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한국 U-23 대표팀 미드필더 이동경이 브라질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이동경 한국 U-23 대표팀 미드필더 이동경이 브라질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며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한국은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알 살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집트 U-23 친선대회' 브라질 U-23팀과의 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3일 이집트전 무승부에 이어 이날 브라질전 패배로 1무 1패를 기록, 대회 일정을 마감했다.
 
빠른 역습으로 선전한 한국
 
김학범 감독은 지난 이집트전과 비교해 7명의 선발 라인업을 바꿨다. 4-2-3-1 포메이션에서 송범근이 골키퍼 장갑을 낀 가운데 포백은 김진야-김강산-김재우-강윤성으로 구성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김동현-이승모, 2선은 조영욱-이동경-김대원, 원톱은 오세훈이 출전했다.
 
브라질도 4-2-3-1을 가동했다. 펠리페가 골문을 지키고, 포백은 에메르송-리앙코-마갈량이스-엔리케, 3선은 웬델-마이콩이 포진했다. 2선은 네리스-헤이니에르-호드리구, 최전방은 쿠냐가 나섰다.
 
한국은 예상을 깨고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전반 7분 강윤성이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네리스가 골라인에서 살려낸 공을 탈취한 뒤 오세훈에게 패스했다. 오세훈을 거친 패스가 이동경에게 전달됐고, 페널티 아크에서 이동경의 오른발 슈팅은 브라질 수비수 리앙코 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역습은 매우 빠르고 날카로웠다. 전반 18분 왼쪽 뒷 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를 잡기 위해 김대원이 엄청난 스피드로 파고들었다. 이어 김대원이 올린 크로스는 쇄도하던 조영욱의 발에 닿지 않고 옆으로 흘러나갔다.
 
경기 초반 조직력에서 엇박자를 드러낸 브라질도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전반 22분 브라질의 슈팅을 송범근 골키퍼가 엄청난 슈퍼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다.
 
한국은 점수차를 벌릴 절호의 기회를 잡앗다. 전반 23분 페널티 박스에서 공을 소유한 김대원이 리앙코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오세훈의 페널티킥이 크로스바를 스치고 골문 위로 넘어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오세훈 한국 U-23 대표팀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브라질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오세훈 한국 U-23 대표팀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브라질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브라질 파상공세 
 
이후 한국은 곧바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수 차례 기회를 제공했다. 쿠냐의 두 차례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고, 전반 32분 네리스의 슈팅은 송범근 골키퍼가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전반 40분 결정적인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헤이니에르의 문전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올랐다.
 
한국은 결국 전반 42분 동점골을 헌납했다. 네리스의 크로스에 이은 호드리구의 슈팅을 송범근이 절묘하게 쳐냈지만 흘러나온 공을 쿠냐가 왼발로 마무리지었다. 전반 종료 직전 이승모의 발리슛으로 브라질 골망을 갈랐지만 앞서 김재우의 석연치 않은 파울로 인해 득점이 취소되고 말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학범 감독은 김대원 대신 이승우를 교체 투입했다. 이승우는 들어온지 4분 만에 번뜩이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빠른 주력으로 왼쪽에서 중앙으로 끌고 나오며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후반 들어 흐름은 난타전 성격을 띠었다. 후반 11분 브라질은 역습 상황에서 네리스가 송범근 골키퍼를 제치는 상황을 연출했지만 마무리 슈팅이 정확하지 못했다. 한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12분 김진야가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유효 슈팅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6분 네리스의 슈팅이 송범근 골키퍼 손에 맞고 흐른 공을 호드리구가 밀어넣었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25분 조규성, 정승원을 교체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괴했다. 후반 26분 정승원이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해 브라질 골문을 두들겼다.
 
한국은 후반 28분 다시 한 골을 헌납했다. 쿠냐와 헤이니에르의 유기적인 원투패스로 한국 수비를 무너뜨렸고, 헤이니에르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두 골차를 좁히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속도-압박은 합격, 해결 과제로 남은 수비 불안
 
브라질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중인 다수의 선수들을 대거 한국전에 출전시켰다. 레알 마드리드의 호드리구, 도르트문트의 헤이니에르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에메르송, 리앙코, 마갈량이스 등도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뛸만큼 브라질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한국은 이러한 브라질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전반에는 수비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높은 브라질 수비의 배후 공간을 노리는 역습을 감행했다. 특히 좌우 측면에서 빠른 주력으로 브라질을 괴롭혔다. 이뿐만 아니라 속도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으며, 브라질의 화려한 개인기를 무력화시킨 것은 협력 압박이었다.
 
특히 한국은 전반 7분 만에 이동경의 선제골에 이어 전반 24분 오세훈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면 브라질이라는 대어를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또, 전반 종료 직전 이승모의 골은 주심의 다소 의아한 판정으로 인해 취소됐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들어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전술로 브라질에 맞불을 놨다. 그러나 개인 기량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후반 들어 브라질은 특유의 조직력을 발휘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수비 불안은 김학범 감독이 풀어야할 과제다. 이날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3실점을 허용했다. 김학범호는 풍부한 1, 2선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 뎁스가 다소 얇은편에 속한다. 그래서 와일드카드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포지션이 수비수다.
 
물론 이날 한국은 주전 센터백 정태욱, 이상민이 이번 소집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정상적인 수비 조직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수비의 안정감을 더욱 확고히하는게 필수다. 이번 이집트 친선대회 2경기를 통해 김학범호는 가능성과 보완해야 할 점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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