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K리그의 왕좌는 전북 현대의 몫이었다. 정권교체를 노렸던 울산 현대의 도전은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전북은 1일 열린 최종전에서 대구를 2-0으로 제치며 승점 60점으로 사상 최초의 K리그 4연패를 차지했다. 같은날 울산은 광주FC를 3-0으로 완파했지만 승점 57점에 그치며 전북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역사가 반복됐다. 울산은 지난 2019시즌도 종반까지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파이널라운드에서 전북에 역전을 허용했다. 당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리그 최종전에서 '동해안더비' 라이벌 포항에 1-4로 완패한 것이 발목을 잡으며 다득점차(2골)로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줘야했다. 올시즌도 울산은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전북에 한때 승점 5점차까지 앞섰지만, 역시 파이널라운드에 접어들며 포항과 전북에 2연패를 당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전북 이동국이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0 K리그1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전북 이동국이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0 K리그1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2000년대 후반부터 K리그의 신흥강호로 부상했다. 2009년 첫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11년간 8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성남(7회)를 제치고 K리그 단독 최다우승팀의 반열에 올랐다. 아시아무대에서도 2006년과 2016년, 두 차례나 ACL 정상에 오르며 K리그의 위상을 높였다.

중간에 승부조작과 심판 매수 파문 등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는 흑역사도 있었지만, 고비를 극복하고 이제는 K리그를 대표하는 리딩클럽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한때는 대표적인 지방의 비인기 팀에 불과했지만, 명문구단을 향한 확고한 목표의식과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혁신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편으로 전북의 장기집권이 길어지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특정팀의 독주체제로 인한 리그의 흥미 반감과 전력불균형 문제다. 이는 전북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서울, 수원, 성남 등 기존에 K리그를 대표하는 강팀들이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스타 선수를 유출한 탓이 컸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구단들의 분발이 절실한 이유다.

그나마 2010년대 후반부터 대항마로 떠오른 것이 '현대가 형제'인 울산이었다. 2017년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울산은 꾸준히 K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전북의 독주 체제를 위협했다. 울산은 올시즌도 전북 못지않은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이청용, 정승현, 고명진, 원두재, 윤빛가람 등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여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전북과 울산은 일찌감치 올시즌 '양강' 체제를 구축했고, 두 팀의 흥미진진한 라이벌 구도와 우승 레이스가 K리그의 볼거리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끝내 전북의 패권을 끝내 저지하지는 못했다. 전력과 투자를 감안할 때 올시즌의 울산은 무조건 '우승 아니면 실패'로밖에 평가받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울산이 올시즌 우승에 실패한 이유는 단순하게 보면 오직 한 가지, '전북에 약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올시즌 전북을 상대로 세 번 맞대결하여 모두 패했다. 양팀의 승점차가 불과 3점차였고, 울산이 전북과 세 번의 맞대결중 1승도 아닌, 딱 한 번만 비겼더라도 다득점에 크게 앞서서 우승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전북은 올시즌 우승을 지켜냈지만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약팀에 덜미를 잡히는 등 전력에 비하여 불안한 모습도 자주 노출했다. 시즌 중반 구스타보와 바로우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골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했고, 주전 풀백 김진수가 갑자기 중동으로 이적하면서 측면 풀백 라인이 불안요소로 대두되는 등 고비도 많았다. 하지만 울산전 전승을 비롯하여 중요한 파이널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을 지켜낼 수 있었다. 수많은 우승 경쟁을 고비를 극복해낸 경험이 있는 전북과 울산의 차이였다.

반면 울산의 진짜 문제는 단지 전북에만 유난히 약했다기보다는 큰 경기 자체에서 무기력해지는 '새가슴 징크스'에 가깝다. 울산은 전북전 3패, 포항에 1패까지 올시즌 K리그에서 가장 적은 4패밖에 당하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모두 '우승의 중요한 길목에서 당한 일격'이라는 점, 패배한 경기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주전들의 어이없는 실수나 퇴장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리고 이는 올시즌만이 아니라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울산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은 다가오는 FA컵 결승(1,2차전)에서 또다시 전북을 상대해야 하는 데다 김도훈 감독은 올시즌을 끝으로 구단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울산이 지난 두시즌의 우승 실패와 앞으로 팀의 방향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승경쟁의 '페이스 메이커' 이상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떠난 이후에도 2년 연속으로 정상을 지켜내며 K리그 최고 명문구단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졌다.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철학이 아직도 팀에 뚜렷하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 약팀들의 밀집수비에 여러 차례 고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 등은 보완요소로 거론된다. 올시즌을 끝으로 지난 11년간 영광의 역사를 모두 함께해 온 레전드 이동국이 은퇴하면서 라커룸 리더의 공백도 극복해야 할 변수다.

올시즌 울산과 포항 등의 위협적인 선전은 앞으로는 전북이 K리그에서 더이상 독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동안 K리그에서의 압도적인 면모와 달리 한번도 '다관왕'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전북은 올시즌 남은 FA컵 결승과 ACL에서 또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ACL에서의 경쟁력은 모라이스호 체제의 전북을 평가하는데 또다른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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