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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물론 농산물 가격 폭락 등 우리 농촌은 해묵은 문제로 매번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종잡을 수 없는 기후와 끝없는 개방의 물결은 농촌의 한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위기의 농촌을 살릴 해결책으로 최근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농촌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 농민수당은 새해 총선을 앞두고 더욱 활발히 논의 되는 모양새다.

<월간 옥이네>는 '농민수당 전도사'로도 불리는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을 만나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과 전망을 들어본 바 있다. 2019년 11월 19일 충남 공주에 있는 충남연구원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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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기본소득, 농민수당 같은 개념은 몇 해 전만 해도 상당히 낯선 용어였다가, 2018년 전남 강진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당시 지방선거와 새해 있을 총선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렇게 큰 반향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존 정책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농촌이 당장 생존에 있어 시급한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농촌 관련해 다양한 사업 - 무슨 마을 개발이며 권역사업, 도농교류 등 온갖 명목으로 사업을 만들었지만 농민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컨설팅 회사 같은 중간 업자들 배만 불려준 셈이다. 그나마 농민에게 이익이 간다고 해도 소수에게 집중됐다.

저는 국가가 농민을 인권적으로 유기, 방치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의 농정은 승자 독식 구조로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가 배제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농촌이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존 정책 땜빵 한다고 되겠나. 아무리 똑똑한 지도자가 나와도, 농촌 마을을 유지하고 농촌의 생태와 문화, 환경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잡다한 사업 다 줄이고 차라리 농민에게 직접 지불하라는 요구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 현재 직불금과 농민수당, 어떻게 다른가. 또, 농민수당이 왜 필요한가.
"먼저 유럽의 상황을 설명하겠다. 유럽은 농정예산 대부분을 농민들에게 직불금으로 지급한다. 유럽의 농촌 역시 농업을 통한 소득 창출이 어려워 직불금이 없다면 농민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종 명목으로 직불금을 준다. 유럽은 농가 당 농지 면적이 보통 40~50ha 이상으로 큰 편이니 면적 단위로 직불금을 받아도 충분하다. 거기에 경관농업이나 환경농업, 종 다양성 농업, 공동체 활동 등 각종 가산형 직불금 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농가 대부분이 1ha 미만의 소농이라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면 1년에 30~40만 원 밖에 받지 못한다. 이 정도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 농민이 대부분 소농임을 인지하고 여기 맞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시설과 생산성 등 경제성을 중심으로 가다 보니 자본과 기술이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식의 석유 화학, 자본재, 시설 위주 농업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팜이니 설비 투자니 하며 지원한다는데, 결국 생산과잉을 유도해 농산물 가격 폭락을 낳을 수 있다. 충북에서도 아로니아 사태가 있지 않았나. 지자체에서 소득작물이라고 육성하더니 과잉 생산돼서 가격 폭락하고, 그러면 또 정부가 폐원 지원을 하고, 이런 식이다. 이런 거 이제 그만하고 농민에게 직접 주자는 거다. 유럽도 다 직접 주는데 왜 우리는 각종 업체, 농협만 배부르고 정작 농민은 폐원하게 만드나. 농민이 떠나니 농촌이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사업예산 모아서 한 달에 20~30만 원만 직접 지급해도 농촌 농가엔 큰 도움이 된다.

유럽은 농정 예산의 72%, 스위스 같은 곳은 85%까지 직불금으로 지급한다. 우리는 면적 단위가 아닌 사람 기준으로 가야 한다. 면적도 어느 정도 점증적으로 줄 필요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 단위로 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촌이, 농업이, 농민이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10년 전에 비하면 기본소득의 개념이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면서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정책을 '예산 퍼주기'나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시각이 있다.
"이미 무수히 많은 논쟁을 통해 정리가 된 부분이라고 본다. 선택적 복지는 한계가 있다. 행정이 모든 것을 관여할 수 없고, 한다고 해도 오히려 행정 비용이 더 들어간다. 아동수당 때도 그런 논쟁이 있었는데, 오히려 상위 몇%를 제외하는 게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현재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청년기본소득 같은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을 확대해가고 있지 않나.

