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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11·3 미국 대선 개표 상황 뉴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11·3 미국 대선 개표 상황 뉴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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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 트라우마일까? 2020년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을 전하는 미국 언론들은 어느 때보다 신중했지만 국내 언론은 주요 경합주 판세에 따라 춤을 췄다.

5일 오후 4시(미 동부시간 5일 오전 2시) CNN, 뉴욕타임즈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253명을 확보해 214명에 그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현재 경합주 중 일부에서 승리해도 매직 넘버인 270명을 달성할 수 있지만, 결과는 어느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트럼프 쪽에서 개표 결과에 승복하기보다 소송을 예고해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2016년 대선에 데인 미국 언론, '폭스뉴스'보다 '신중'

미국 언론은 '신중 모드'다.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보다는 주요 경합주 개표 진행 상황 등을 사실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미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초박빙 승부를 벌였던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오보 사태에 이어 지난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 고배를 마셨던 탓이다.

오히려 친공화당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가 애리조나주까지 포함해 바이든이 264명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고 있는 반면, CNN 등 친민주당 성향 매체가 더 보수적인 집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언론도 미국 언론 영향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지만, 주요 경합주 초반 개표 결과에 따라 한때 트럼프 우세를 점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4일 오후(미 동부시간 4일 오전) 개표 중반 트럼프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 주요 경합주에서 승리를 확정짓고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에서 바이든을 크게 앞서 나가자, 트럼프가 270명을 넘어 300명 안팎까지 확보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4일 새벽(현지 시간)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며 개표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자고 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자,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국내 언론들은 양쪽의 승리 주장을 단순 중계한 곳이 많았다.

개표 아직 안 끝났는데... 트럼프 승리 선언에 '부화뇌동'
 
미국 대선 개표 초반인 4일 오후(미국 동부시간 4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앞서 나가자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우세를 전망했다.
 미국 대선 개표 초반인 4일 오후(미국 동부시간 4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앞서 나가자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우세를 전망했다.
ⓒ 뉴시스·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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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위스콘신, 미시간 등 경합주 개표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트럼프가 조금 앞서거나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자, 국내 언론은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를 예측하지 못했다며, 여론조사 무용론을 제기했다.

<동아>는 5일 '개표 중반까지 혼전… 여론조사 또 빗나가나' 기사에서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플로리다를 비롯한 경합주에서 여론조사 예측과는 차이가 큰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곳곳에서 예측이 빗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조사의 부정확성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도 '빗나간 여론조사...숨어있는 '샤이 트럼프' 또 못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대선일 전 대부분의 주류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들은 조심스럽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면서 "그러나 실제 투표함을 열어보니 개표 중반 판세는 초박빙, 오히려 여러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역전하자 '신중 모드'... "방송 패널들 전문성 부족"

결과적으로 섣부른 보도였다. 5일 새벽을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위스콘신, 미시간 등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이 역전하고,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에도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자 국내 언론도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권민철 CBS 미국 워싱턴 특파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표가 혼전에 혼전을 거듭 중"이라면서 "어제(4일) 저녁까지만 해도 제가 CBS 저녁종합뉴스 때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기우는 듯하다' 이런 방송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조금 오보가 되는 분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종적으로 바이든이 승리를 했느냐?'라는 물음에는 '여전히 결과는 안개 속이다'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미국 대선은 국내 대선과 달리 선거인단을 먼저 선출하고 사전 투표, 우편 투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주마다 개표 진행 방식도 다르다. 언론에서 미국 선거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선거 개표 방식으로 보도할 경우 자칫 오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선 개표 방송에 출연한 일부 패널에 대한 전문성 비판도 나왔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지낸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젯밤만 해도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신중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국내 방송에선 개표 초반 내용만 보고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평론가들 말을 인용해 결국 빗나가기도 했다"면서 "미국 대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패널을 출연시키면 사실보다는 추측성 보도를 남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에서 전문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미대선, #트럼프,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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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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