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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냐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정책, 특히 북미관계가 요동칠 것이라고 본다. 현재로서 바이든은 방위분담금 등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에게 우호적이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지난 22일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북 정책을 놓고 충돌하였다.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을 막았다고 자랑하였다. 반면 바이든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의 체제를 정당화시켰다고 비난하였다. 

트럼프는 TV쇼 같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위기관리 능력 과시할 것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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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재선된다면 현재의 외교 노선과 협상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관리에 집중하면서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을 타진하는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바로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을 하더라도 근본적인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적 양보가 없이는 핵무장 국가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의 입장과 전략적 양보 없이 북한의 핵무기만 폐기하려는 미국의 입장이 타협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고양될 때 이 긴장을 완화시키는 북미간의 주기적인 정상회담은 양측 모두에게 손해될 것이 없다. 트럼프는 국내 문제에 전력하고 싶기 때문에 북한과 전쟁을 할 의사가 없고 오히려 한반도에서 군비를 감축하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무력 충돌을 관리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임기 하반기 트럼프의 노벨평화상을 노리는 일회성 대타협도 가능

트럼프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북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전면적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는 중국의 비공식적인 북한 지원에 대해서는 묵인할 것이다.

하지만 남한의 북한에 대한 비공식적인 교류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관계에서 협상의 상대방을 북한과 중국으로 제한하고 남북간의 협상을 차단해야 미국의 주도권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전에 북미협상을 중재하는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힘들다.

트럼프는 임기 중반 이후 노벨 평화상과 같은 치적을 이유로 북미간의 대타협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트럼프 정권 이후 이러한 대타협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역시 오바마가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와 체결한 합의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의 입장에선 결정적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즉 핵무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한 설사 트럼프와의 합의가 차기 정부에서 번복되더라도 일정기간 체제 안정과 명분을 얻을 수 있는 일시적인 대타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바이든은 중국의 비공식적인 대북 지원까지 차단하며 강한 압박을 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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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자신은 대통령 원맨쇼가 아닌 공식적인 외교 절차를 따르겠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바이든은 먼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동아시아담당 차관 순으로 고위 외교관을 선임할 것이다.

인선 과정과 상원 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최소한 6개월 동안, 즉 내년 여름까지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은 어려워진다. 바이든은 고위급 외교관들이 실무 협상팀을 선임할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한 국무부와 CIA 내의 대북 실무협상팀을 유지할 것이다. 이 실무 협상팀이 북한에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의 전환이 있는지, 나아가 고위급 협상의 조건에 대해 탐색적인 협상을 하게된다.

북은 고위급 협상 이전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핵무기 과시할 것

북한은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일정한 외교 패턴을 보여 왔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들은 고위급 외교관들이 선임되고 외교 전략이 수립되기 전까지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기 관리 수준으로만 대응한다.

따라서 북은 원론적인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차분히 미국을 압박하는 조치들을 밟아갈 것이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핵무기의 소형화, 고도화, 다각화를 완성하는 조치들을 진척시킨다. 하지만 미국의 고위급 외교관 진용이 완료되면 실무협상이 진척이 없는 조건에서 좀 더 발전한 핵무기를 공개하거나 실험할 수 있다. 고위급 협상을 이끌어내고 협상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협상 전에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한반도에서 중러 봉쇄를 포기할 바엔 차라리 북핵을 용인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전략을 마련하고 외교 인선을 완료하더라도 대북 정책에 뾰족한 타결 책은 없다. 미국이 대타협을 통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면 미군의 한반도 주둔 명분이 없어지고 결국 언젠가는 한국과 미국의 여론에 밀려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으로 방어선 후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봉쇄 포기를 의미하고 또한 미일동맹,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국의 이익에 치명적이다. 즉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만큼의 당근을 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전략적 양보를 할 바엔 차라리 북한의 핵무기를 비공식적으로 용인하는 것이 낫다.

어차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에 노출된 상태이므로 북의 핵무기는 또 하나의 위협이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즉 북핵의 존재는 미국이 중러를 한반도에서 근접 봉쇄할 수 있는 명분이 되고, 북핵 대응은 중러의 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포함될 수 있다.

바이든은 북한에 치명적인 중국의 비공식적인 지원도 문제 삼을 것

미국이 중러봉쇄의 명분을 위해 북핵을 용인한다는 것은 북미관계가 미중, 미러 관계처럼 상호 전면전을 할 수 없는 핵무장국가들의 관계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 중국, 러시아와 달리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강력한 압박정책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미국은 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의 체제 전환을 시도하고,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북이 안보 불안에 시달리도록 하는 군사적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와 달리 무역분쟁, 남중국해 분쟁, 소수민족과 홍콩 문제 등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그 대가로서 중국에게 공식적인 것은 물론 비공식적인 것이라도 일체의 대북 지원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원유 공급 전면 중단 등 북의 체제에 치명적인 조치는 하지 않더라도 북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조치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 북은 미국의 압박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중국의 조치에 반발하면서 일정 수준의 무력 과시를 주기적으로 할 것이다.

북은 미국 본토와 남한 전역을 타격하는 무기를 완성한 후 경제 건설에 주력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위 사진을 포함해 신형 ICBM 사진을 약 10장 실었다. 2020.10.10
▲ 북한, 당 창건 75주년에 덩치 커진 신형 ICBM 공개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위 사진을 포함해 신형 ICBM 사진을 약 10장 실었다. 2020.10.10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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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미국의 본토를 타격하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재래식 무기를 더욱 고도화하여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전쟁억지력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대칭전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기존의 재래식 국방 역량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자원과 병력을 경제건설로 전환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임기 초에 북한의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족집게 공습을 검토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공습을 검토하겠지만 실효성이 없고, 북의 반격을 염려하여 실제로 채택할 가능성이 적다.

북의 핵무기가 이미 소형화, 다종화되어 몇 차례의 공습으로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의 안보 체제 피로도를 높이거나 협상용으로 제한 전쟁을 하는 것도 북이 중동 국가와 비교할 수 없는 보복능력을 지니고 있어 불가능하다.

현재 협상 기조를 전환하지 않는 한 남북미 정부의 묘책은 없어

현재 북미는 상호간에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양자 관계를 정상화할 근본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 방안을 찾지만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조건에서 그러한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중국과 북한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은 동아시아 안보 이익 때문에 전략적 양보를 할 수가 없다. 마치 사드 문제에 있어 중국과 미국 양자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타협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 국민은 남북미 당국자들의 입장 전환이 없는 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각성해야 한다.

전 국민적인 평화운동과 통일운동만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

당국자들의 입장 전환은 국민 여론으로만 바꿀 수 있다. 당국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이 시기에 국제정세에도 부합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 올 전략적 입장이 뭔지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데, 핵무기는 미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남한의 핵발전소 등 모든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가 있는 조건에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첫 번째 국익이 비핵화이지만 우리는 첫 번째 국익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이다. 우리는 이미 경제적인 측면에서 과거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반대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상호 의존과 안보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에 가담하는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안보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물론 사드 문제에서 보듯이 중국의 패권적인 태도가 변화되어야 하지만 우리 남한으로서는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적 대립을 완화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나아가 장기적인 경제 번영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이 대북적대 정책, 중러 봉쇄 정책에 남한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한다면 우리는 과감하게 한미동맹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당국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도 폐기할 수 있다는 강한 여론 형성만이 우유부단한 남한 정부가 과감한 협상에 나서도록 하고, 미국의 지도층에게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태그:#미국 대선, #북미관계, #트럼프, #바이든,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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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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