이렇게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여러 보편복지가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있고 동시에 행정비용 절감의 차원, 인권 보호, 개인의 행복과 만족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 거라 본다."

- 앞서 농민기본소득은 사람 단위로 지급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이야기되는 농민수당은 농가 대상이다.
 "가장 큰 현안이고 논쟁거리다. 농가 당 지급할 경우 여성 농민이나 청년 등 소외되는 가족 구성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농가당 50만 원, 개인당 20만 원 수준은 돼야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봐야 농정예산의 1/3, 5~6조 수준의 예산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농민수당, 
도시화‧산업화‧개방화에 따른 
농촌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책임


-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의 개념이 혼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차이가 있나.
"'농민기본소득'은 농업의 문제가 단순히 가치에 대한 보상을 못 받아 생기는 게 아니라 도시화, 산업화, 개방화 등으로 발생한 총체적인 문제라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정책 전반에서 농민이 배제되고 소외돼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기본 취지이다. 반면 '농민수당'은 농민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약간의 관점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공익적 활동에 대한 보상만 이야기한다면, '공익적 가치를 많이 생산하면 많이 주고, 적게 생산하면 적게 주는가' 하는 차원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의 입장에서 농민수당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생존권을 보장하고, 여기에 '친환경'이든 '경관농업'이든 조건에 따른 추가 직불금을 지급해야 한다. 농민의 존재론적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보상하자는 것이다. 농민은 식량 생산, 국토 보호 등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량에 대한 보상이 아닌, 농민이라면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 현행 직불금 제도에서도 그렇고 다른 복지사업에서도 계속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부정수급'이다. 농민수당에서는 부정수급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나.
"기존 직불제는 토지 소유의 근본적 모순에서 발생하는 부정수급이 굉장히 만연해있었다.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는 농민이 많은데, 임차 계약서를 쓰지 않아 농민이라는 증명을 하지 못해 못 받거나, 농민에게 가야하는 직불금이 땅 주인에게 가는 상황 등이 그것이다. 그게 현재 직불금의 한계이자 문제다.

농민수당은 일단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농가를 대상으로 하고 마을 단위, 읍면동 단위의 심의위원회와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이 이를 걸러낸다. 또 현금 대신 지역상품권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몇 단계 확인 절차를 거치는 데다 직불금처럼 통장에 바로 '꽂아주는' 형태가 아니라 부정수급 문제도 줄어들 것이고, 지역화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지역에 훨씬 이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지급이 기존 정책보다 몇 배의 효과가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게 직불금보다 훨씬 유용한 정책 수단이라 현재 도입을 했거나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농민수당은 뿌리 튼튼하게 하는 것


- 지역에서 농민수당 관련 홍보 활동을 하는 농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혹 '왜 농민만 이런 걸 주냐'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그런 불만도 있을 수 있는데, 지역상품권 형태로 나가는 것이라 결국은 지역사회에 이익이 된다. 실제로 농민수당을 지급한 지역에서는 재래시장이나 소상공인들이 더 지지한다. 강진 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지급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있다. 고창 같은 경우도 2019년 하반기, 추석을 앞두고 지급했는데 이걸 어디다 쓰겠나. 재래시장이나 지역 상가에서 쓰게 되니 상인들도 환영한다.

농민들이 뿌리이기 때문에 이 뿌리를 튼튼히 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온갖 무역협정으로 농촌에 암울한 미래밖에 없는데, 농민수당이 지급되니 이게 지역에서 돌게 되고 지역에서는 농민수당을 지지하게 되는 거다. 이건 결국 농민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현안이다.

물론 앞으로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 전까지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고 분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책이나 사업에서 흔히 얘기하는 '어떤 거점을 만들고 확산을 기대'한다는 것들, 실제로는 안 된다. 농촌 창조 마을이니, 권역 마을이니, 신활력 플러스니 하는 사업도 결국 유지관리가 안 되고 소수가 독점해 사유화되기도 한다. 현재 농촌 공동체 기반이 튼튼하지도 않고 다 고령 주민인데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하니 얼마나 되겠나. 결국 건물만 남고 전기요금도 못 내 폐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사업 예산을 농민들에게 직접 주게 되면 실제로 지역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농민수당을 종자돈으로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옥천군 안남면이 좋은 예인데, 주민들이 지역발전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고 수계기금을 모아 지역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지 않나. 차후 농민수당이 개별 지급된다면 여성 농민들 역시 활동 폭이 더 넓어질 것이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만들어질 수 있다."

