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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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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거짓말 한 장관은 사퇴하라!'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끝난 일에 대한 정치공세는 그만둬라!'


10월 7일부터 시작되는 2020년 국정감사는 결국 이 두 가지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할 것이고,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일 것이다. 2020년 국정감사는 '추미애 국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국감이 '조국 국감'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1년에 한 번 국정에 대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감시기능이 철저히 작동돼야 할 국감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걸 기뻐할 시민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기뻐하지 않을 국감을 그냥 이렇게 지켜만 봐야 할 것인가? 이 갈등상황을 해결할 법은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 해법을 고민하며 법전을 뒤적이다 발견한 건 '국가공무원법'이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절차'는 작동될 수 있을까?

장관은 국가공무원법상 '정무직 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모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는 공무원은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이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징계 당한다. 징계의 종류에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징계사유) 제1항
공무원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 징계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79조(징계의 종류)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한다.


우리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정관이길 바라지만, 그런 바람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완전무결하지 않아 사퇴해야 한다면 누가 그 자리를 맡으려 할까? 그러니 파면, 해임 말고 감봉, 견책 등 경징계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절차가 장관에게도 작동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4항
제1항의 징계 의결 요구는 5급 이상 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은 소속 장관이, 6급 이하의 공무원은 소속 기관의 장 또는 소속 상급기관의 장이 한다.


위 규정대로라면 장관이 자신의 징계를 스스로 요구해야 할 텐데 과연 그런 징계요구가 가능할까? 그러다보니 해당 조항의 '5급 이상'이라는 문구를 엄격히 해석해 급수가 정해져 있지 않는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아예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필요한 이유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소속 정무직 공무원은 1급 공무원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고 더 큰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현행 법과 해석상으로는 징계절차는 작동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잘못의 경중을 떠나 '사퇴하라'는 주장만 존재할 뿐, 그 중간단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봉이나 견책을 받고 일하는 정무직 공무원을 우리는 볼 수 없고, 사퇴요구를 받는 정무직 공무원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는 싸움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몇 달간 중요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국회가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문제로 소비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장관을 포함한 행정부 소속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대한 규정을 더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그렇지만, 사퇴라는 극단적 선택만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추미애국감'과 같은 블랙홀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잼 말고 '꿀잼'인 2020년 국정감사를 기대하며

"정치에 재미를 못 느끼는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재미가 없는 것뿐이다"
"We're not disinterested in politics, it's just that politicians are disinteresting."


1965년 존 레논이 했다는 이 말이 떠오른다. 2020년 국감은 작년처럼 지긋지긋한 싸움만 봐야 하는 노잼 말고, 코로나 19로 지치고 힘든 시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집중할 수 있을만큼 '꿀잼'이었으면 좋겠다.  

태그:#추미애 장관, #정무직 공무원 징계, #국가공무원법, #추미애 국감,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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