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20일 경기에서 경북체육회 선수들과 경기도청 선수들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20일 경기에서 경북체육회 선수들과 경기도청 선수들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 ⓒ 박장식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2일 차에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었다. 남자부 국가대표인 경북체육회 '팀 창민'을 상대로 까마득한 후배들이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 이날 경기에서는 의성고등학교A 컬링팀이 팀 창민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승리를 거두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여자부에서는 경북체육회가 현 국가대표인 경기도청, 전 국가대표 춘천시청을 상대로 2승을 거두며 태극마크 탈환을 정조준했다. 경기도청, 춘천시청 선수들의 후배인 송현고B 선수들은 전현직 국가대표를 상대로 명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남자부에서는 언더독의 반란이, 여자부에서는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승부가 나온 셈이었다.

'엎치락뒤치락' 송현고... 승리 없었지만 가능성 봤다

오전 7시 30분 열린 여자부 2경기에서는 첫 경기를 가진 '팀 킴' 경북체육회가 춘천시청 '팀 민지'를 상대로 스코어 7-3, 승리를 거두었다. 경북체육회는 경기 초반과 후반까지 두 번 스틸을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춘천시청은 9엔드동안 석 점만을 얻어내는 아쉬운 투구 속에 소중한 승리를 얻지 못했다.

송현고B(스킵 김지수)는 경기도청 '컬스데이'를 상대로 7-9로 패배했다. 하지만 경기가 백중세이던 6엔드 3점의 빅 엔드를 거두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경기도청은 7엔드에 3점을 되돌려주며 경기를 잡아냈다. 같은 시각 열린 봉명고와 의성여고의 경기는 의성여고가 8-4로 승리를 거두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2일차 경기에서 송현고를 상대한 춘천시청 선수들이 스톤을 하우스에 밀어넣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2일차 경기에서 송현고를 상대한 춘천시청 선수들이 스톤을 하우스에 밀어넣고 있다. ⓒ 박장식

 
이어 오후 4시 30분 열린 3경기에서도 송현고 선수들이 학교 3년 선배 춘천시청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송현고는 2-4로 밀린 전반이 끝난 후 첫 엔드인 6엔드에서 석 점을 내며 순식간에 역전했다. 춘천시청 선수들은 7엔드와 8엔드 석 점씩을 몰아 득점하며 스코어 10-6으로 승리했다.

같은 시각 경북체육회는 경기도청을 상대로 리드를 내주지 않는 깔끔한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도청의 초반 블랭크 엔드(하우스를 비워 후공을 다음 엔드에 이어가는 전략) 작전이 다음 엔드 1득점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내고, 경북체육회는 후반 블랭크엔드 작전을 2득점으로 성공한 것도 차이였다. 최종 스코어는 7-5였다. 전북도청은 봉명고를 상대로 11-2 승리를 챙겼다.

이날 여자부는 경북체육회의 독주 속 송현고의 저력이 돋보였던 하루였다. 경북체육회는 가장 어려운 상대를 초반에 만나 손쉽게 승리하며 1위 직행 가능성을 높였고, 송현고는 어려운 상대를 두 번 만나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미래의 가능성을 살필 수 있게끔 했다.

'대이변' 의성고, '돌풍' 경기도연맹

남자부에서도 이변과 돌풍이 이어졌다. 남자부에서는 상기했듯 의성고등학교가 임팩트있는 한 방을 보여줬다. 또 성인팀이지만 비실업팀으로 운영되는 경기도컬링경기연맹이 실업 팀 두 곳을 차례로 누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경기도연맹은 이날 승리를 바탕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2일차 경기에서 강원도청 선수들과 서울체고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2일차 경기에서 강원도청 선수들과 서울체고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 박장식

 
낮 12시 열린 경기에서 경북체육회는 의정부고를 손쉽게 꺾고 15-3 스코어로 승리했다. 경북체육회는 4엔드와 7엔드에 5점씩을 올리는 등 상대를 압도했다. 강원도청은 서울체고를 7-3의 스코어로 누르고 1승을 챙겼다. 오후 9시 열린 경기에서도 서울시청이 서울체고를 10-3으로 눌렀다.

놀라운 것은 경기도연맹의 도장깨기. 지난 코리아 컬링 리그에서도 실업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보였던 경기도연맹은 한국선수권 첫 경기 경북체육회와의 승부에서 패했지만, 이날 낮 12시 서울시청과의 경기를 10-3으로 완파한 데 이어 오후 9시에는 강원도청까지 11-8로 누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경기도연맹 선수들은 2승 1패를 챙기며 페이지 플레이오프, 어쩌면 그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상황. 아태선수권에 비실업팀 출신 국가대표가 파견된 적이 있지만, 세계선수권은 그랬던 일이 없었다. 어쩌면 경기도연맹이 후반 기세를 살려 비실업팀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오후 9시 의성고등학교와 경북체육회의 경기는 선후배의 불꽃튀는 대결로 펼쳐졌다. 전반에는 경북체육회가 석 점을 챙기며 3-2로 흘러갔던 경기는 7엔드 석 점을 챙긴 의성고가 역전을 거뒀다. 이어 연장전까지 간 승부 끝에 의성고가 스코어 7-6으로 승리하며 짜릿하면서도 기적적인 첫 승리를 거뒀다.

"그냥 홍보영상인 줄 알았는데... 얼떨떨하네요"
 
 한국관광공사의 'Rhythm of Korea' 강릉편에 나왔던 서민국 선수. 양 옆에서 스위핑을 하던 선수는 오승훈 선수와 김정민 선수라고.

한국관광공사의 'Rhythm of Korea' 강릉편에 나왔던 서민국 선수. 양 옆에서 스위핑을 하던 선수는 오승훈 선수와 김정민 선수라고. ⓒ 한국관광공사

 
경기 후 2승 1패를 달리고 있는 강원도청의 서민국 선수를 만났다. 서민국 선수는 "한국선수권도 자꾸 미루어져 씁쓸했는데, 지금이라도 하게 되어서 너무 다행스럽다"며, "일반부 팀들이 더욱 많이 남았다. 고교 팀과의 경기에서의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민국 선수는 최근 큰 화제를 모았던 한국관광공사의 'Rhythm of Korea'의 강릉편에 컬링 스톤을 투구하는 모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 서민국 선수의 모습 덕분에 연락이 없었던 지인들이 "유튜버로 전향했냐"고 묻기도 했다고. 서민국 선수는 "막상 친구들은 '어 나왔네?' 싶었다더라"며 웃었다.

박종덕 스킵이 양보해서 세 명의 선수가 장면에 나왔는데, 김정민 선수와 오승훈 선수의 모습은 브룸을 든 모습으로만 나오고 혼자 얼굴을 비췄다는 게 서민국 선수의 설명. "촬영 때문에 투구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니 힘들었다"는 서민국 선수는 "단순 홍보영상인 줄 알고 찍었는데 조회수가 높아서 얼떨떨하다"고 후기를 말하기도 했다.

21일 경기도 강행군이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오후 4시 30분에는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이 맞붙어 더욱 높은 자리로의 쟁취를 잇고, 낮 12시와 오후 21시에는 남자부 경북체육회와 강원도청, 강원도청과 서울시청이 각각 맞붙는다. 예선 경기는 2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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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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