- 농민수당이 농촌 지역 주체성, 자치성 확립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현재 농촌 지역은 자치의 뿌리가 말랐다. 관에서 다 해버리니 자치를 할 수 없기도 하다. 농민단체도 보면, 전농 정도를 빼면 다 관변단체이다. 관이랑 친해야 예산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으니 줄을 서게 되고, 예산 지원으로 농민을 통제하다 보니 '식민지 농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니 근본적으로 자치가 불가능하다. 자치가 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농민수당은 그 자금을 농민에게 직접 줘 자치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해방 이후 지역마다 인민위원회가 결성돼 자치를 위한 발판이 만들어졌지만 다시 친일파가 득세하면서 모두 사라졌다. 만약 재정권을 농민들과 상당부분 나눈다면 주민자치, 자립, 이런 것이 회복돼 지역에서는 정말 아래에서부터 새로운 시도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저는 면 단위 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본다. 하나의 면 단위가 자치를 할 수 있는 가장 기초 단위인데, 우리는 면이나 읍의 장을 모두 관에서 내려보내니 자치가 일어날 수 없다. 그나마 최근 읍면동장을 주민 투표로 뽑는 곳도 생기고 있긴 하다. 다만 거의 대부분 지역이 자치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 좀 해보려고 해도 모두 고령화 돼 할 수 있는 사람도 소수다. 그런 차원에서도, 농촌을 지속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농민기본소득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대로 간다면 한계마을부터 다 소멸되고 농촌이 유지될 수 없다."

면 단위 자치·풀뿌리 민주주의 살리는 씨앗 될 수 있다

-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지방소멸, 한계마을 같은 용어는 물론 심심찮게 인근 지역과의 통합 요구가 나오기도 한다.
 "인구가 없으니 다른 지역과 통폐합 하거나, 면 단위에 타운을 만들어 모여 살게 하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을이라는 것은 그렇게 함부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한 국가보다 역사가 더 깊지 않나. 농촌 마을을 유지함으로 인해 국토와 자연, 생태를 지키는 효과가 있다.

통폐합을 한다고 해서 이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다시 건물을 짓고, 토지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모여 산다고 한평생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이 행복해지겠나. 마을은 인구가 줄더라도 유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폐가는 깨끗하게 없애든지, 아니면 귀농인이 활용할 수 있게 지원을 해서 마을을 살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독일 같은 경우도 농촌 인구가 절반에 달한다. 도시에서 일하지만 집은 농촌에 있는 경우도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프라도 부족하고, 소득도 부족하니 농촌으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많은 이가 의료, 복지, 문화 등 농촌에 필요한 게 많지 않냐고 이야기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일단 소득이 받쳐줘야 한다. 생활SOC 사업 같은 것도 실컷 해봐야 소득이 부족하면 농촌에 들어와서 살 수가 없다. 소득이 받쳐줘야 농촌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모든 걸 다 개방해놓은 상태에서 농업 소득을 증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입 농산물 밀려오는데 어떻게 소농이 경쟁력을 갖추겠나. 로컬푸드 정책 같은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시간도 더 필요한 부분인데, 그렇게 기다리기엔 이미 한계에 달했다. 로컬푸드, 직불제 보완으로 소농을 살린다고 해서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나아가 농촌기본소득까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 농촌에서의 삶을 유지하고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있어 '소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농민수당으로 시작해 농촌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재원마련'일 텐데.
 "농민기본소득은 농정 예산을 전환해 만들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유럽은 농정예산의 50~70%를 농민에게 직접 지불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 공모사업이나 개발사업을 줄이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농촌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는 '농촌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농촌 인구 중 농민은 1/4이고 나머지는 비농민이다. 이들 역시 농촌에 살며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지만 농민처럼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농촌 공동체는 농촌기본소득으로 가야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의 각종 균형 발전 정책들,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데 사실 대부분이 도시를 건설하는 기반 시설 사업이다. 저는 여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한다는데, 농촌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야 말로 불균형 심화 정책이다. 이게 면 단위, 리 단위 마을 사람들이 더 농촌을 탈출하게 만든다.

