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안양 KGC의 경기. kt 허훈이 드리블하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안양 KGC의 경기. kt 허훈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부산 KT가 2020-21시즌 '명승부 제조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로농구가 아직 1라운드도 마치지 않았는데 7경기 중 벌써 3경기나 연장 승부가 나올만큼 치열한 경기가 속출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10일 고양 오리온(116-115)전부터 프로농구 사상 무려 6년 만에 3차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다. 22일 KGC전(89-93)에서 2차 연장을 치렀으며 3일 뒤인 25일 SK전(88-92)전에서는 2경기 연속 연장전을 펼쳐야했다. 5분씩 치르는 연장전만 벌써 6번(30분)이나 소화했으니 사실상 다른 팀보다 거의 한 경기를 더 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몸이 힘든 것에 비하면 정작 실속은 없었다. 오리온전만 1점차로 신승했을뿐 KGC와 SK를 상대로는 잇달아 석패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잇달아 제압하고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기회였기에 KT로서는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개막 2연승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 듯했던 KT는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하며 원주 DB와 함께 공동 6위로 떨어졌다.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졌잘싸'라고 할 만한 재미 있는 경기들이었지만, KT로서는 굳이 연장을 6번이나 치르는 소모전까지 가기 전에 끝냈어야 하는 걸 자꾸 놓치는 게 아쉽다. 오리온전은 4쿼터와 1차연장까지 끌려가던 승부를 뒤집은 경기였던 반면, KGC와 SK전은 KT가 여유 있게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어렵게 만든 사례다.

KT는 KGC전에서 한때 17점차까지 리드했고 4쿼터 초반까지도 10점차로 앞서고 있었다. SK전에서도 3쿼터까지는 11점차로 리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승부처인 4쿼터에서 수비에 무너지며 대량실점을 내줬다. 역전패 위기에서 KGC전에서는 허훈, SK전에서는 양홍석의 버저비터가 종료직전 터지며 승부를 연장까지 간신히 끌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과정도 흡사했다.

KT는 지난 시즌 고비마다 허훈의 잦은 부상과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도 이런 고민은 반복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선수 존 이그누부가 무릎부상으로 당분간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며 허훈도 초반부터 허리부상을 호소하며 결장하기도 했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1명 결장한 핸디캡을 감안하면 분명히 선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다보면 선수들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서동철 KT 감독도 "다시 나오지 말아야할 경기(KGC-SK전)"라며 연이은 역전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수층이 얇은 KT로서는 당장의 패배보다도 거듭된 연장전으로 주전 선수들의 피로누적이 주는 과부하를 더욱 우려해야 한다. 이그누부가 16일 KCC전을 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자연히 출전시간이 급격히 늘어난 데릭슨은 매경기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데릭슨은 개막 4경기까지 이그누부와 출전시간을 양분하여 평균 30분 이하를 소화했다. 하지만 18일 삼성전부터 40분 풀타임을 시작으로 연장승부를 치른 KGC전 44분 23초(경기 종반 5반칙 퇴장), SK전에서는 42분 47초를 소화하며 3경기 연속 40분 이상을 소화했다. 자연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다보니 후반들어 4쿼터나 연장에서는 마무리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토종 에이스인 허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답게 올해도 경기당 16.2점(9위), 6.3어시스트(2위)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KGC전에서는 커리어하이인 33점을 기록했으며, 이대성(오리온)-김선형(SK) 등 리그 엘리트 가드들과 펼친 '쇼다운'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젊은 선수답게 경기운영의 안정감이나 수비력에서는 장단점도 극명하게 드러냈다. 

KGC전에서는 화려한 득점력과 버저비터에 가려졌지만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턴오버도 7개나 기록했고 4쿼터 중요한 자유투를 잇달아 놓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SK전에서는 김선형과의 1 대 1 자존심 대결에서 사실상 판정패하며 4쿼터에만 상대에게 10점을 내리 허용할 동안 본인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KT가 1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SK에게 4쿼터에만 무려 30점을 내준 데는 수비나 경기운영에서 실패한 허훈의 책임 또한 적지 않았다. 물론 선수층이 얇은 KT에서 허훈의 체력이나 득점 부담을 덜어줄 만한 국내 선수가 부족하다는 점 또한 문제다. 

KT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다. 젊은 팀은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치고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한번 기분이 가라앉으면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하게 잡아내는 경험을 쌓아야한다.

KT의 다음 상대는 오는 27일 열리는 선두 인천 전자랜드와의 대결이다. 올시즌 5승 1패로 깜짝 선두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있는 전자랜드는 6명 이상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만큼 선수들의 고른 활약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4일 동안 연장전만 두 번이나 치른 KT는 불과 하루 휴식만에 까다로운 전자랜드를 다시 상대하게 된 것인데, 이날 승패는 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허훈과 데릭슨의 원투펀치에 몰린 지나친 공수 부담을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덜어주지 못한다면 KT는 올시즌도 힘겨운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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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 마커스데릭슨 부산KT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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