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 AP/연합뉴스

 
'추추트레인' 추신수는 과연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까. 최소한 1~2년 더 현역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실현될 수 있을까. 어느덧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FA(자유계약) 7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는 추신수의 향후 행보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신수는 2020시즌 32경기에 출전해 109타수 25안타 타율 .229 5홈런 15타점 13득점 6도루를 기록중이다. 노장임을 감안해도 고액 연봉자로서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여기에 지난 8일에는 시애틀전에서는 홈으로 쇄도하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손목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추신수에게 올해는 텍사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하필 메이저리그가 60경기 초단축 시즌으로 치러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 아쉬운 대목이다. 

텍사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사이영상 출신 투수 코리 클루버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등 나름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지만, 클루버가 개막과 동시에 어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악재 속에 19일 현재 18승 32패 승률 .360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처져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이미 유력하고, 아메리칸리그 전체팀을 통틀어서도 가장 낮은 승률이다. 사실상 정상권에서 멀어진 텍사스는 다음 시즌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빌딩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추신수의 텍사스에서의 입지는 불투명하다. 추신수의 자리는 외야수와 지명타자, 선수로서의 최대 가치는 출루율과 선구안에 강점이 있는 톱타자 정도로 요약된다. 하지만 텍사스에서는 일라이 화이트, 레오디 타베라스, 조이 갈로, 스캇 하이네만, 윌리 칼훈 등 이미 추신수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젊은 야수들이 넘쳐난다. 냉정히 말해 추신수에게 수비 기여를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한 수준이고, 유일한 장점인 방망이마저도 전성기가 지나며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잔부상도 많아서 내구성도 떨어진다.

텍사스는 이미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투수 마이크 마이너, 포수 로빈슨 치리노스, 내야수 토드 프레이지어 등 베테랑급 선수들을 정리하며 내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는 내야수 엘비스 앤드러스, 루그네드 오도어 등은 아직 한창 나이임에도 더 이상 주전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텍사스 입단 이후 매년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던 추신수는 이번에도 살아남았지만 냉정히 말해 올시즌은 굳이 트레이드할 가치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텍사스에서 추신수가 보낸 7년은 그야말로 영욕의 세월이었다. 2013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된 추신수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511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아메리칸 드림'의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롤러코스터같은 성적으로 평가는 엇갈린다.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가장 빛났던 시간은 2015년 전반기의 극심한 부진을 딛고 후반기에 MVP급 활약을 펼치며 텍사스의 가을야구를 이끈 순간, 2018년에는 메이저리그 현역선수 최다인 52연속경기 출루를 달성하며 개인 통산 첫 번째 올스타 선정의 영광도 누렸던 장면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부족한 수비력과 잦은 기복은 기대보다 실망을 남긴 시간이 더 길었다. 높은 연봉 대비 성적이 나오지 않자 현지 언론들은 거의 매년같이 추신수를 텍사스 내 트레이드 1순위 선수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속에서도 추신수는 살생부를 피해가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종합해보면 '먹튀'라는 표현까지는 가혹하지만, 비싼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보여주지 못한 '실패작'에 더 가깝다는 게 사실이다. 텍사스를 비롯하여 미국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추신수의 계약이 만료되어가면서 그의 영입을 주도하며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의 판단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텍사스가 추신수와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또한 추신수는 모국인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병역혜택 이후 음주운전과 대표팀 소집 기피-아들의 국적 논란 등으로 연이은 구설수에 휘말리며 '애증의 선수'가 됐다. 박찬호-김병현-류현진 등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국인 빅리거 스타들과 비교할 때 추신수의 국내에서의 인기나 화제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추신수가 이대로 별다른 반전 없이 텍사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마치게 될 경우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추신수가 FA 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텍사스와 결별하게 되면 그대로 빅리그에서의 경력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추신수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는 곧 은퇴를 의미한다. 추신수는 시즌 초부터 여전히 현역연장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부상이 잦은 노장선수가 새로운 팀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야구팬들은 박찬호나 김병현의 사례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큰 업적을 남긴 선수가 기왕이면 은퇴 전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한국무대로 돌아와서 뛰어주기를 기대한다. 부산 출신인 추신수의 고향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추신수는 롯데의 레전드 박정태의 조카이기도 하며, 동갑내기 절친인 이대호도 여전히 롯데에서 뛰고 있다. 추신수 본인도 여러 차례 고향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KBO 복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KBO는 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국내 복귀를 원할 경우 최종 소속 팀과 계약이 종료된 시점부터 2년간 KBO리그에 복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박찬호의 성공 이후 한국 야구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유출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를 제재하기위한 규정이었다.

KBO는 한국 복귀를 원하는 선수들을 구제하기 위해 2007년에 '해외파 특별 드래프트'를 단행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추신수도 포함됐다. 당시 추신수를 지명한 팀은 SK였다. 설사 추신수가 KBO리그로 돌아올 의지가 있다고 해도 롯데가 아니라 SK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일각에는 차라리 국내 복귀보단 빅리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깔끔하게 은퇴하기를 바라는 반응도 있다. 전성기가 지나 국내로 돌아왔던 박찬호나 김병현같은 메이저리거 출신들이 성적면에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로서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추신수는 이제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법한 시점에 와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있어서도 큰 족적을 남긴 추신수가 기왕이면 레전드답게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팬들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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