국가 균형 발전 정책에서 기반 시설 확충도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소득보전, 그 중에서도 직접 보전이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을 가능케 한다. 농촌 지역은 전국에 워낙 많으니 이곳에 모두 시설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시설은 읍에 만들더라도 소득을 리 단위까지 받쳐주면 그 소득으로 다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가 균형 발전 예산의 30% 정도는 농촌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어떨까. 국가 균형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농민수당이 국가 균형 발전 새 패러다임 제시할 것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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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기본소득,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아직 실시하는 곳은 없지만 경기도가 현재 준비 중이다. 빠르면 2020년 말, 혹은 2021년 초 정도로 계획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농민수당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전이 되니 실질적으로 농촌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준비 중인 것이다.

현재 면 단위로 진행할지, 리 단위로 진행할지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간도 2년에서 5년, 10년 단위로 하는 것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금액은 개인별 30만 원 정도로 해서 총 500억 가량의 예산으로 실험을 구상하고 있다. 농민수당은 진정한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아니기 때문에, 경기도가 계획하는 것처럼 하나의 지역 단위로 하면 어쨌든 그 안에서는 완전한 기본소득이 되는 것이니까. 실제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 정도까지 앞서 나가려는 곳이 있다."

 -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까지, 어쨌든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사실 현재 이야기되는 농민수당은 워낙 액수가 적다. 월 5만 원이면 전기세도 안 되는 금액인데, 앞으로 액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농촌 지자체의 가장 큰 문제가 인구 감소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인구가 늘어날 수 없다. 경북 영양군 같은 경우 행정등록상 인구가 1만7300명이다. 1만 명 이하로 떨어지면 영양군이 존립할 수 있겠나. 그쪽 주민들 사이에서는 농민 수당이 아니라 군민 수당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농민 수당, 지역 거주 수당도 앞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가 그걸 빨리 캐치해 실험하고 다양한 기본소득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 지역 거주 수당의 성격을 띠게 되면, 인구 유치를 두고 지자체 간 갈등의 우려도 있지 않을까.

지금 농민수당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는 이 문제가 당장의 현안이기 때문에 개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어떻게든 추진을 할 것이고 이게 점차 확대된다면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가 그런 식으로 정부 정책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개별 지역이 아닌 전체 지역의 기본소득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시군 단위 지자체가 정부 정책을 주도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맞다. 지금은 중앙보다 지자체 정책이 훨씬 앞서 간다. 농정도 그렇다. 로컬푸드나 꾸러미 사업, 충남연구원이 진행한 농업환경 프로그램도 그렇고 농민수당도 마찬가지다. 여러 사업이 있는데 대부분 지자체와 지방연구원이 진행하는 사업을 정부가 받아서 따라가는 식이다.

학교급식, 마을공동급식 같은 사업도 그렇지 않은가. 아무튼 지금 중앙 정부는 제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중앙 정부 공무원들이 스스로 기득권이 됐고 자리보전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어 새 정책이 안 나온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실험들이 나중에 전국으로 의제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기본소득운동본부가 출범하고 총선도 있고 해서 이건 농정 1순위 공약이 될 거라 전망한다.

우리도 부모님들 선물할 때, 사실 현금이 제일 좋다고 하시지 않나. 농촌도 마찬가지다. 기본소득을 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판단해서, 자기가 쓰기 적당한 곳에, 상황에 맞게 그렇게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조건을 붙여 경관농업, 친환경농업 등에 추가로 직불금을 지급하면 농촌의 생태를 보전하면서 아름다움도 창출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농촌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고, 국민의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가 2014년부터 농민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처음에는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다들 허무맹랑하게 봤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하나 굴러오면서 여기까지 왔다. 완벽한 정책이란 것도 없다. 사회가 어려움에 닥쳤는데 기존 방식대로 안 된다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농촌에는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 실험이 시급하다."

글·사진 박누리
월간 옥이네 2020년 1월호(VOL.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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