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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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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한 명 코로나19에 걸리는 건 상관없지만..."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주종민 과장은 최근 설움을 경험했다. 그가 근무하는 송환대기실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승객이 한국을 떠날 때까지 머무는 공간이다. 최근엔 '코로나19 음성 진단서'를 지참하지 않는 등 감염병을 이유로 입국이 거절된 이들도 송환대기실에 수용되고 있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프리죤) 주종민 과장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 주종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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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주 과장이 인솔한 외국인 가족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 과장은 인천공항 내 검역소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검사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법무부에도 연락했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함께 외국인 가족을 인솔했던 다른 법무부 직원은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의 요청으로 신속히 검사가 진행됐다.

지난 9월 23일 인천공항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주 과장은 "자괴감과 소외감을 느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제가 사는 곳의 관할 보건소에 전화를 했죠. 3~5일이 지나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검사도 못 받고 그냥 집에서 대기했어요. 저 하나 걸리는 거야 상관없지만 제 가족, 직장 동료, 출퇴근 동안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잖아요. 똑같이 인천공항에서 근무하고 그 외국인 가족을 인솔했는데 법무부 직원은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너무도 큰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마스크 구걸하고 다녀"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전체를 볼 수 있는 CCTV 모니터. 화장실과 샤워실은 감시 범위에 포함 되지 않는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전체를 볼 수 있는 CCTV 모니터. 화장실과 샤워실은 감시 범위에 포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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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이 벌어진 까닭은 송환대기실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의 경우 여러 항공사가 연합해 만든 항공사운영위원회(AOC)가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직원들은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 소속이다. 직원들은 '권한은 없고 책임은 큰'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또한 공간 특성상 이러한 열악한 처지는 직원 인권은 물론 승객 인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전국 공항·항만 9곳 송환대기실 역시 같은 처지다( 관련기사 : 직원은 뺨 맞고 승객은 발작..."전쟁터나 다름 없다" ).
 
 왼쪽은 2017년 2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의 식사 배급 도중 수용 승객이 한국인 직원의 목을 가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2019년 7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한 모습이다.
 왼쪽은 2017년 2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의 식사 배급 도중 수용 승객이 한국인 직원의 목을 가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2019년 7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한 모습이다.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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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용된 승객으로 가득찬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의 모습.
 코로나19 이전 수용된 승객으로 가득찬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의 모습.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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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로 인해 주 과장은 출입국 관리라는 공적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신분은 민간인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음에도 신속히 검사를 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설움을 느낀 건 주 과장뿐만이 아니다. 김혜진 팀장은 "매일 입국이 거부된 승객들과 마주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이 없어) 마스크를 구걸하고 다녀야 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초반, 도저히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 맨몸으로 송환 대기 승객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인천공항 내) 법무부 사무실에 가니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물론 라텍스 장갑까지 박스째 있더라고요. 거기서 처음 마스크 50개를 얻어와 하나를 3일씩 나눠 쓰고 그랬죠. 이후에 인천공항 재난팀에서도 200개 얻어다가 나눠서 쓰고요. 마스크 얻으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프리죤) 김혜진 팀장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 김혜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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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인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고용 구조도 불안정한 처지다. 김 팀장은 "현재는 노조가 있어 좀 덜하지만 예전엔 조그마한 민원에도 가차 없이 잘려 나갔다"라며 "특히 회사가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항공사가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항공사에 밉보여 해고된 이들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이전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직원은 42명이었다. 이들이 1·2터미널 두 곳에서 24시간 내내 교대로 근무하는 구조다(2019년 송환대기실 수용 승객 5만 5547명). 김 팀장은 "(코로나19 이전) 대체로 100여 명, 많을 땐 200여 명이 머물렀다"며 "올해 단체협상을 앞두고 총 직원 68명이 필요하다고 회사에 요구할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42명 중 24명이 무급휴직 상태다. 인력업체 소속이라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 대상에도 빠져 있다. 회사는 내년 운영 인력을 10명으로 줄이겠다고 노조에 통보해 직원 32명은 해고될 처지에 놓여 있다. 김 팀장은 "국가의 중요 업무를 맡고 있는데 고용마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박영순 의원 "생명·안전마저 차별, 국가 책임 아래 운영돼야"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프리죤) 직원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근무하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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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송환대기실의 운영을 정부가 맡고 직원 역시 공무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송환대기실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강제퇴거실(국내 범법행위로 체포된 외국인 수용), 조사과(출입국시 문제가 되는 승객을 조사 목적으로 수용), 난민실(송환대기실 입실 후 난민신청을 한 심사 대상자 수용) 등은 모두 법무부나 그 산하의 출입국·외국인청이 운영하고 있다.

반면 송환대기실은 실제 법무부나 인천공항공사에 매일 업무 상황을 보고 하지만 운영은 민간에 맡겨지고 있다. 박동현 과장은 "송환대기실은 음지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라며 "국가가 송환대기실을 운영하고 직원들이 공무직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송환대기실이 이렇게 운영되는 이유는 출입국관리법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76조는 입국이 불허된 승객의 송환 의무는 물론 그 과정의 비용까지 "운수업자"가 지도록 정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박주선 의원("운수업자에게 책임이 없을 경우 수송 비용을 제외한 송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다")과 윤영일 의원("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송환대기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 개정에 나선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환대기실 운영 인력의 경우 공무직이 아니다보니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 최소한의 보호 장비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생명과 안전 분야에서마저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환대기실 업무가 체계적·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직원들이 감염병, 폭행 등 안전 문제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선 국가의 책임 아래 송환대기실이 운영되도록 현행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전 기사] 직원은 뺨 맞고 승객은 발작..."전쟁터나 다름 없다"
 
▲ 직원은 뺨 맞고 승객은 발작..."전쟁터나 다름 없다" /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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