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지난해에 시즌 도중 감독 사임의 위기를 딛고 팀을 재건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였다. 맷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 하에 올시즌 KIA는 리빌딩을 넘어 포스트 시즌 진출에 다시 도전할 정도로 순조로운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그런데 KIA는 정규 시즌 35경기를 남겨놓은 시즌 후반 올 시즌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다. KIA의 상위 선발 원투쓰리 펀치의 한 축이었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가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 듣고 급하게 미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22일(한국 시각) 미국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브룩스의 가족들이 타고 있던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가해 차량은 신호를 위반하며 브룩스의 가족들이 타고 있던 차와 충돌하면서 사고를 냈다.

브룩스 가족들의 교통사고, 급히 출국한 브룩스

사고 피해 차량에는 브룩스의 아내와 두 자녀가 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브룩스 가족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사고의 피해가 다소 큰 편이라 정확한 부상 상태를 알 수 없으며 무엇보다 심리적인 충격이 클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안정이 필요하다.

KIA 구단은 22일 오전 소식을 받자마자 브룩스가 캔자스시티에 가서 잠시 가족들을 만나고 올 수 있도록 국내에서 가장 일찍 출발하는 항공편을 연결해줬다. 구단의 배려 덕분에 브룩스는 바로 광주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고 같은 날 저녁 출국할 수 있게 됐다.

KBO리그에서는 올 시즌 개막 직전에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롯데 자이언츠)이 가족과 관련된 일로 잠시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암으로 투병하던 부친이 위독해지면서 롯데는 샘슨이 부친의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보내줬다. 안타깝게 샘슨의 부친은 떠났지만, 가족과 관련된 일을 배려한 롯데의 결단은 많은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브룩스 역시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잠시 시간을 보낸 뒤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외국인 선수들이 팀을 비우는 시간은 1주 내외였을 것이다. 선발투수라면 선발 로테이션 1~2번 정도만 거르고 임시 선발투수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 상태에 놓여있는 현재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샘슨 역시 부친의 임종을 지키고 돌아온 뒤 2주 자가격리를 이행한 뒤 팀에 합류했다. 브룩스 역시 2주 자가격리의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최소 3주 이상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크다.

자가격리 포함 3주 이상 공백, 정규 시즌 복귀는 불투명

그나마 샘슨은 개인 숙소에서 격리한 것이 아니라 마당이 있는 펜션을 별도로 빌려 격리한 덕분에 격리하는 2주 동안 공을 던지기 위한 컨디션 유지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했던 팀들도 펜션을 빌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의 격리 훈련을 지원했다.

브룩스 역시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게 된다면 KIA 측에서 마련한 펜션에서 2주 자가격리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자가격리 상태에서 진행할 수 있는 훈련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팀에 합류하여 선수들과 다시 합을 맞추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KIA는 20일까지 정규 시즌 109경기에서 59승 50패(0.541)를 기록하며 리그 6위에 올라 있다. 선두 NC 다이노스와 7경기 차이며, 5위 두산 베어스와는 반 경기 차이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브룩스의 공백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

올 시즌 브룩스는 23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하여 11승 4패 평균 자책점 2.50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완투 1경기를 포함하여 151.1이닝 동안 130탈삼진을 잡았고, 경기 당 평균 6이닝 이상을 기본적으로 책임지는 이닝 소화 능력 덕분에 23경기 중 1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팀에서 많은 이닝을 책임진 투수였다.

KBO리그는 27일까지 기존에 편성된 2연전 일정을 마친 뒤, 9월 29일부터는 개막이 지연되는 바람에 4월에 치르지 못했던 3연전 일정들을 마저 치른다. 10월 18일까지 편성된 일정들이 끝나면 기상 악화로 순연되었던 잔여 경기 일정이 편성될 예정이다.

브룩스의 가족들에게 안정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투구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선발투수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규 시즌 경기에 복귀하는 것은 무리다. KIA 측에서도 브룩스가 정규 시즌 안에 복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브룩스가 가족들을 만나고 올 수 있게 허락한 것이다.

