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뚱뚱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다. 대만 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한다. 바로 다양성이다. 세상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모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100kg이 넘는 몸무게의 장잉주안은 유치원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 원생들은 그녀를 '공룡 쌤'이라고 부른다. 큰 덩치 때문이다. 유치원 원장이자 엄마인 린은 장잉주안을 다이어트 센터에 등록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장잉주안이 원하는 대로 식단을 짜게 해주겠다는 게 조건이다. 겉으로는 딸의 자존심도 살려주고 건강도 챙겨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영양사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은 유치원 원생들의 식단표도 높은 칼로리 위주의 메뉴로 구성할까바 염려한다. 그래서 유치원 홍보 팜플렛에는 식단을 소개하는 자리에 장잉주안의 사진이 없다. 혹시나 장잉주안 때문에 학부모들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을 꺼려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엄마 린의 잔소리와 압박에 장잉주안은 다이어트 센터의 홍보 모델이 환영으로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점에 좌절을 느낀다.
    
그런 장잉주안의 좌절은 두 사람을 만나면서 변화를 느낀다. 첫 번째는 택배기사 우다. 과거 흑돼지라고 불릴 만큼 뚱뚱했다는 우는 장잉주안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인물이다. 장잉주안이 만드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한다. 자신을 멸시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가득했던 장잉주안에게 우는 희망이 된다. 편견 없이 바라봐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점은 장잉주안에게 용기를 준다.
 
두 번째는 유치원의 모범생 샤오위다. 샤오위에게는 남들과 다른 취미가 있다.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여장이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몰래 여장을 하던 샤오위를 발견한 장잉주안은 샤오위를 예쁘게 꾸며주고 함께 거리를 산책한다. 장잉주안은 샤오위를 있는 그대로 지지해주고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미래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우에게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장잉주안은 우가 자신이 해준 음식을 앞에서는 맛있게 먹고, 뒤에서는 다 토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 역시 장잉주안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했으면서 '그런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희망을 잃어버린 장잉주안은 낙담하게 된다.
      
장잉주안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장잉주안의 삶에 문제는 없다. 영양사로 일하는 그에게 부족한 점도 없다. 뛰어난 미각을 지녔고 남들을 즐겁게 만드는 훌륭한 요리를 한다. 그저 사회의 편견 때문에 원치 않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는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기존의 작품과는 다르다. 편견을 다루지만 그 안에 다양성의 가치를 심어둔다. 장잉주안도, 우도, 그리고 샤오위도 각자의 모습으로 사랑받아야 한다는 점을 영화는 강조한다. 결말부에서 장잉주안은 만두를 먹고 있는 통통한 소년과 눈이 마주친다. 그 소년의 미소에 괴로운 일이 가득한 장잉주안의 얼굴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진다.
 
이 순간 장잉주안은 소년의 웃음에서 '진짜 행복'을 보았을 것이다. 할 것도 많고 복잡한 현대사회에 등장한 단어가 '소확행'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이것저것 고민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과 물건에서 행복을 얻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나의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라 말로 진정한 '소확행'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