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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네 서점이 우후죽순 생기던 시절이 있었다.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왠지 왠지 '힙'하고, 특별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문을 연 많은 동네 서점들은 현실의 장벽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경주의 황남동, 황리단길에도 서점이 하나 있다. 유행의 흐름 속에서 생긴 수많은 서점과 달리 만 3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서어서(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는 그 이름처럼 어디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서점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저만의 독특함이 있다. 그 특별함을 사람들도 알아본 것일까? 어서어서는 어느덧 경주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서점의 주인인 양상규씨는 9월, 서점의 이름과 같은 책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출간했다. 책은 어서어서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고작 15평의 공간에서 대형서점 부럽지 않을 만큼의 매출을 만들 수 있었던 과정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나름의 마케팅 도서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서점 주인장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5일, 이 책의 저자 양상규씨를 인터뷰했다. 서점을 창업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껏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에 이르기까지, 두루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부침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살아남은 양상규씨의 노하우는, 지금 힘든 시절을 견디고 있을 이 땅의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작지만 분명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5살까지 만화책만 붙잡고 있던 청년 
 
 양상규 프로필 사진
 양상규 프로필 사진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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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살 때까지 만화책밖에 보지 않았다가 갑자기 시에 꽂히면서 독서광이 된 것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직업도 그래요. 사진 기사, 새마을금고 직원을 거쳐 안정적인 대기업의 협력 업체에서 일하다가 결국 그만두고 서점을 창업하게 됐죠. 저는 이 과정이 나름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하필 서점이었나요?

"우선 여러 직업군을 거치다 보니 저한테는 장사가 제일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왕 장사를 하려면 자기가 잘 알고, 좋아하는 걸 팔면 좋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책이었어요. 아마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었다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이가 들어서 푹 빠졌기 때문에 더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 그래서 바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서점을 운영하면서 먹고산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힘든 일이죠. 그래서 처음엔 서점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식당을 운영했어요. 식당을 메인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서점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니 부수적으로 즐기려는 마음이었죠. 그러다 식당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이 좋은 자리에 공간이 났다는 얘기를 해줬어요. 당시 식당이 잘 되고 있었던 터라 그분은 제가 식당 2호점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보는 순간 너무 괜찮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어서어서가 있는 이 길이 시간이 지나면 경주에서 이슈가 될 거라는 걸 직감했어요. 참고로 그때는 아직 황리단길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이고, 괜찮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거리에 서점이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다, 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왕이면 재미있고, 책이라는 콘텐츠를 파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어서어서를 만들게 되었죠.

사실 그때가 아니었어도, 황리단길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서점을 했을 거예요. 좋은 공간, 적당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계획했던 것보다는 훨씬 일찍 서점을 열게 된 거죠. 서점을 운영하면서 더욱 서점에 집중하고 싶었고, 서점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식당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서점만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되었죠."
 
 어서어서 외부
 어서어서 외부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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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공간을 직접 꾸몄습니다. SNS에 업로드하기 좋게 포토존을 세련되게 꾸미면서도, 앞에는 주황색 버스 정류장 의자를 배치함으로써 빈티지한 분위기를 살리는 식의 공간 구성이 인상 깊었어요.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든 자영업자들의 고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어서어서의 인테리어 콘셉트에 관해 얘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옛날 책방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어요. 그게 서점다우면서도 경주, 그리고 황리단길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내는 결정적 요소는 당연히 책이어야 했죠. 그래서 한옥 미닫이문 문살 같은 곳에 책을 진열하는 방식으로 꾸몄습니다. 이런 소품을 통해 서점의 분위기를 만들면서 조명받지 못하는 책을 알리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서점에 온 사람들이 SNS에 사진을 올릴 수 있는 킬링 포인트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부분은 문학동네 시인선 표지를 전략적으로 배치해서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는 것으로 만들었고요. 부분 부분 어서어서를 드러낼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고, 전체적으로는 앤티크한 느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전시 같은 곳을 갈 때마다 브로마이드나 영화 포스터를 사서 곳곳에 붙이는데, 이건 시즌별로 계속 교체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콘셉트는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SNS에 올리는 서점 방문 사진만 봐도 대략 몇 년도 어느 계절쯤인지 짐작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 서점이든 식당이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인 듯합니다. 어서어서의 경우는 '읽는 약 책 봉투'가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관련해서 좀 소개해 주세요.

"저는 예전부터 책을 구매할 때 주는 크라프트지 봉투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비닐봉지보다 촉감도 느낌도 좋아서요. 그 종이를 볼 때 비로소 책을 샀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봉투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는데, 무늬 없는 봉투는 좀 심심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서어서만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어요.

당시 병원에 다니고 있던 중이었는데 거기서 우연히 약 봉투를 보고, 뭔가 번쩍하는 느낌이 왔어요. 생각해 보면 책은 늘 저에게 치유고 위안이었어요. 마음의 약이라고나 할까요? 책 봉투에 그 의미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약 봉투를 참고해서 약 마크를 빼고 거기에 책 마크를 넣고, 이름을 쓸 수 있게 디자인했더니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거예요. 그렇게 어서어서만의 시그니처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약 봉투, 포토 스팟... 어서어서만의 아이덴티티
 
 어서어서 내부
 어서어서 내부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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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들 알아봐 주십니다. 정말 책은 약이라며 공감해 주는 분들도 계시고, 책을 사자마자 치유된 기분이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 최근 서점 이름과 같은 제목의 책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출간했습니다. 직접 책 소개를 한다면?

"황리단길에서 살아남은 동네 책방 어서어서의 비법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나 책방에서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궁금하신 분들, 혹은 저와 비슷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사실 뭔가 대단한 노하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서어서는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그리고 '완성'이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계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서점 사장의 도전기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표지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표지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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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보면 처음 서점을 열 때 전국의 동네 서점을 다니면서 운영 노하우를 물어보고 도움을 얻기도 했고, 이제는 반대로 누군가 어서어서에 찾아와서 물어보면 성심껏 알려준다고 얘기하셨습니다. 나름 고생해서 알게 된 정보인데 선뜻 알려준다는 게 좀 희한하다고 할까? 신선하다고 할까? 그랬습니다. 이상한 질문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아낌없이 알려주세요?

"대형 서점이 아니라, 동네 책방 규모의 서점 하나가 생겼다고 해서 다른 서점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동네 서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큐레이션의 기준이나 규모의 한계 때문에 같은 책을 다루는 경우도 별로 없을 테니 바로 옆에 생겨도 괜찮습니다. 나름의 개성과 가치를 담은 서점들이 많이 생겨서 각자의 색깔을 뿜어내고, 사람들이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기고, 문화가 마련되면 결국은 어서어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도시의 문화 또한 풍부해지고, 그런 도시가 많아지면 결국 이 나라의 책 문화가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누군가가 서점을 한다고 말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제가 알고 있는 걸 다 가르쳐 줍니다. 정말 서점을 열게 되면 놀러 가기도 하고, 먼 곳에서 오는 분들이 있으면 그 동네에 괜찮은 서점을 추천해 주기도 해요. 굳이 우리 서점까지 안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고, 이렇게 각각의 동네 서점들끼리 끈끈하게 뭉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은이), 블랙피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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