9월 선발 ERA 3.10, 불펜 ERA 7.20... KIA 투수진의 명암

9월에 들어와서 KIA는 팀 타율 0.297로 10팀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었다. 9월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도 3.10으로 10팀 중 가장 좋은 모습이라 선발투수 맞대결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화끈한 타격으로 승리하는 공식이 잘 먹혀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KIA는 20일까지 9월 16경기 11승 5패로 10팀 중 2번째로 좋은 승률을 보였다. 올 시즌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탄탄한 선발진에 뜨거운 팀 타선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KIA의 승리 과정이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KIA는 지난 시즌 중반에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았던 문경찬(현 NC 다이노스)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문경찬이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고, 필승조에서 가장 구위가 좋았던 전상현이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이동했다.

그러다 문경찬이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겼다. 이후 마무리투수를 맡던 전상현이 어깨 염증 발견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다행히 부상에서 돌아온 박준표가 임시 마무리투수를 맡고 있지만 박준표에게 가기 전까지 중간투수들이 불안한 상황이다.

트레이드로 KIA에 합류한 홍상삼은 심리적 안정을 찾고 예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출루 허용이 많아 불안하다. 정회열 전 배터리코치의 아들로 주목 받고 있는 정해영은 구위가 좋지만 KBO리그 첫 시즌이라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KIA의 9월 불펜 평균 자책점은 7.20으로 10팀 중 9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브룩스의 이탈 소식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KIA의 선수단과 팬들이 마음을 모아 브룩스의 가족들에게 큰 문제가 없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브룩스 공백 상태에서 만나는 2위 키움, 양현종의 어깨가 무겁다

브룩스가 자리를 비우는 상황 속에서 KIA는 리그 2위 키움 히어로즈를 만난다. 일단 KIA의 22일 경기는 주장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다. 올 시즌 23경기(퀄리티 스타트 11회) 9승 6패 평균 자책점 4.79로 주춤하고 있지만, 양현종은 KIA 선발진의 에이스를 넘어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만큼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양현종이 1승만 더 추가하면 KBO리그 역사에 또 다른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이강철(현 KT 위즈 감독, 10시즌), 정민철(현 한화 이글스 단장, 8시즌), 장원준(두산 베어스, 8시즌), 유희관(두산 베어스, 7시즌)에 이어 KBO리그 역대 5번째로 7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할 수 있다. 왼손 투수로 한정하면 장원준과 유희관에 이은 3번째다.

또한 양현종이 1승을 추가하면 선동열(전 국가대표 감독)이 기록하고 있는 통산 다승 역대 4위(146승)에 오를 수 있다. 양현종의 통산 기록은 145승 91패로 현재 역대 5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8월 28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통산 145승을 기록한 이후 3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양현종이 이 기록을 달성하는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단순히 개인 성적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브룩스가 이탈한 상황에서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에이스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두산을 제치고 5위 안에 들어가느냐, 아니면 롯데에게 추격을 당하느냐의 여부도 양현종의 22일 경기 결과에 달렸다.

다만 양현종에게도 올 시즌 키움은 다소 버거운 상대다. 올 시즌 키움과의 경기에서는 개막전을 포함하여 4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2패 평균 자책점 4.29에 그치고 있다. 개막전에서는 3이닝 4실점으로 투구수가 너무 많아 일찍 내려갔고, 퀄리티 스타트 2경기가 있지만 그 때마다 득점 지원이 없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1승이 귀중할 정도로 갈 길이 바쁜 KIA에게 있어 브룩스의 이탈은 올 시즌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KIA에게 큰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다. 브룩스의 성적 부진이나 부상으로 인한 이탈이 아니었으며 올 시즌 브룩스의 투구는 KIA 선수단에게 이미 충분한 신뢰를 주었다.

그렇기에 KIA는 브룩스의 가족들에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한 마음이 되어 바라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보았을 때 브룩스는 내년 시즌에도 KIA와 함께 할 여지가 충분하며 포스트 시즌에 합류가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야구 경기 기록과 순위 경쟁을 떠나서 브룩스의 가족들에게 큰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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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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