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수 있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프로축구 K리그1 사상 첫 우승 4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와 15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울산 현대가 중요한 길목에서 운명의 현대가 더비를 펼친다. 울산과 전북은 15일 오후 7시 전북의 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를 치른다.

두 팀은 올시즌 초반부터 일찌감치 K리그1 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맞대결은 역대 99번째로 통산 전적도 36승26무36패로 팽팽하다.

지난 20라운드까지의 대결에서는 울산이 14승5무1패(승점 47)로 2위 전북(13승3무4패 승점 42)을 5점차로 따돌리며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울산의 유일한 1패는 바로 전북에게 당한 것이다. 지난 6월 28일 경기에서는 전북이 2-0으로 승리했는데 당시는 울산 수비수 김기희가 조기에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처한 것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오히려 울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북이 중위권 팀들에게 연이어 덜미를 잡히며 주춤하는 동안 울산은 전북전 패배 이후 11경기 연속 무패행진(8승3무)을 이어가며 선두 탈환에 성공했고 전북과의 승점차를 야금야금 벌려갔다.

전북은 주전 수비수 김진수(알 나스르)의 갑작스러운 이적 공백이 뼈아프다. 물론 이재성, 김민재, 김신욱 등 전북이 핵심 선수들을 이적시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김진수의 경우 원래 전북이 떠나보낼 계획이 전혀 없었던데다 새로운 대체자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성사된 이적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컸다.

전북은 김진수가 떠나자마자 3경기 연속 무승(1무 2패)의 부진에 빠졌다. 하필 김진수가 빠진 왼쪽 측면 수비에서 연달아 문제가 발생했다. 이주용과 최철순 등 주전급 대체자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주전경쟁에서 밀려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빈 자리를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울산도 어쩌면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었던 기회를 100% 살리지 못했다. 울산은 9월 들어 광주와 대구를 상대로 2경기 연속 1-1 무승부에 그쳤다. 파이널라운드를 앞둔 상태에서 승점차를 9점차까지도 벌릴 수 있었지만, 스스로 밥상을 걷어찼다.
 
 전북 현대 모라이스 감독

전북 현대 모라이스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양팀 모두 이번 맞대결의 결과가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울산이 승리한다면 승점차를 8점으로 벌리며 사실상 우승에 유력해진다. 최소한 비겨서 현재의 승점차만 유지하더라도 양팀의 전력상 전북이 5점차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북이 승리한다면 양팀의 승점차가 다시 2점차로 좁혀지며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다가오는 파이널라운드에서 또 한 번 양팀이 맞대결을 펼쳐야하는데 라이벌전과 쫓기는 상황에 대한 압박감은 울산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팀전력과 분위기 면에서는 일단 울산이 앞서는 모양새다. 울산은 올시즌 43득점-13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다득점-최소실점 팀이다. 전북은 34득점(3위)-18실점(2위)으로 득실마진에서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무려 22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중인 브라질 특급 주니오의 화력이 매섭고, 김인성-이청용-조현우-불투이스 등 공수에서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전북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세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 구스타보가 4골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올시즌 울산에서 이적해온 김보경도 초반 부진을 딛고 구스타보와 바로우가 합류한 이후 빠르게 공격포인트를 추가하며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17라운드까지 단 11골만 내줬던 수비가 최근 3경기 무승 기간 동안에만 7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리고 있다는 게 불안요소다. 지난 12일 광주전에서는 올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3골을 허용한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현대가 더비를 좌우할 최대의 변수는 '감독 리스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시즌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모라이스 전북 감독과 김도훈 울산 감독의 리더십을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두 감독 모두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유연성이나 위기관리능력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맞대결에서 패배하는 쪽은 향후 입지가 상당히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두 감독의 맞대결에서는 모라이스 감독이 2승 2무 1패로 앞서고 있다.

최강희 감독 시절 '닥공(닥치고 공격)'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전북은 모라이스 감독 체제에서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들고나온 팀들에게 유독 고전하고 있다. 공격 면에서 선수 개인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세부 전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모라이스 감독은 최근 측면에서 강한 압박으로 시작되는 빠른 공수전환을 구사하는 팀들을 상대로 애를 먹었다.

김도훈 감독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해야한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2019시즌에도 중요한 경기에서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하다가 오히려 고유의 장점마저 흔들리며 무너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울산이 특유의 공격적인 강점을 살려 전북을 상대로 과감하게 승리를 노리고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동안 전북이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는 팀에게 취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중한 맞춤형 전술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양팀 모두 경기 외적으로 불필요한 전력소모도 경계해야한다. 두 팀 모두 올시즌 주축 선수들이 중요한 고비에서 어이없는 경고 카드를 받으며 경기를 그르친 경험이 있다. 전북은 강원전에서 홍정호의 퇴장으로 뼈아픈 첫 패를 당하는 등 시즌 초반 카드 속출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울산도 전북전 김기희의 퇴장을 비롯하여 수원전에서는 김태환의 경고누적 퇴장과 정승현의 판정 항의로 인한 옐로 카드 등으로 선수단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라이벌전일수록 주축 선수들의 '멘탈 관리'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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