리 안내>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질병관리청 측은 의원실에 "시험장에서의 응시 불가일 뿐, 병원이나 생활치료소에서 시험 허가 여부는 주관부서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확진자 응시 불허' 조치는 근거조차 불분명했던 셈이다.

박 의원은 "정부는 1년에 단 한 번 보는 공무원 시험에 모든 것을 걸었을 수험생의 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라며 "오는 10월 17일 지방직 7급 시험부터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직 7급 시험 역시 확진자 응시 대책 없이 치러졌다.

검사 일찍 받은 사람만 손해? '방역 구멍'도 우려

'확진 시기'에 따라 응시 여부가 결정되는 것도 논란이다. 대구에서는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한 수험생이 '자가격리자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으나, 결국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수험생은 시험을 마치고 휴대폰을 켠 뒤에, 보건 당국으로부터 확진됐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일찍 검사 받은 사람만 피해봤다'라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확진자에 대한 '구제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응시 불허' 조치는 추후 수험생들이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검사를 늦추는 것을 유도해, 오히려 시험장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 관련 '코로나 확진자 응시 불가' 조항을 재검토해주세요"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자는 "▲'응시 불가' 조항은 수험생들을 방역지침을 '위반한' 실패자로 낙인찍는 것에 불과하며 ▲ '응시 불가'가 오히려 '참고 시험보는 사람'들을 양산하며 방역의 구멍을 만들고 ▲조항의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이번 임용시험을 보지 못한 수험생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촉구하고, 응시 불가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진자 응시는) 당연히 점검이 이뤄졌어야 할 부분"이라며 "어떤 시험은 준비를 하고, 어떤 시험은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은 문제가 있고, 공적인 시험뿐만 아니라 학내 시험의 경우에도 얼마나 확진자 응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나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재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이상, 충분히 '확진자 응시'에 대해 준비할 수 있었다고 본다"라며 "'의무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행정 기관이 피해갈게 아니라, 적극적인 조치를 고민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헌법소원에 대해서 그는 "'평등의 원칙'이 위반됐다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있을 것 같고, 시험 주최 기관의 '의무'가 있었느냐 등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태그:#코로나19, #임용시험, #노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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