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한국 국회에서 '국회 본회의(國會 本會議)'라는 말을 매우 애용하고 있다. 이 용어는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의 '중·참의원 본회의'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런데 '국회 본회의'에서 '본(本)'을 '본래의'라는 의미로 풀어 '국회의 본래 회의'라고 한다면, 국회의 다른 회의들은 모두 '부차적인' 회의라는 말일까? 하지만 사실 '본회의'보다 각 상임위 회의가 의회 활동의 '꽃'이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사용되는 '국회 본회의'라는 용어 대신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와 구분하여 '국회 전체회의'나 단순히 그냥 '국회 회의'라고 하면 된다. 한국처럼 일본 및 일본어의 영향이 대단히 큰 타이완의 경우조차도, '입법원 본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입법원(立法院) 회의'로 표기한다. 또 중국 전국인대의 경우에는 '전국인대 회의'나 '전국인대 전체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오직 일본만 '중·참의원 본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가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쓰고 있는 것이다.

부의? 회부?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어

국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 중에 '본회의 부의 예정의안'이라는 말이 있다. "본회의의 토의에 붙일 예정인 의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부의(附議)'라는 용어는 "토의에 부치다"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례이다. '부의(附議)'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다른 사람의 제안에 동의하여 함께 공동으로 제안하다"라는 뜻이다.

원래 '부(附)'라는 한자어의 의미는 "붙다, 귀부하다, 동의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附)'는 '부화뇌동(附和雷同)'과 같은 단어에서 정확하게 사용된다. '부의(附議)'를 "토의에 부치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부치다'의 '부(附)'와 '토의'의 '의(議)'를 억지로 조합하여 만들어낸 일본식 조어이다.

"(의안을) 돌려보내거나 넘기다"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회부(回附)'라는 용어 역시 '회(回)'와 '부(附)'를 억지로 조합한 일본어이다.

변명, 가결, 제출, 상정.... 모두 일본식 용어

국회법 제160조는 '변명(辨明)'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변명'이란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까닭을 말함,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말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특히 이 '변명'이라는 말은 자기 잘못을 어떤 핑계나 구실을 붙여 억지를 쓰는 경우 등 전형적인 부정적 이미지의 용어이다. 국회법에서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의 '변명'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변명'이라는 용어는 일본 법률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가결(可決)' 역시 일본어에서 비롯된 용어로서 본래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문자를 아무리 살펴봐도 그 뜻이 알쏭달쏭한 말에 속한다. 영어로는 'adoption' 혹은 'pass'인 이 의미는 '통과'가 보다 적절한 용어이다.

'제출(提出)'이라는 용어도 "의견이나 서류 따위를 해당 부문에 내어놓다"라는 의미로서 국회에서 대단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용어이다. 그런데 이 용어도 '제(提)'에 '출(出)'을 합쳐 인위적으로 뜻을 조합한 것이다. 한자어에서 '출(出)'이란 일반적으로 동사의 뒤에 쓰여 '나타나다' '완성되다'의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제출'이란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제기하다', '제의하다'의 뜻이다.

이밖에 국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의안을 상정하다"는 말의 '상정(上程)'이라는 용어는 '윗 上' 자와 '한도(限度) 혹은 길 程' 자를 억지로 기계적으로 합쳐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조어이다. '발의(發議)' 역시 마찬가지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일본의 용어가 지나치게 많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국회 용어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국회용어, #부의, #본회의, #가결, #일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지금은 이 꽃을 봐야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