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리스트 한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한은 ⓒ 소니뮤직코리아

 
'클래식 기타의 한류'를 이끄는 연주자가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 클래식 기타 앙상블 보티첼리와 보티의 멤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은. 그는 우리나라를 넘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 클래식 기타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다.

'클래식 기타의 본고장'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한 후 한국까지 이어진 연주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그동안 해온 수많은 라이브 활동 및 발표 앨범들은 한은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15년 첫 솔로 음반을 공개한 후 무려 5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 11월 초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멜로디아 센티멘탈(Melodia Sentimental)>은 우리나라 음악 팬들도 선호하는 남미 작곡가들의 다양한 곡들을 기타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기타리스트 한은 본인이 직접 선곡한 앨범 수록곡들을 연습하고 익히는 과정에서 느꼈던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담아 CD에 수록하는 등 이번 앨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감미로우면서 선율 흐름 하나하나를 중요시하는 섬세함이 그의 연주를 사랑하는 음악 팬들을 중독 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그는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활동 중인 후배 기타리스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 속에 계속 앞으로 걷는 중이다. 언젠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리오)에서 기타연주를 하고 싶다는 중견 아티스트 한은과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소속회사 소니뮤직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시아가 인정한 여성 클래식 기타리스트 

- 5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소감은?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는데 앨범에 대한 좋은 평들을 많이 받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 솔로 음반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진행을 했지만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무렵 왜 그리 시간이 촉박하던지 아쉬움은 항상 남는 것 같다."

- 오랜 기간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첫 솔로 음반을 내고 라이브 등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두 번째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은 1집 발매 후부터 했지만 3년 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더 잘하고 싶다는 내 마음과 욕심, 시간과의 싸움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5년이 돼서야 완성된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웃음)"

- 솔로 앨범 1집과 2집을 비교해 달라.
"1집은 소리는 익숙하지만 악기명칭은 생소할 수도 있는 '클래식 기타'를 접할 청자들에게 편안하고 낭만적인 선율을 전하고 싶어 제목도 <로망스>로 정했다. 2집 앨범은 남미 태생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해 담았다. 곡들은 대체로 경쾌하지만 그 안에서 묻어나는 슬픈 멜로디도 기타로 표현하고 싶었다."

다양한 남미음악, 클래식 기타로 재해석해

- 이번 <멜로디아 센티멘탈> 음반의 기획 방향은?
"남아메리카란 특정 대륙, 특정 지역의 음악을 담았다. 많은 분들이 아는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탱고의 고전도 연주했다. 클래식기타로 다양한 장르의 라틴음악들을 대중이 충분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방향성을 갖고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카니발의 아침(Manhã de Carnaval)을 기타로 연주한 오래된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것이 2집 앨범의 시작이 됐고, 이후 작품 콘셉트에 맞는 수록곡들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 이어졌다."

-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수록된 열 한 트랙 모두 연습하고 익히는 과정에서 내게 큰 어려움을 줬다.(웃음) 어떻게 그 고난을 넘겼는지 감회가 새롭다. 모든 곡을 다 사랑하지만 8번째로 담긴 '알폰시나와 바다(Alfonsina Y El Mar)'는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음악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기타리스트 레오나르도 브라보(Leonardo Bravo)가 편곡한 악보로 연주를 할 수 있어 가장 애착이 간다."

- 뮤지션이 경험한 라틴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
"곡의 분위기가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이 대비되는 감정 선상에서도 '센티멘탈(Sentimental)한 멜로디(Melody)'란 문구로 정리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앨범 제목도 자연스럽게 정했다. 브라질이 낳은 작곡가 빌라-로보스(Villa Lobos)가 남긴 '멜로디아 센티멘탈'에서 가져온 거다,"

러시아에서 가졌던 공연, 평생 간직하는 기억
 
 클래식 기타리스트 한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한은 ⓒ 소니뮤직코리아

 
- 기타 솔로는 물론 팀을 이뤄 활동 중이다.
"콰르텟에서 트리오로 바뀐 보티첼리(Botticelli)와 듀오 보티(Botti) 등 기타 앙상블의 멤버 활동을 병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여성 클래식 기타리스트로만 이뤄진 경우인데 오랫동안 함께 연주 호흡을 맞춰 와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남다르다. 서로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어땠나?
"여성이 클래식 기타를 연주한다는 것이 생소하다는 반응을 정말 많이 접했다. 음악시장에서 클래식 기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금까지도 너무 낮은 편이다. 아시아에서도 앙상블을 이뤄 활동을 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 이 악기를 만지고 배울 수 있었던 가정환경 덕분이었고, 기타를 취미삼아 연주했던 어머니께 정말 감사드린다.(웃음) 클래식 기타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프로세계에서 활동하하는 여성 연주자들이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라이브 무대가 있다면?
"2007년 상트페테르브루크와 블라디보스톡 등 러시아 몇 개 도시에서 가졌던 공연들을 잊을 수 없다. 동양에서 온 한 여성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콘서트장 관객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을 하나?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일을 다시 만들며 이겨내 왔던 것 같다. 재충전 후 정체되지 않고 내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하는 것이 내겐 가장 현명한 극복 방법이었다."

클래식 기타 연주하는 후배들의 버팀목 되고 싶어

- 기타리스트가 된 것 언제 보람을 느끼나?
"친한 친구가 아들이 내 음악을 매일 듣는다고 이야기 해줬던 기억이 떠오른다. 성인 분들의 응원 역시 큰 힘이 되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내 기타 연주가 흥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다.(웃음)"

- 끊임없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대다수 아티스트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활동 중이다. 멈춰 있을 경우 힘든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이다. 선배로서 특히 후배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활동을 해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버팀목이 됐으면 한다. 사명감도 든다."

- 올해와 내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우선 듀오 보티로 내년 하반기에 첫 앨범을 내고 콘서트도 할 예정이다. 올해가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생활 후 우리니라에서 활동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코로나19로 부득이하게 연기했고, 역시 내년 5월 개인 독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2021년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아마도 팀으로 트리뷰트 공연을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 한은에게 '클래식 기타'란?
"'나 같은 애!'. 연주자의 모든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표현된다고 생각하다.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솔직하게 연주에 담겨져 나온다. 클래식 기타는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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