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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옛말이 됐다. 우리는 이미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국내 체류 등록 외국인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시·군·구별 현황을 보면 ▲ 청주시(2만3909명) ▲ 음성군(1만4625명) ▲ 진천군(1만65명)이 외국인주민집중 거주지로 분류된다. 

갈수록 늘고 있다. 충청북도 외국인주민은 2009년 2만8311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6만8641명으로 늘었다. 충북주민등록인구 대비 외국인 비중이 커졌다. 2009년 1.9%에서 2018년 4.2%까지 올랐다. 

지난 21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충북참여연대)가 '충청북도의 이주노동자 정책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주노동자 지원 정책 현행과 과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만든 자리다. 서선영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방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월) 오후 2시 충북도의회 7층 회의실에서 '충청북도의 이주노동자 정책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 김다솜 기자
 21일(월) 오후 2시 충북도의회 7층 회의실에서 '충청북도의 이주노동자 정책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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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외국인 중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32.1%.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주민 정책에 '노동'은 없다. 서 교수는 다문화 정책이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충청북도 이주노동자 지원 정책 현황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충북도는 2018년·2019년 공통 과제 10개에 약 39억 원의 예산을 수립했다. 여기서 '이주 노동자'를 위한 과제는 ▲ 취약계층 의료 서비스 강화 : 외국인 근로자 및 노숙자 등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이다. 

충청북도 외국인 정책은 46개. 여기서도 ▲ 진천군 외국인 근로자 한마당 축제 ▲ 괴산군 외국인 근로자 관내 사업 시찰 ▲ 진천군 외국인 근로자 한국어 교육 지원 사업으로 이주 노동자 사업은 3가지에 불과했다.  

"충청북도 (외국인) 사업은 결혼이주민과 다문화 가족에 집중돼있어요. 굉장히 치중돼있죠. 결혼이주민과 다문화 가족 사업도 중요하지만 전체 이주민 숫자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 노동자 사업이 적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중첩된 위기에 놓인 이주 노동자 

이주 노동자 정책의 빈약함은 그들을 중첩된 위기에 놓이게 만든다. 스리랑카에서 온 시란씨(38)는 "외국인은 일하다 손가락이 절단되더라도 산업재해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의료보험까지 적용 안 될 때가 있어서 본인부담금으로 병원비를 지출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눈물 흘리면서 길바닥에서 자는 사람도 있어요. 사업주가 허락해줘야 다른 직장에 갈 수도 있어요. 숙소 제공해주겠다고 해놓고 몇십만 원씩 공제하고... 잔업수당도 한 시간에 만 원 줘야 하는데 6천 원만 지급하기도 해요."

코로나19 사태로 공장이 멈추면서 일거리도 크게 줄었다. 숙소에서 쉬기만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늘었다. 수입도 없는데 외국인 차별까지 더해졌다. 시란씨는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더라도 치료는 안 해주고, 코로나 검사부터 하자고 한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아니라고 나오면 본인부담금으로 검사 비용을 다 대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란 씨는 산재 노동자이기도 하다.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위험한 일자리는 이주민 노동자들이 차지한 지 오래지만, 그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는 적다. ⓒ 김다솜 기자
 시란 씨는 산재 노동자이기도 하다.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위험한 일자리는 이주민 노동자들이 차지한 지 오래지만, 그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는 적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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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지급이나 정부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 이주 노동자가 많다. 안건수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이주 노동자는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어서 본국에서 사오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먹고 살면서 내는 것도 다 세금"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그럼 이주민은 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주 노동자는 '상수' 

그나마 충북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가까이 있다. 2003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노동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이주 노동자들을 도왔다. 안 소장은 "회비와 후원의 밤을 통해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어려워졌다"며 "운영위원과 이야기해서 급여 50%만 받고 4시간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결 방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순 없죠. 이주민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먼저 고민을 했을 뿐이고. 지방자치단체나 광역에서도 다문화 관련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 지원은 제가 볼 때는 거의 전무합니다."

안 소장은 "이주민들이 친구로, 이웃으로 함께 차별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이주민을 향한 숱한 차별을 목도했다. 이주민들은 자국민이 아니란 이유로 지원의 폭도 좁고, 직장을 마음대로 옮기지도 못한다. 통역조차 구하기 어려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여전히 많다.

이상식 충북도의회 의원은 이주민 노동자는 '상수'가 됐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이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정책적 제언'을 주제로 도의회에 서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미 기초 산업 영역에서 이주민 노동자의 비중이 크지만 노동조합에서조차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주민 노동자도 우리처럼 주민세, 소득세를 내는 구성원인데 정작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이주민 노동자는 우리 구성원이지만 (정부가) 지원할 때는 상수가 아닌 변수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선영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충청북도의 이주노동자 지원 정책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다. 안건수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소장과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김한기 충청북도 경제통상국 일자리정책과장, 이상식 충북도의회 의원이 토론을 맡았다.ⓒ 김다솜 기자
 서선영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충청북도의 이주노동자 지원 정책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다. 안건수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소장과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김한기 충청북도 경제통상국 일자리정책과장, 이상식 충북도의회 의원이 토론을 맡았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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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부서 필요하지만...

서선영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주민 전담 부서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충북도 4% 이상이 외국인 주민이고, 여기서도 2만 명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인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 관련 정책과 책임 전담 인력조차 없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사안"이라고 짚었다. 전담 부서가 없다 보니 외국인 주민, 이주 노동자 관련 통계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들을 위한 정책도 내놓기 쉽지 않다. 

"기본 계획이 단계별로 수립돼야 해요. 실태조사나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한데요. 사각지대라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구성요건이나 책임성이 있어야 도와줄 거 아니에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그걸 구조받으려면 통역도 되고 접근성이 돼야 하는데 그런 체제가 없고..."

김한기 충청북도 경제통상국 일자리정책과장은 "이론적 근거든, 용역을 통하든 체계적인 조사 결과가 나와야 그걸 근거로 (이주 노동자) 사업 계획을 검토할 수 있다"며 "저희도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도정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데 다른 사업이 먼저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전담 부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의지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담당 과에서 적극적으로 (이주 노동자) 관련 법이나 해석을 통해 민간과 협력할 의지를 보여 주신다면 의회에서도 협력해주시지 않겠느냐"며 "적극적인 고려를 행정에서 먼저 제안하면 효과가 나타날 거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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