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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을 보도한 10월 26일 주요 일간지 1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을 보도한 10월 26일 주요 일간지 1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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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사망했다. 고인은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 일조한 '공'도 있지만, 무노조 경영과 정경유착, 탈법·불법 승계,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 같은 '과'도 뚜렷했다. 과연 언론은 고인의 공과를 제대로 짚었을까? 적어도 이날 신문 1면만 보면 '조중동' 역시 '재계 대변지'와 다름없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26일 오전 '오늘의 이슈'로 분석한 이건희 회장 사망 관련 기사는 54개 매체 603건에 이른다.

분석 뉴스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들을 보여주는 연관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선각자', '승부사', '국민 자부심', '신경영', '재계 큰별' 같은 긍정적 단어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부정적인 단어는 '재벌개혁' 정도다.

"큰 별, 거인지다"... 주요 일간지 '칭송' 일변도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26일 오전 ‘오늘의 이슈’로 분석한 이건희 회장 사망 관련 기사 연관어 분석 결과. ‘선각자’, ‘승부사’, ‘국민 자부심’, ‘신경영’, ‘재계 큰별’ 같은 긍정적 단어들이 상위에 있고 ‘재벌개혁’ 같은 부정적 단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26일 오전 ‘오늘의 이슈’로 분석한 이건희 회장 사망 관련 기사 연관어 분석 결과. ‘선각자’, ‘승부사’, ‘국민 자부심’, ‘신경영’, ‘재계 큰별’ 같은 긍정적 단어들이 상위에 있고 ‘재벌개혁’ 같은 부정적 단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 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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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주요 일간지 1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초일류 삼성' 혁신과 그늘 남기고 떠나다'란 제목으로 공과를 함께 담은 <한겨레신문>이나 '이건희 삼성 회장 떠나다'란 중립적인 제목으로 단 <경향신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문이 칭송 일변도다.

'변방 한국을 세계 일류로 만든 승부사'(조선일보)를 비롯해, '대한민국 초일류 시대 연 개척자'(중앙일보), '초일류 남기다'(동아일보), '글로벌 초일류 집념 '삼성 신화' 큰 별 지다'(한국일보) 등 '세계 일류', '초일류'란 단어가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을 보도한 10월 26일 주요 경제지 1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을 보도한 10월 26일 주요 경제지 1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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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재계 대변지'란 비판을 받았던 경제지는 한술 더 떴다. <한국경제>는 '이건희 '세계 1등' 자신감 남겨주고 떠나다'란 제목으로 1면 전체를 할애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혁신의 거인 잠들다'(매일경제), '초일류 삼성' 남기고... 거인 떠나다'(서울경제), '세계에 새긴 '초일류 신화' 거인 이건희 떠나다'(파이낸셜뉴스)같이 고인을 '거인'으로 추앙했다.

"고인은 1류 기업 만들었는데... 기업 발목 잡는 정부·여당?"

주요 신문 사설만 봐도 '공'은 부풀리고 '과'에는 인색한 편향성이 나타났다. <조선>은 '2류 숙명 나라에 세계 1류 DNA 심은 혁신의 이건희'에서 "기업사와 기업인의 궤적에 명암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이 회장은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최초로 한국 기업의 위상을 글로벌 톱 플레이어의 반열에까지 끌어올리며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거인이었다"고 추켜세웠다.

<동아>도 사설 '다시 절실한 '초일류 기업인' 이건희'에서 "한국과 세계 기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초일류 경영인의 타계는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높이 평가했다.

한발 더 나아가 고인의 죽음을 현 정부나 반기업 정서 비판에 활용한 매체도 있었다. <중앙>은 사설 '고 이건희 회장의 도전과 혁신을 되새긴다'에서 고인을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거대 여당은 기업의 손발을 한층 더 옭아맬 상법·공정거래법·노동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현 정부·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한국경제>도 '이건희의 '초일류 열정과 도전' 이제 우리들 몫이다'에서 "아직도 정치와 행정이 세계시장에서 초일류를 위해 분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기업인의 의욕을 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이른바 '반기업 정서'를 문제 삼았다.

반면 <한겨레>는 '영욕의 삶 마친 이건희 회장, 삼성에 남겨진 과제'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돈을 앞세워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병들게 했"고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고 탄압해온 '무노조 경영'은 노동자들에게 깊은 상처와 큰 고통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경향>도 사설 '빛과 그늘 남긴 '이건희 시대',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야'에서 "삼성의 영광을 이끈 반도체 사업은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건도 일으켰다"면서 "수년간 우여곡절 끝에 사과와 배상으로 마무리됐으나, 그 뿌리엔 80여 년간 고집해온 '무노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비판했다.

"고통받은 이들 생각했다면 '큰별' '거인' 같은 수식 못 붙여"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과 싸워온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도 25일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삼성은 피해자들을 사찰하고 돈으로 회유하고 힘으로 억눌렀다"면서 "삼성공화국에서 정부도, 법도, 언론도 삼성과 함께였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반올림 "삼성의 어두운 역사, 이건희 죽음과 함께 끝나야" http://omn.kr/1q010)

하지만 반올림 입장문을 제대로 보도한 곳은 <한겨레> <경향> <한국> <국민> 등 일부 언론에 그쳤다.
  
반올림 활동가이자 현재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하고 있는 임자운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고인은) 공이 없지 않겠지만 과도 분명했다. 윤리적 과를 넘어 범죄, 부패, 반칙으로 못 박아야 할 행적들도 적지 않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언론이 그들의 고통에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공감했다면, 고인에게 '큰별', '거인'과 같은 수식을 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이건희사망, #삼성전자, #반올림,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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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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